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장. 서형사 vs 김의원 vs 허지광
잠복수사
22장. 서형사 vs 김의원 vs 허지광
서 형사와 팀원들은 김 의원의 집 근처에서 잠복수사를 하고 있었는데 변 사장과 함께 있던 의문의 여성이 사고가 나는 날 도착한 곳이 바로 이 집이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뭔가 있어.’
서 형사는 이전에 김 의원의 경호를 맡은 적이 있었기에 집안의 구조와 경호원의 위치 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심지어 현관의 비밀번호도 알고 있었기에 아직 바꾸지 않았다면 긴급상황에는 언제든지 치고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검정 승용차가 집 앞에 멈췄고 정장 차림의 덩치 녀석들이 어떤 남자를 집안으로 끌고 가고 있었는데 포박만 하지 않았을 뿐 누가 봐도 납치하는 모습이었다.
“ 어? 선배. 저 차가 그때 변 사장 미행하던 차 같은데? 제가 저번에 말씀드렸던 거 기억하시죠? ”
김 형사는 정확한 기억을 하려 애썼지만, 며칠간의 수면 부족과 잠복으로 인해 뇌가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있었다.
그때였다. 붙잡힌 남자가 저항하며 자신을 붙잡고 있는 덩치들을 뿌리치려고 몸부림치고 있었고 그 소란을 빨리 잠재우려는 듯 어떤 남자가 안주머니에서 전기충격기를 꺼내 목덜미에 갖다 댔다. ‘찌직’ 소리와 함께 시끄럽던 소란은 조용해졌고 남자는 바지를 축축하게 적시며 늘어졌다.
방금 전 자신들의 행동이 의식됐는지 세 남자는 동시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는데 서 형사는 그 모습을 발견하고 급하게 상체를 숨겼다. 하마터면 발각될 뻔한 상황이었는데 용케 잘 피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잠시 고개를 숙인 사이 이미 그 남자는 집안으로 끌려 들어가고 없었고 납치와 관련한 아무런 증거도 확보하지 못하게 되었다.
“형, 지원요청을 해야 하지 않을까? ” 김 형사의 말에 서 형사가 대답했다.
“ 뭐로? 납치로? 생각 좀 하고 말하자. ”
한참을 기절해 있던 지광이 스르륵 감긴 눈을 떴다.
그 앞에는 덕지덕지 욕심이 가득한 볼살에 기름진 얼굴을 한 남자가 있었는데 정신을 다 차리기 전에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김 의원이었다. 그리고 이 사람은 김 사장의 장부에 자주 등장하던 그 사람이었다.
지하실로 보이는 공간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에 묶여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지광은 몸에 슬쩍 힘을 줘 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의 눈에 익은 초 하이파이 음향기기가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었다.
‘ 진짜 물건을 갖다 놓긴 하는구나. 세무사 말이 맞았네.’
“ 너 누구야? ”
걸쭉한 목소리로 김 의원이 말했다. 생긴 것만큼 목소리도 더럽게 느껴졌다. 자신을 납치한 것을 보면 이미 내 신상을 다 알고 있는 듯했는데 굳이 왜 다시 묻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 김 사장과 무슨 관계인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인 것 같았다.
“너 때문에 일이 참 많이 꼬였어.”
김 의원의 말에 갑자기 식은땀이 흐른다. 왠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기분이었다.
“ 어디까지 알고 있어? ”
무슨 말을 어디부터 시작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또 질문이 날아든다.
“ 이 사실을 누구누구 알고 있어?”
“ 전 모릅니다. 얼마 전부터 제가 모르고 있는 게 뭔지 오히려 고민하고 있었어요. 정말입니다. ”
머릿속에 이 사실을 함께 알고 있는 세무사가 떠올랐지만 망설이며 말하지 못하고 있을 때 ‘쾅’ 하고 머리에 충격이 가해졌다.
그전까지는 음향기기 옆 골프채가 자신을 때리기 위한 용도인지 알지 못했다.
‘ 이게 영화에서나 보던 고문인가? 내가 이 고통을 참으면서 지켜야 할 사람들이 누구이고 영화처럼 내가 의리를 지켜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지광은 고개를 숙여 전기충격에 축축해진 바지와 얼굴에 흐르는 피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잠깐 사이 골프채는 3번이나 더 휘둘러졌는데 지광은 그 이상은 견디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진 다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 오지랖이 넓군, 세무조사받고 망했으면 다시 장사나 열심히 할 것이지.
아쉽지만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게 됐네. 너도 이만 자살당하자. 그리고 몇 명가서 그 세무사도 잡아 와.”
‘자살당하자’라는 말에 지광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마도 자신을 죽인 뒤 자살인 것처럼 꾸밀 생각인 것 같았다.
“살려주세요. 절대 다른 곳에 말하지 않을게요. 제발 살려만 주세요.”
자신의 간절함을 들어달라는 듯 지광은 최대한 큰 목소리로 애원했고 의자에 묶인 채 발을 콩콩 구르며 부탁했다. 그 순간 ‘지익’ 소리와 함께 전기충격기가 그의 목덜미에 닿았고 지광은 다시 한번 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