“구경 한 번~ 와보세요~ 없을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
이 노래, 한 번쯤은 흥얼거려본 적 있으시죠?
어릴 적 트럭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이 구수한 가락이 아직도 귀에 맴도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노래 속 '화개장터', 아직도 직접 가본 적 없다면 이번 주말이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단순한 벚꽃축제를 넘어서 진짜 '장터의 감성'과 '봄의 낭만'이 공존하는 곳이라면?
지금부터 소개할 화개장터 벚꽃축제, 그냥 흔한 축제가 아닙니다.
십리에 퍼지는 봄, 혼례길을 걷다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3월의 햇살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즈음이면,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를 잇는 화개면에는 눈꽃처럼 벚꽃이 날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꽃잎들이 무려 십 리 길을 따라 장관을 이루니,
그 이름도 유명한 ‘십리벚꽃길’이 바로 이곳입니다.
이 길엔 로맨틱한 전설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이 길을 함께 손 꼭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혼례길’이라고도 불리지요.
그래서일까요, 이맘때면 청춘남녀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이 길을 걸으며 사랑을 속삭입니다.
벚꽃이 바람 따라 흩날리고, 섬진강 물줄기가 나란히 흐르는 이 길은 마치 봄날의 영화 속 장면처럼 황홀합니다.
올해 화개장터 벚꽃축제는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바로 이 십리벚꽃길을 중심으로 열립니다.
벚꽃 그 자체도 감동이지만, 축제는 단지 꽃만 보는 데 그치지 않아요.
축하공연부터 벚꽃 DJ 페스티벌, 청년버스킹 경연대회, 별천지길 걷기행사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온몸으로 봄을 즐기는 시간이 될 거예요.
장터는 살아있다, 화개장터
“노래는 알겠는데, 화개장터가 실제로 어떤 곳이야?” 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화개장터는 시간여행의 입구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경남 하동의 화개면 탑리에 자리 잡은 이 장터는 과거 경남과 전남을 이어주는 중요한 교역지였고, 해방 전까지도 전국 5대 장터 중 하나로 손꼽히던 곳입니다.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섬진강과 만나는 이 땅은 사람과 물건, 문화가 모여드는 삶의 중심지였지요.
장날이면 지리산 화전민이 고사리, 더덕, 감자 등을 들고 내려오고, 구례와 함양 사람들은 쌀보리를 들고 와 장을 열었습니다.
바다 건너 여수, 삼천포, 충무 사람들은 미역과 고등어를 뱃길 따라 가져와 팔았고요.
전국을 떠돌던 보부상들도 빠지지 않았던 장터, 그곳이 바로 화개장터입니다.
소설가 김동리의 『역마』 배경이기도 한 이곳은 여전히 그 시절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도토리묵, 재첩국, 주막, 대장간, 산나물...
발길 닿는 곳마다 향수 어린 풍경이 펼쳐지고, 인심 좋은 사람들과의 훈훈한 대화가 기다리고 있죠.
진짜 옛날 장터가 보고 싶다면, 여기 화개장터가 그 해답입니다.
눈도, 입도 즐거운 하동 먹거리 탐방
화개장터에 갔다면 그냥 오면 섭섭하죠. 하동은 그야말로 맛의 보물창고입니다.
가장 먼저 재첩국. 섬진강의 재첩은 간 건강에 탁월한 효능이 있어 예로부터 약재처럼 여겨졌습니다.
비타민 B, 아미노산, 타우린이 풍부하고, 해독 작용에 뛰어나 최고의 해장국으로도 손꼽히죠.
국물 한 숟갈이면 온몸이 풀리는 기분이랄까요.
그리고 지리산 산채비빔밥은 꼭 맛봐야 할 메뉴입니다.
손수 조물조물 무쳐낸 들나물과 고슬고슬한 밥, 고추장을 휘휘 비벼 입에 넣는 순간, 봄 향기가 입안 가득 퍼집니다.
그 풋풋하고 아삭한 맛은 그 어디서도 쉽게 느낄 수 없죠.
이외에도 녹차냉면, 대롱밥, 은어회, 참게탕까지. 각각의 음식엔 지역의 역사와 자연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단순한 ‘맛’이 아니라, 한 그릇의 문화와 철학이 담겨 있죠.
하루 코스로도, 1박 2일로도 즐기는 ‘하동의 봄’
축제만 즐기고 돌아오기엔 아쉽죠.
하동엔 하루 혹은 1박 2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코스가 알차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당일코스로는
화개장터 → 쌍계사 → 최참판댁 → 청학동 → 삼성궁
이렇게 움직여 볼 수 있고,
1박 2일 코스는
화개장터 → 쌍계사 → 야생차박물관 → 최참판댁 → 하동송림공원 → 청학동 → 삼성궁 → 백련리도요지
까지 여유롭게 다녀볼 수 있어요.
특히 쌍계사는 신라 성덕왕 시대부터 유래한 유서 깊은 사찰로, 벚꽃길과 어우러져 정말 장관을 이룹니다.
그리고 야생차박물관에서는 하동녹차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고요.
하동송림공원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아름다운 소나무 숲으로, 봄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기 좋습니다.
이번 주말, 어디로 갈지 고민이라면
혹시 이번 주말, 매년 가는 벚꽃 명소가 지루하게 느껴졌다면?
그리고 사람 많고 포토존 줄서느라 진짜 봄을 느끼지 못한 적이 있다면?
올해는 화개장터로 방향을 돌려보세요.
벚꽃, 음악, 장터, 음식, 역사, 자연…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풍성한 이곳에서, 진짜 봄날을 걸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꼭!
재첩국 한 그릇으로 하루를 시작해보세요. 그 국물처럼 따뜻한 인심과 봄기운이 여러분을 맞이할 겁니다.
화개장터 벚꽃축제
� 2025.03.28 ~ 2025.03.30
� 경남 하동 화개면사무소 뒤 '그린나래 공원'
여러분은 ‘벚꽃’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가 어디인가요?
올해는 조금 다른 봄을 맞이하고 싶다면, 댓글로 여러분의 벚꽃 여행 계획을 공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