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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Jul 18. 2024

넌 나의 쓸모야! 난 너의 쓰레기이고?

< 2023. 06. 18. 일기장 >


나의 연재 브런치북 '독한 엄마의 독박일기'에

푸파파 험담이 가득해서

오늘은 푸파파의 장점을 생각해 봤다.


넉살이 좋다.

비위가 강하다.

벌레를 잘 잡는다.

상황 대처력이 뛰어나다.


그중 비위 얘기를 해 보려 한다.

첫째 망아지 하나일 때는 의욕뿜뿜이어서

오감발달에 이것저것 체험시켜 주고 싶은 마음에

걷기 시작할 때부터

산이고 바다고 계곡이고 쏘다니다 못해

두 돌 전 비행기 할인가에 눈 뒤집혀서

필리핀 세부 3박 5일도 첫 가족해외여행으로 갔다 왔었다.


둘째 강아지 태어난 후 초반에는

순둥이임에도 불구하고 애 둘 데리고 마트도 겨우 가고

1시간 이내 근거리만 여행 가다 보니 동해바다를

세 돌 한참 지난 후 처음으로 강원도로 여행을 갔다 오게 되었다.


미안하다 아지야~ 엄마가 널 좀 더 젊었을 때
쌩쌩 날아다녔을 때 낳았어야 했는데~~ㅠㅠ


서해는 가까워서 몇 번 데리고 갔는데

사이즈부터 다른 드넓은 동해 바다를 처음 본 것이다.

다이내믹하게 몰아치는 파도에 넋 놓고 바라보다

위험회피형 아이답게 바다에는 안 들어가고 바다 언저리 모래사장에서

쪼물딱 쪼물딱 두 시간 내내 모래만 만지고 있는 강아지

이미 저 멀리 몸 담그고 다른 친구들이랑 놀고 있는 망아지

정말 성향 다르다 생각했는데

우리 가족 공통점은 있었다.

그건 바로 넷 다 비위가 겁나 약하다는 것.

< 대환장 토파티 여행 >


동해바다까지는 차량으로 5시간 내외!!

둘째 강아지 인생 처음으로

장거리 여행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푸파파도 운전으로 힘들었겠지만

마음 급한 첫째 망아지 대응하랴

지루함에 징징 대는 둘째 강아지 달래랴

 나 또한 정말 토 나오게 힘든 여행길이었다.


첫 토는 휴게소에 들렀을 때였다.

점심 해결차 들린 휴게소에서 그나마 둘째가 좋아하는

우동을 시켜서 정성스레 다 먹여놨는데

푸파파가 다 먹은 둘째 강아지를 소화시킬 새 없이 

냅다 한쪽 어깨에 안는 순간

울렁거리는 차를 3시간 넘게 탄 대에다가 

갑작스러운 상반신 올림에

위 속에 있는 것까지 아빠 어깨 옷자락에 올려버림!!

ㅋㅋㅋㅋㅋㅋ


당황한 나는 물티슈로 둘째를 먼저 닦아야 하나

푸파파를 먼저 화장실에 보내야 하나

공공장소에서 뒤처리에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그 자리에 목석처럼 서서 뒤돌아

입을 틀어막고 있는 첫째 망아지!!

둘째 토한 거보고 토할 뻔했다고

억지로 코 막고 입 막고 참고 있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대환장 토파티를 가까스로 처리하고 

남은 30분 가량 달려 바다로 가고 있는데

속 시원해진 강아지에 비해 갑자기 안색이 하얗게 질린 망아지!!

아까 토할뻔한 거 겨우 참았는데

옆에 탑승한 강아지에게서 토냄새가 난다고

창문 열어달라고 난리 부르스~~


목적지까지는 5분 남았는데

조금만 제발 참아 달라고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에 가면 된다고

달래고 창문 열고 부채질해 주고 

난 첫째 얼굴 안색 보며 차 안에 비닐봉지 찾고

내비게이션 도착지 남은 거리에만 초집중!!


10m... 5m.... 1m....

도착지 해변가 바로 앞에 화장실도 육안에 보이고

다 왔다 안도의 한숨을 쉬던 그 순간!

도착하자마자 푸파파가 운전석에 내려

첫째 망아지 쪽 차문을 열던 그 순간!!

차 문을 연 아빠 앞에서

실시간 토 방송을 시연한 첫째!!!

열린 차문 바로 앞은 화장실이었는데

보조석에서 다 게워내는 첫째를 보고 망연자실 그 자체

그렇게 바다에 발을 담그기도 전에

우리 차 뒷좌석을 토사물로 담근 첫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위 약한 나는 첫째 얼굴을 씻기러 화장실로 도피!!

어제 실내 청소까지 마친 차

토사물 셀프 청소부 당첨된 푸파파!!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직 위가 미숙한 영유아기 토바라기 둘째를 보기만 해도

같이 토해 버리는 첫째!!

아이들 비위가 약한 게 처음엔 나 닮아서 그런가 했다~~

정말이지 엄마가 돼도 비위는 나아지질 않는지


↑↑↑↑↑↑↑↑↑↑↑↑↑↑

첫째 탄생 일화에 나왔던

유기견 첫눈이도 동정심에 데려왔건만

동점심도 내 비위를 이기진 못해

데리고만 있었지 첫눈이가 똥을 싸면

눈 감고 살포시 각티슈 몇 장 뽑아 올려놓고

푸신랑이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때는 신혼이어서 그런 내가 귀여웠는지

피식 웃으며 다 치워주곤 했다.

그렇다 난 똥, 토사물에 극혐주의자여서

내 새끼 똥, 토사물 외엔 잘 치우질 못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그렇고 

매번 토청소 담당이 푸신랑이 되어버림.


비위 약한 와이프 만나 고생이야!!
자기라도 비위가 강해서 다행이야~~


나도 비위 겁나 약해.

믿을 수가 없어 다시 재차 물어보자


첫째가 나를 닮은 거 같아
나도 국민학생 때 학교 가는 길에
개똥을 보거나 더러운 걸 보면
토해서 다시 집에 돌아오고 그랬거든~~

둘째 토 한 거 보고 첫째가 토하는 걸 보고

자기 국민학교 때가 생각났다고 하더라

어른이 되면서 호전된 거라고 말하는데

난 왜 낳아도 호전이 안되는지

아이들이 가끔 컨디션 난조에 토를 하게 되면

푸파파가 집에 있을 경우 바로 SOS

여보!! 애가 토했어!!
(그게 바로 너의 쓸모야. ㅎㅎㅎㅎ - '무빙' 대사 인용!?)

신혼 때 회식 후 술 먹고 들어와 화장실에 

내가 토하면 푸신랑이 다 치워주곤 했는데

난 지금도 회식 후 화장실에서 

푸신랑의 욱욱 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조용히 화장실 문을 닫아버리고 줄행랑!!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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