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천고마비 계절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 아닌
잠자리가 천고에 노닐고
신랑은 먹잠으로 살찌우는 중
둘째는 아빠가 보다가 잠들어 떨어뜨린
스마트폰의 유튜브를 주워 보고 있으니
내 속이 터져 안 터져
자는 사람 싸대기를 날릴 수도 없고
조용히 둘째와 잠자리채, 채집통을 챙겨
집 앞 가까운 공원으로 나갔다.
이 놈의 잠자리는 날개가 안 아프나
한 번도 나무든 꽃이든 어디를 앉지를 않네~~~
본격적인 잠자리 채집에 둘째는
멀건 두 눈으로 초롱초롱 나를 바라보는데
이 어미 칼춤이 안되면 채춤이라도 추겠나이다.
검은색 원피스에 개간지 선글라스 착용하고
공중 낚아채기로 고추잠자리 잡기 시작으로
미친년처럼 동분서주 잠자리채 춤을 추심.
그때,
어머! XX야?! 아들~ 친구 XX 왔네!!
둘째랑 어린이집 같은 반 남자아이를 만날 줄이야.
아들 둘에 엄마, 아빠 네 가족 화목하게 나들이를 온 것이다.
그제야 접신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니
그날 공원 야외무대에
추석 전 전통놀이체험 이벤트가 있어서
다들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화기애애 외출을 즐기고 있었다.
한쪽 편에서는
아빠 혼자서 여섯, 일곱 살쯤 되는
애 둘을 양쪽에 잡고 돌기 시전을 하며
놀이공원 간접 체험을 해주고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엄마들
그 관경을 보니 현타가 오기 시작
나 혼자 가을 하늘 아래 망나니처럼
채춤을 추고 있었구나~~
정말이지 그날따라 엄마랑 애 단 둘이 온 집은
우리 밖에 없었던 거 같다.
나는 나를 잘 아는 지인에게 가끔 이렇게 말한다.
난 내가 종종 미혼모라 생각하고 아이를 보고 있어~
신랑이 있으면 뭐 하나~~
평일에는 회사 일이 늦게 끝나 냅둬~~
주말에는 평일 못 잔 잠 자야 된대서 냅둬~~
아이들도 더 이상 주말에 낮잠 자는 아빠를
깨우질 않는다.
이건 뭐 깨워져야 깨우지
또 다른 일화는
'다들 나를 미혼모로 알 것 같은 쎄함 2부'로
다음 주에 찾아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