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겨울이 되면 두렵다.
몸이 차서 겨울이 싫은 것도 있지만
역마살 낀 내가 추운 겨울에는
아이와 집콕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 첫째 망아지의 성향 중
내가 제일 힘들어했던 게
무조건 누군가 옆에서
같이 놀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책 읽기도
주방놀이도
인형놀이도
누구랑 꼭 같이 해야 하는 것이다.
잠깐만 이것만 하고 있어~~
엄마 빨래 좀 널게!!
하면 너는 그 잠깐의 시간조차
허락해 주질 않고
연신 엄마를 부르는 통에
내가 둘째 낳고 가장 먼저 산 것은
건조기였다.
그나마 밖에 나가면 눈요기 거리에
시간이 빨리 가곤 해서 힘들더라도 애기띠를 하고
1일 1 외출을 하곤 했는데
추운 겨울에는 외출도 불가하니
엄마 껌딱지인 첫째와 뭘 하고 놀아줘야 시간이
잘 갈까 하는 게
내 인생 최대 과제였다.
그래!! 언제까지 이렇게
겨울이라고 몸 사리고
마냥 축 쳐져 있을래?!
오늘 하루 이 몸 한번 불 살라 주겠다.
실컷 굴리고 일찍 재워보겠어!!
큰 마음먹은 첫째 세 돌쯤 어느 겨울날이었다.
오전에 물놀이, 물감놀이, 목욕놀이
3종 세트 미션 완료!!
점심 먹이고 아기띠 하고 설거지 해서 재움!!
낮잠 2시간 후
다시 오후 놀이시간 2부.
쌀놀이, 미역놀이, 인형놀이까지
3종세트 미션 완료!!
밤에 좀 일찍 잠들까 싶었는데
쌩쌩한 첫째.
첫째 위너!!
마미 루저!!
엄마가 먼저 기절해서 잠들 판이었다.
그 이후로 다시는 그런
멍청한 실험 따위는 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 보니 좀 쉬엄쉬엄 육아를 할걸
중간중간 TV도 틀어주고 나도 좀 쉬고
울어도 엄마는 지금 힘이 들어서
놀아줄 수가 없어하고
혼자 좀 놀아볼래~
울고 난리가 나든 말든
거절의 말도 하고 했었어야 했는데
유아시절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육아이론
또 아이에게 부정의 언어보다는
긍정의 언어를 평상시에 써야 한다고 해서
첫째의 요구에 이끌려 다 들어줬던 시간들.
무엇보다 내가 체력적으로 힘들면 적당히
보육 기관의 힘을 빌릴껄
육아서적을 다독하며 애착이론에 빠져
3년동안 주 양육자와 아이가
끈끈한 애착을 만들어놔야 한다는 말에
내 체력이 바닥이 되어도
그렇게 난 만 3년을 끼고 살았다.
(정확히는 42개월)
그게 정답인줄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