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선물,레고레고 때문에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
2024. 04. 27. 일기장
요즘 내가 자주 신랑에게 하는 말
“죽여버릴까?”
물론 농담이다.
하지만 약간의 살기를 MSG 쳐서 찰지게 쏴댄다!!
주말에 작은언니네 집들이 약속이 잡혀 있었다.
혹시나 해서 10일 전부터 신랑에게 미리 공표했고
당연히 가야지 확답을 받았는데
이 눔의 시끼가 그날 오전에 갑자기
어디를 좀 갔다 와야 한단다.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한 시간 거리에 레고 벼룩시장을 한다고
곧 어린이날이고 아이들 선물 생각으로
갔다 온단다.
웃기고 자빠졌네.
요즘 레고에 빠져서 사재기하는 거 아는데
자기 사리사욕을 채우러 가는 거겠지?!
오후 1시에 작은언니네 도착하려면
늦어도 집에서 차로 12시에 출발해야 하는데
아침 느지막하게 먹고 부른 배 뚜드리며
9시에 말하는 거는 뭐니?
옛날 같으면 절대 안 된다 했을 텐데
안된다 해도 재활용 쓰레기 버린다고 하고
몰래 도망칠 녀석이기에
곱게 보내주자 맘 잡고 최대한 상냥하게 물어봤다.
몇 시에 집에 올 건데?
지하철 왕복 2시간 계산해서
늦어도 집에 2시에 올게.
그때 출발하자!!
작은언니가 점심 먹지 말고 와서 먹으랬는데~~
2시에 와서 네 식구 차로 가면
아무리 빨라도 3시인데
이게 돌았나?!
아~~ 더 이상 대화가 하기 싫고
한창 음식 준비 중인 언니 생각에 미안해서
작은언니에게 직접 전화하라고 했다.
이렇게 말하면 포기할 줄 알았더니
바로 전화해서 허락을 받고 있는 낯짝 두꺼운 놈
< 초밥열차 원작 >
< 초밥 열차 made in LEGO >
< 연어초밥은 지하철을 타고 - 그냥 평범하게 먹음 안 되겠니?? >
결국 나도 반포기 상태로 2시까지
집으로 오라는 확답을 받고 보내줬다.
약속시간이 늦어진 만큼
빨래를 돌린 후 서점이랑 마트 좀 갔다 와야지 하고
아이 둘이랑 밖을 나왔다.
그때 작은 형부에게서 온 전화
작은언니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땀 뻘뻘 음식 만들었는데
늦게 온다는 말에 실망한 표정이다.
어떻게 빨리 올 수 없냐고
재차 확인차 전화를 건 것이다.
난 우리 세 자매 중 우리 식구만 늦고
다행히 부모님이랑 큰언니네는 제시간에 가니
죄책감이 덜했는데 작은 형부의 말을 들으니
계속 신경 쓰이고 더 미안해졌다.
신랑에게 2시 말고 더 빨리 올 수 없냐고 보내려고
스마트폰을 켰더니
친정 단체 톡방에 안 읽은 신랑의 카톡이 있었다.
형님!! 우리 지하철 타고 가도 되나요?
**역 내리면 픽업해 주세요
큰 형님~~ 작은 형님~~
아니 이 눔의 시키가 나에겐 지하철로
간다는 말 없었는데
혼자 고민하고 결정하고 북 치고 장구치고
카톡에 올리네.
카톡으로 물어보려다
누르는 속도에 속 터질 것 같아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
"갑자기 웬 지하철? 우리 차로 가는 거 아니었어?"
"아!! 지금 벼룩시장 가는 길인데 지하철 노선도 검색하다 보니
서해선이 한 번에 가더라고~
둘째도 차 오래 타면 힘들어하고 기름값도 아끼고 지하철이 낫지"
"둘째가 편하게 아니라 자기가 편하겠다 싶어서 결정한 거겠지.
운전하기 싫어서.
그리고 미리 말을 해 줘야 할 거 아냐"
두 딸이 앞에 있는데 통화로 대판 싸울 수도 없고
머리 뚜껑 열리기 전에 통화를 끊었다.
어차피 지하철로 갈 거 신랑을 버리기로 했다.
바로 결단을 내리고 둘째 형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부 저희 지금 지하철로 출발할게요.
동서는?
버리고 갈게요. 기다리다가 열 나니
아이 둘 데리고 1시간 안쪽으로 갈게요
응!!
아이 둘은 마트에 왔다가 갑자기 바로 간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
마침 마트가 지하철 역 앞이라
나는 그 길로 바로 갔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신랑 기다리느라
내 속이 문들어지기 전에
빠른 손절이 답이다.
한 손에 한 명씩 아이 손을 잡고
빛의 속도로 작은언니네 1시에 도착했다.
이미 차려진 집들이 밥상에 애들 배불리 먹고
내 머리도 한결 편안해졌다.
신랑 생각이 1도 안 났다.
오히려 집에 돌린 빨래 건조기에 넣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뿐이었다.
내 예상이 맞았다.
큰언니네, 작은언니네, 엄마, 아빠 재촉에
신랑에게 전화하면 아직 출발 안 했단다.
결국 오후 4시 가까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한 신랑.
아오!! 열받아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만약 마냥 집에서 눈 시뻘겋게 아이들과 기다렸으면
오자마자 대판 싸웠겠지~~
됐고!! 지금부터 잘 들어!!
세탁기 열어봐!!
응! 열었어.
건조기에 넣어!!
응!
그리고 몇 번째 서랍에 애들 옷 뭐 뭐 챙겨서 가져와!
응
군대식 통화에 친정 식구들은 웃음꽃을 터트리시고
결국 신랑은 그날 작은언니 집들이에
오후 6시에 왔다.
오후 1시 약속을 6시로 만드는 마술!!
취미는 사라지기
특기는 함흥차사인 신랑에게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러니 내가 이 말이 나와 안 나와
"죽여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