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순간에도 떠오르는 생각들은 있다
뿌리내린 과실수, 무성한 관엽
빛 아래 널리 퍼져 나가는 무수한 가지
새들은 멀리 날기 위해 우듬지에 둥지를 틀고
고개를 위로 향한 개들이 컹컹 짖었다
산산이 부서진 고요의 잔해들이
윤슬 무늬로 떨어져 내린다
발치에 모여든 잔해들을 주워들면
햇빛이 반사되어 눈에 상을 맺었다
색색의 생각들을 하나로 엮는 실이 있었다
살아 가려면 이를 꽉 물고
그 실을 바늘에 꿰어야 했다
부서져 내린 고요를 만화경 문양으로 짜내고
오직 숨쉬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붉고 탐스러운 과실을 새가 물고 간다
가시광선으로 맺힌 상이 동쪽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