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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Aug 29. 2024

간사이공항에서까지 대판 부부싸움

<  2024. 06. 22. 일기장 >


대망의 여행 마무리 4박 5일의 긴 여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이 왔다.


↑↑↑↑↑↑↑↑↑↑↑↑↑↑↑↑↑↑↑↑↑↑

전날 오사카성에서 한 판 치르고

그날 저녁 곰곰이 생각해 봤다.

이 여행의 목적이랑 여행 오기 전

나의 다짐들에 대해서 말이다.

그제야 이성의 끈을 다시 잡고 여행 마지막 날 아침

푸파파와 도톤보리 근처 아침 산책을 하면서 나긋이 화해를 신청했다.


앞으로 핸드폰, 차키, 지갑 챙기는 것에
좀 더 신경을 더 썼으면 좋겠어.
그럼 내가 자기를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응. 어제는 미안했어.
 앞으로는 더 신경 쓸게!!


그렇게 훈훈한 화해를 끝으로 숙소로 돌아와

 짐 챙기기에 쭈마마 투입.

11시 퇴실이라 마음이 급해 캐리어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퇴실시간에 맞춰 가까스로 숙소를 나왔다.

아침산책 후 11시 퇴실까지

푸파파는 우리와 함께 하지 못했다.


본인이 도톤보리 한 상점에서

피규어를 본 게 있는데

그거를 사러 잠시 혼자 갔다 와도 되냐고

나에게 10000엔까지 가불 해서

단독 외출을 한 것이다.

공항에 늦으면 안 되니깐 적어도

 2시에 오라는 확답을 받고

첫째랑 나는 지하철역 근처 커피숍에서

짐지킴이가 돼서 마냥 기다렸다.


하지만 약속된 2시에 돌아오지도

전화를 해도 받지 않은

푸파파는 약속시간 1시간이 넘은

 3시가 돼서야 모습을 보였다.


커피숍에서 2시간 넘게 기다리게 한 것도

 화가 나 죽겠는데

더 화병이 나겠는 건 빈손으로 왔다는 것!!!

구매를 하려고 했던 그 피규어가 품절돼서

다른 여러 상점에 재고가 있나 들리느라

늦었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매번 느끼지만 시간개념이 저리도 없나.

맨날 나만 다급해 속이 터진다.

핸드폰통화 안 돼서 답답한 것도 나!

뭐 잊어버려서 발동동구리는 것도 나!

지금 비행기시간에 늦을까 봐 전전긍긍인 것도 나!!


씩씩거리며 공항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꼴뵈기가 싫어 매번 챙겼던 지하철표 챙기기도 싫어졌다.

(물건 못 챙기는 푸파파 지하철 표까지 4박 5일 여행 내내 지하철 탑승한 후 내가 수거해 보관했다.)

그리고 시종일관 입을 다물었다.

첫째가 보고 있어서 열폭보단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다.


그런데 맙소사!!

개찰구에 도착했는데 푸파파가 본인 지하철 표가 주머니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껏 4박 5일 내내 내가 푸파파 지하철표까지 다 챙기다

이번 딱 한번 본인이 챙겼는데 잊어버렸다는 것!!

아~~~~ 진짜 머리카락이 화로 곤두서는 느낌!!!

열폭하기 일촉즉발!!


공항 도착시간도 늦었는데

주머니고 가방이고 다 뒤져도 표가 안 보인다는 푸파파.

그렇게 개표소 앞에서 발을 동동 거리고 있는 푸파파를 보며

만사에 짜증이 일어나는데

무슨 연유인지 몰라하는 역무원.

그리고 첫째는 "엄마, 어떻게 해?!" 하는데

이제 내가 나설 차례인가 싶었다.

일어, 영어 제대로 못하는 내가 역무원에게 파파고 꺼내기도 귀찮아서

(검색번역 앱도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있어야 쓰는 거 같다.

그 당시 내 마음엔 화와 짜증만 가득 남아 있었다.)

< 해외에서는 죽이 잘 맞는 아빠 말과 첫째 망아지, 진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부녀 >


we are family!!
we buy three ticket.
but one ticket is lost"


오케 오케이!!


내 분위기의 심각성을 보시고 저 집안 사달 날까 봐 무서웠는지

나의 1차원적인 영어에도 찰떡같이 알아들으시고

성급히 개찰구를 무료로 열어주시는 역무원.

연세 드신 역무원 일본인 할아버지셨는데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뜻을 보냅니다.

그리고 푸파파~~ 역무원의 배려로 산 줄 알아라~~


결국 공항에 출발시간 두 시간 전에 도착해야 하는데

30분 남겨 놓고 도착.

아슬아슬하게 티켓팅을 마치고 그렇게 오사카여행은

무료온천여행한 듯 내 몸이 달궈진 채로 귀국했다.


일본 공항에서까지 싸운 우리 둘 사이에서 눈치를 살살 살피더니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쯤 시간이 지나 내 화가 좀 가라앉은 걸 보고

중간에서 엄마 아빠 손을 양손으로 끌더니

억지로라도 잡게 하는 우리 집 첫째.

그리고 이번 여행이 너무 좋았다는 말에

그 힘들었던 화병 여행의 고단함이 한순간 사라졌다.


이것이 딸내미의 매직인가?!


가족여행에서 그게 국내든 해외든

부모는 재밌었는데 자식이 재미없었다고 하면 그 여행은 별로가 되어버리고

부모는 재미없었는데 자식이 재밌었다고 하면 그 여행은 성공으로 기억된다.


그 후로 일본에 또다시 여행 가자고 종종 말하는 첫째를 보며

4박 5일 동안 2일 동안 대판 싸운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한 여행이었는데도

일본 여행 갈 기회가 생긴다면 또 가겠냐고 푸파파에게 물어보니

이번 여행 재밌었다고 또 가고 싶다는 그를 보며

찐으로 강력한 놈이다! 싶었다.

(푸파파의 무던함은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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