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첫눈이와 첫째 망아지
백수가 된 난, 그날도 동네를 산책하고 집에 돌아오는 중이었다.
경비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어제 이사를 간 주민이 있었는데, 키우던 애견을 데리고 갈 수 없었는지 가구랑 함께 버리고 간 것 같다며 혀를 끌끌 차셨다.
내일까지 주인을 못 찾으면 유기견 보호센터로 넘겨야 할 거 같다는 경비 아저씨 말이 자꾸 귓가를 맴돌았다. 결국, 다시 돌아가 그 강아지를 품에 안고 왔다.
평소 애견인도 아닌데다가 한 생명을 책임지는 게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충분히 알고 지내던 내가 어디서 그런 큰일을 벌였는지 평상시 같으면 생각도 못 할 일이었다.
유기견 보호센터로 가서 새 주인을 못 만나게 되면 나중에 안락사될 수 있다는 말에 추위에 벌벌 떠는 작은 체구의 강아지를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다.
'첫눈이'라는 강아지 이름도 지어주고 어색한 동거가 시작됐고, 며칠 후 주말이 왔다.
그날은 우리 집에서 자그마한 연말 홈파티가 있어서 아는 지인을 초대했고, 평소 즐겨하는 주류도 넉넉히 장 본 상태였다.
연말 파티는 임신 축하 파티로 술은 무알코올 샴페인으로 평생 잊지 못할 연말을 보냈다.
다행히 첫눈이는 생명줄이 긴 팔자였는지 때마침 시동생 친한 친구에게 입양되었다.
그 친구가 키우던 강아지가 있었는데 지병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새 애견을 찾던 중이었다.
지금은 행복한 보금자리에서 잘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동생이 그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그 비쩍 말랐던 강아지가 아주 포동포동 살이 쪄서 비만견이 됐다는 얘기에 지금도 폭소가 나온다.
첫눈처럼 내게 온 첫눈이와 첫아이
운명 같은 인연에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