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둘째 강아지의 탄생
기차가 배 위를 지나가는 것 같다.
똥꼬에서 수박이 나오는 느낌이다.
출산 전 악몽같이 들었던 다른 이의 출산 에피소드.
잉태의 기쁨만 생각했는데 간과한 게 있다면 그건 출산의 고통.
나는 고소공포증이 아니라 통증공포증이 있다.
아픈 걸 죽어라 못 참는 세상 최강 쫄보다.
병원 메스만 봐도 속이 메스껍고 주삿바늘 공포증도 있다.
20대 때 엄마가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보라고 지원까지 해주겠다 하셨는데, '내가 간호사가 되어 남의 살에 주사 꽂아 피를 뽑는 걸 보면 내 피가 빠져나가는 거 같아 급성빈혈로 쓰러질 수도 있다'라고 거절한 바 있다.
그리고 임신 중 채혈할 경우가 종종 있는데, 순간 따끔거림도 무서워 그때마다 '겁이 많아요. 살살 놔주세요.' 간호사에게 간곡히 부탁하는 간이 콩알만 한 겁쟁이이다.
출산일이 임박하고, 전담 산부인과 선생님과 출산 방법으로 상의할 때가 되었다.
나는 당당히 제왕절개를 공표했다.
친절한 의사 선생님은 '산모님 자궁 상태도 좋고, 골반 모양도 출산하기 좋다'며 자연분만을 추천하셨다.
적극 추천하시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우유부단 산모는 제왕절개냐 자연분만이냐 갈팡질팡 결정을 못 내렸고
결국엔 첫째 아이가 막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길래 일단 유도분만을 해서 자연분만을 시도해 보자고 의사 선생님께서 대신 결정을 해주셨다.
드디어 유도분만 날이 왔고 분만촉진제를 바짝 긴장하면서 맞았다.
시간이 좀 지나갔을 때였나, 진통이 주기적으로 느껴지는 듯 하여 급하게 간호사 호출을 했다.
간호사님은 현재 자궁문은 전혀 열리지 않았고 산모님이 느낀 진통은 진진통이 아니라 가진통이며 '엄살이 심하시네요'하며 실소를 남기시고 떠나셨다.
그때부터 내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
아니 이게 가진통이면 진진통은 무엇인가
그리고 진진통은 대체 얼마나 아픈건인가
그날 유도분만은 결국 실패했고, 내일 하루 더 시작하자는 말에 전담의를 불러 유도분만 말고 바로 제왕절개를 하겠다고 재공표했다.
전담의는 어이없어하시고 난 멋쩍었는지 우리 집에서 제일 강하기로 유명한 작은언니도 제왕절개를 했으며 작은언니도 못 한 자연분만을 난 할 자신이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 말에 의사 선생님은
"제왕절개가 집안 내력인가 봐요."
무표정한 얼굴로 개그를 치셨고, 다음 날 바로 제왕절개로 첫째를 낳았다.
물론 고통이 후불제라는 제왕절개로 출산 후 많은 고생을 했지만, 나는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후불제를 선택할 것이다.
첫째를 낳은 후 내 몸은 후불제 고통에 이어 평생 후유증이 생겼다.
그건 바로 내 피부가 켈로이드 체질이라는 점!
출산 후 어찌나 제왕절개 수술 자국이 간지럽던지 결국 출산한 산부인과에 방문해서 주사 처방을 받기로 했다.
주사실로 들어갔는데 담당 의사가 하필 분만해 주셨던 친절한 의사님.
서로를 알아보고 묵언의 멋쩍은 웃음을 나눴다.
그리고 뻘쭘한 그 순간에도 내겐 부끄러움은 사치!! 주사 살살 놔주세요, 했더니
겁이 엄청 많으시네요. 하며 웃으셨다는 웃픈 일화를 남기며
둘째 강아지 역시 일말의 망설임 없이 제왕절개 열차에 탑승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