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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May 14. 2024

내가 애 아빠가 될 상인가?

결혼 전부터

거래처사람들이

결혼유무를 물어보는 게 아니라


애가 몇 명이예요?

물어봤다는 미혼 푸 신랑.


예비 애아빠상이었는지

(내가 애아빠가 될 상인가~~?ㅋㅋㅋ)

내 친구들이나 동네 엄마들은 푸 신랑을 보면


아빠가 딸바보이죠?
애들이랑 엄청 잘 놀아줄 거 같아요.

백이면 백 다들 이렇게 말한다.


그럴 때면 내 속이 부글부글!

아이들을 좋아하긴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과

아이들을 기른다는 건 다르다.



첫째 땐 독박 육아 당첨!!!

회사가 바쁘니 그러려니 했다.

그래도 주말에는 같이 육아를 하길 바랐는데

나름 도와준다고 도와주는 거겠지만

기대치에 한참 모자라다.


둘째 낳으면 달라질 줄 알았다.

내 이상적인 모습은

식당에 가면 부모가 각자 한 명씩 끼고

밥을 먹이는 모습이었는데

둘을 내가 먹이고 있고

내가 뭐라 하면 둘째를 끼고 먹이는데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못 먹이더라~~

오히려 아빠가 끝까지 못 먹이는

둘째 밥을 첫째가 다 먹인다.

자기 먹기 바쁘고

자면 장땡이다.


첫째 때는 그래도 첫 딸이라고 

목욕은 전담해서 해줬는데

둘째 목욕도 내가 시키고

평일날 하는 아빠가 하는 육아라고는

자기 전 둘째 이빨 닦이기.

(요즘은 둘째도 제법 커서 혼자 닦는다.)

결론은 전담해서 하는 육아가 없다.


주말에는 애들 끼고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등

수많은 게임시전을 해주고 있다. ㅠㅠ

(고등학교 때도 친구들은 밖에서 농구하는데 

맨날 집에서 컴퓨터 가지고 놀아서

 키가 안 컸다는 시어머님의 증언)

제발 좀 몸으로 놀아 달라고오오오오오~~~

이 푸바오야야야야야야야!!!!!!!!!

< 치명적인 푸바오 뒤태를 가진 푸 신랑 >


한 번은 내 친구 부부가 우리 집에 

애들을 데리고 놀러 왔을 때였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새로 들인 애장품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작은 방에 친구 남편을 데리고

플레이스테이션 신형을 보여주며 

자랑을 했다고 한다.


둘째가 아직 어린데 이걸 할 시간이 있어요?

라고 반문한 친구 남편!

그 말이 충격적이었다고 말하는 푸 신랑!!

내 속이 다 후련해진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변호사처럼

해 준 친구 남편께 땡큐 쏘 머치!!


사람은 쉽게 변하질 않는다.

상대방이 변하기보다 

내가 변하는 게 빠르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며 명상으로

그 힘든 시절을 이겨내고 많이 내려놨다. 



주도적으로 아이들 데리고 놀아주면 좋겠지만

주말마다 박물관이고 어디고 내가 계획 짜고

가자고 하면 군말 없이 따라와 주고

애들에게 욱하지 않고 항상 다정하게 말해 주어서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항상 예스맨인 아빠를 아직

많이 좋아하고 따른다

또한 나에겐 든든한 지원군 첫째가 있다.


둘째가 두 돌 때까지는 첫째랑

쫓고 쫓기는 추격자 사이였다면

네 돌이 지난 지금은

둘째 눈높이에서 놀아주고

둘째를 가장 많이 웃게 해주는 첫째!!

물론 자기 기분 내킬 때 둘째랑 놀아주고

놀다가 많이 싸우지만

둘이 재밌게 노는 거 보면 너무나 흐뭇하다.

육아에 단비 같은 행복감이다.

< 집이 좁아 인디언텐트 안 사준다 하니 시위하는 자매 >

< 둘째 밥을 차려주고 먹여주는 일일 보모 첫째 >


첫째 낳았을 때는 

신랑이 빨리 퇴근해서 아기랑 같이 저녁 먹고

씻기고 재우는 함께하는 육아를 바랐었다.

집안 경제력을 담당하는 푸 신랑에게 

회사 시스템 상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순간

회사에서 저녁 먹고 아이들 다 잠들고 늦게 오는 

지금이 더 개꿀이라 느낄 때가 있다.


내가 도인이 다 되었나 보다.

내가 도인이 될 상인가?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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