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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Jul 25. 2024

신랑의 위험한 취미생활 1부

어느 날 첫째 망아지 초등학교 등원길에 같이 따라갔다가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 보이는 첫째에게 은근슬쩍 물어봤다.


엄마가 평소에 화를 많이 내는 편 같아?

아니!!

다행이다라고 생각한 순간


엄마~~ 근데 그날은 기억나!!
엄마가 헤드셋 부신 날!!


뭐?

그날의 엄마는 헐크 같았어!!



한창 어린 첫째를 책육아로 키울 때였다.

한참 푸파파는 게임에 빠져 작은 방에서 콕 처박혀 있던 시기!!

아빠 엄마가 아이들 앞에서 독서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야

책육아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푸파파에게 기대하기에는 너무 높은 장벽!!

책육아하는데 도와주길 바라지는 않으마!!

방해만 말아다오~~~


푸파파를 작은 방에 컴퓨터랑 같이 넣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주말

내가 늦잠을 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작은 방문을 열어보니

첫째를 무릎에 앉힌 후 같이 게임 삼매경인 부녀!!

현란한 컴퓨터 화면을 황홀하게 멍하니

그것도 너무도 가까이서 보는 첫째를 보니

순간 욱이 올라왔지만


내가 전에 얘기했었지?
아이 앞에서 독서하는 모습은 못 보이더라도
웬만하면 게임하는 모습은 보이지 말아 달라고!!
근데 같이 하고 있니?

차분한 목소리로 경고를 날렸다.

추운 공기를 감지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깨갱~~

 컴퓨터를 끄고 아이와 거실로 나온 푸파파.


막상 거실로 나오니 뭐 하고 놀아줘야 할지 몰라하는 푸파파에게

장난감을 쥐어주며 평소에 아이랑 안 놀아주니깐

주말은 좀 아이랑 놀아 주라고 약속을 받아 내고

난 못 잔 잠을 더 자러 안방으로 들어갔다.


1시간 정도 흘렀을까?

너무나 조용한 거실!!

설마 하고 나가니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혹시나 하고 작은 방문을 빼꼼 열어보니

첫째 머리에 헤드셋을 끼우고 몰래 게임을 하는데


내가 아이랑 같이 게임하지 말고 놀아주라 그랬지?
어떻게 게임 같은 거 아니면 아이랑 놀아주질 못하냐~~
하다 하다 이제 헤드셋을 끼우고 몰래 해!!


순간 나도 눈이 돌아가

그 자리서 헤드셋을 두 손으로 부숴버렸다.

신랑의 손모가지를 안 부러뜨린 게 다행

(과장된 표현인 거 아시죠? 저 폭력적인 사람 아닙니다.)

그저 첫째 아이한테 그런 모습을 보여 미안할 뿐이다.

< 다행히 엄마의 흑역사 헐크를 모르는 둘째! '엄마~화내지 마세요!! 웃어요^^' >


그날의 나의 모습은 헐크가 맞다. ㅠㅠ

나도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화 난 이유에 대한

변명으로라도 신랑의 취미생활 일대기를 말해야겠다.



↑↑↑↑↑↑↑↑↑↑↑↑↑↑

첫째 임신 때 자전거 라이딩에 빠져

주말 새벽마다 사라지면서 출산 전부터

미혼모 가상체험을 하게 하더니

둘째 출산 후 소싯적 가졌던

취미 게임덕후 기질이 되살아나

아이들과 즐긴다는 명부로 들인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등

고가의 게임기를 사들이면서 내 속을 썩여놓는 푸파파.


그리고 중간에 잠깐 반짝였던 1년 헬스,

사이사이 감성 캠핑, 모바일 게임까지

그리고 지금은 레고 라이브 방송으로

썩은 내 속을 뒤집어 까놓는 푸파파

도대체 내가 어디까지 신랑의 취미를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지 모르겠다.


취미생활 좋지!! 

매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회사생활에

잠깐잠깐 재미를 주는 취미생활을

내가 왜 인정하지 않겠느냐 말이다.

하지만 돈을 쓸데 없이 많이 들이는

취미생활 때문에 미치겠다는 것이다.

라이딩 때는 자전거를 몇백을 주고 질러놓고

지금은 좁아터진 집 하나밖에 없는 베란다에 방치해 있다.

건조까지 마친 빨랫감을 베란다에

방으로 나를 때마다

빨랫감에 걸리는 200만 원짜리

유기 자전거를 보면

우리집이 2층인데 진심 베란다

창문 밖으로 집어던지고 싶다.


내가 몇 년 동안 저 자전거 타는 걸 본 적이 없어~~
타지도 않는 거 내다 팔아!!

이제는 팔려고 해도 똥값이 됐는데
산 가격 생각하면 헐값에 못 팔겠어!!
그리고 이사 갈 때마다 소중하게
하도 이고 지고 다녀서
이젠 없으면 안 될 애착물건이
된 것 같아서 보낼 수가 없어~~

라고 모기 소리로 말하는데

아오.. 진짜 열 뻗쳐!!

생각난다. 이제껏 3번 이사할 때마다

약간의 미신이 있는 친정엄마 말에 따라



이사한 집 당일 밥솥을 미리 갖다 놓으면 안 된다.

친정에 하루 갖다 놓고 다음 날 들여라 라는 말에

친정에 밥솥을 갔다 놓을 때

푸파파는 이삿짐센터에 맡기면

고가 자전거 망가진다고 매번 친정에 갖다 놓는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밥통 들고 이사한 집에 입성할 때

푸파파는 자전거를 모시고 집에 들어온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쓰다 보니 열불 나서 이만 줄임.^^;;

심호흡 한번 하고 다음 주에 2부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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