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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Apr 19. 2024

다들 나를 미혼모로 알 것 같은 쎄함 1부

2023. 09. 24. 일기장 


지금은

천고마비 계절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 아닌

잠자리가 천고에 노닐고 

신랑은 먹잠으로 살찌우는 중


둘째는 아빠가 보다가 잠들어 떨어뜨린

스마트폰의 유튜브를 주워 보고 있으니

내 속이 터져 안 터져

자는 사람 싸대기를 날릴 수도 없고

조용히 둘째와 잠자리채, 채집통을 챙겨 

집 앞 가까운 공원으로 나갔다.


이 놈의 잠자리는 날개가 안 아프나

한 번도 나무든 꽃이든 어디를 앉지를 않네~~~

본격적인 잠자리 채집에 둘째는

멀건 두 눈으로 초롱초롱 나를 바라보는데

이 애미 칼춤이 안 되더라도 채춤이라도 추겠나이다.


검은색 원피스에 개간지 선글라스 착용하고

공중 낚아채기로 고추잠자리 잡기 시작으로

미친년처럼 동분서주 잠자리채 춤을 추심.

그때, 

“어머, XX야? 아들~ 친구 XX 왔네!!”

같은 어린이집 같은 반 남자아이를 만날 줄이야.

아들 둘에 엄마, 아빠 네 가족 화목하게 나들이를 온 것이다.


그제야 접신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니 

그날 공원 야외무대에 

추석 전 전통놀이체험 이벤트가 있어서

다들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화기애애 외출을 즐기고 있었다.

   < 나 혼자 아이 둘 챙겨 지하철 타고 서울 박물관 투어 >


한쪽 편에서는 

아빠 혼자서 여섯, 일곱 살쯤 되는

애 둘을 양쪽에 잡고 돌기 시전

놀이공원 간접 체험을 해주고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엄마들


그 관경을 보니 현타가 오기 시작

나 혼자 가을 하늘 아래 망나니처럼

 칼춤을 추고 있었구나~~

정말이지 엄마랑 애랑 둘이 온 집은

그날따라 우리 밖에 없었던 거 같다.


나는 나를 잘 아는 지인에게 가끔 이렇게 말한다.

난 내가 종종 미혼모라 생각하고 아이를 보고 있다고~~

신랑이 있으면 뭐 하나~~

평일에는 회사 일이 늦게 끝나 냅둬~~

주말에는 평일 못 잔 잠자야 된대서 냅둬~~

아이들도 더 이상 주말에 낮잠 자는 아빠를

깨우질 않는다.

이건 뭐 깨워져야 깨우지




또 다른 일화는
'다들 나를 미혼모로 알 것 같은 쎄함 2부'로
다음 주에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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