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장. 최순경 vs 서형사
최 순경은 근처 설렁탕집에서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매일 먹는 설렁탕이지만 이것만큼 먹기 편하고 든든한 식사가 없다. 아마 직장 선배인 서 형사의 영향이리라.
이상하게 그 선배의 행동은 따라 하고 싶어 진다. 그렇게 따라 하면 자신도 운이 좋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일까? 최 순경은 곧 서 형사와 설렁탕을 같이 먹게 될 날을 기약하며 의자를 고쳐 앉았다. ‘ 자, 오늘도 한 그릇 넣어볼까? ’ 라며 숟가락을 드는데 벽에 걸린 TV 화면에서 9시 뉴스가 흘러나왔다.
‘긴급뉴스입니다.
차기 대선 후보인 김 의원이 살인 교사 및 살인미수, 납치, 뇌물수수의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되었다는 소식입니다. 김 의원의 소속 정당은 이 소식에 큰 충격을 표시하였으나, 아직 어떠한 것도 사실로 밝혀진 것이 없으니 면밀히 검토한 후 신중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대로 야당은 범죄자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 정의가 승리했다는 구호를 외치며 적극적인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
앵커의 긴장된 목소리는 식당 안의 공기를 무겁게 바꾸면서 모든 사람의 시선을 집중시켰는데 이미 여기저기에서 ‘나쁜 놈의 새끼들’, ‘저런 놈들이 문제야’라며 욕지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화면이 바뀌면서 김 의원이 수갑을 차고 보도라인에 서 있는 모습이 잡혔는데 그는 카메라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지랄하네.’
최 순경은 국밥을 휘휘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 그리고는 한 숟갈을 크게 뜨면서 서 형사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 참나, 역시 이 선배는 운이 좋다니깐. 이렇게 큰 사건을 우연히 맡아서 거저 해결해 버렸네! 크크크. ’
사실 자신도 교통사고에 뭔가 찜찜하다는 촉만 있었을 뿐, 이 일로 대선후보가 잡혀 들어갈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최 순경은 9시 뉴스와 설렁탕을 번갈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서 형사를 떠올렸다. 곧 최강의 콤비로 돌아갈 것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