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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May 07. 2024

내일은 어버이날, 엄마인 내게도 엄마가 있다.

백 권의 육아책보다 엄마의 발자취가 더 값지다.

아줌마 되면서 낯짝은 두꺼워졌는데

손가죽은 얇아서 넘쳐나는 설거지, 애벌빨래에

주부습진을 달고 살던 나.

아이 낳고 증식하는 설거지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식기세척기를 구입했다.

진작에 들이지 않은 걸 후회할 정도로

너무 잘 쓰고 있다.


건조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이모 3종 세트 중

벌써 2종과 행복한 동거 중이다.

그중 만족도는 건조기가 제일 높다.

가끔은 신랑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

ㅋㅋㅋㅋ


2년 전 큰언니가 친정에 건조기를 들여줬다.

신세계라며 아이처럼 좋아하시는 엄마.

건조기도 없고

청소기도 없고

분유 없이 유모차도 없이

세 딸을 키운 우리 엄마


육아템이 뭐야~~

그 당시 세탁기 살 여유도 없어서

다섯 식구 빨랫감을 일일이

화장실 한편에서 조물조물

손빨래로 다 하셨다고 한다.


여름에는 그나마 할 만했는데

겨울에는 옷 부피 크기에

빨래하는 게 너무 힘들어

결국 집 앞 부채공장에서

일감을 떼다가

부채에 일일이 깃털 붙이는 작업을

몇 달해서 세탁기 살 돈을 마련하셨다고

말씀하시는데 마음이 많이 찡했다.


단칸 지하방에서

물난리도 겪고 셋방살이 서러움도 겪고

그때는 애들과 하루하루 어떻게 먹고살지 막막했는데

지금은 세 딸 다 시집가고

어린 손주 애교를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

그렇게 마음이 편하고

이렇게 손주가 예쁠 줄 몰랐다는 엄마

< 할머니 단골 미용실에서 빠글 파마한 손녀 >


하루는 내가 아침부터 밥도 안 먹고

학교에 안 간다고 떼를 썼다고 한다.

출근시간은 다가오지

용돈을 투척하며 꼬셔도


다 필요 없어!!
집에 오면 엄마가 없잖아.

방구석에서 울고 있는 막내딸을 떼어놓고

회사에 갈 때는 하루 종일 속이 상해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한이 된다고 하셨다.


그때의 나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다른 집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가 간식도 만들어 주고

주말엔 여행도 많이 다니는 게

어린 마음에 다른 집과 비교하며

엄마의 부재에 많이 원망을 했던 것 같다.


엄마도 힘들게 밖에서 돈 벌지 않고

우리 곁에 있고 싶으셨을 텐데.

엄마의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수많은 육아 서적보다

엄마의 자서전이 더 값진 것은

엄마의 희생에 우리가

이렇게 잘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


내 육아 원칙 첫 번째는

'아이들에게 격정적으로 화내지 말자'이다.

어떻게 하면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아이들에게 쏟아내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순간 엄마가 생각났다.


옛날 기억을 더듬어보니

화를 내는 엄마 얼굴은 내 기억에 없었다.

언니들에게도 물어보니 언니들도

엄마가 딸들에게 화를 낸 적이 없다고 증언해 줬다.

(물론 엄마도 사람인지라 아빠에겐 화를 내신다.)


항상 자녀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조금은 방목형이지만

자녀들의 선택을 지지해 주고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 주셨던 엄마.

가장 가까운 멘토가 옆에 있었는데

그걸 이제야 알았다니.

등잔 밑이 어둡다고

보살님이 바로 옆에 있는 줄 몰랐다.


엄마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나 역시 잘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긴다.


백 권의 육아책보다

엄마의 발자취가 더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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