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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Aug 15. 2024

오사카 도톤보리에서 낯선 남자의 손을 잡고 걷다

<  2024. 06. 18. 일기장 >


없는 돈을 끌어 모으다시피해서 다녀온 세 가족 오사카/교토 4박 5일 자유여행.

(완전체 4명 가족 여행을 계획했는데 막내 강아지는 여행 전 감기/기관지염 초기에 걸려서 친정에 부탁 ㅠㅠ)

자유여행 전에 고민이 많았다.



미혼시절 친구랑 방문했던 도쿄 자유여행에서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일본 하면 지하철이 먼저 생각나고

그때는 지금처럼 구글지도나 유튜브 등 정보가 많이 없던 시절이라 첫날 숙소를 찾아가는 데만 시간이 걸린 건지 저녁 9시에나 숙소에 짐을 수 있었다.

지하철에서 20대 초반 여자 둘이서 산만한 캐리어 끌고 내려가고 올라가고 환승하고 잘못 들어서고

바디랭귀지에 숙소를 몇 시간 만에 개고생 해서 찾아갔던 기억!!

그때의 사진을 찾아보면 볼이 핼쑥해지고 다크서클 한 가득했던 여자 둘이 있다.

다시는 일본 자유여행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일본 가고 싶다 일본 가고 싶다 노래를 부르는 첫째와 엔저에 힘입어 없는 돈에 간사이 국제공항표를 끊고 그렇게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사실대로 말하면 빚을 지더라도 갔다 오고 싶었다.


푸파파 비상금 사건으로 작년 10살 딸이랑 둘이 태국 여행을 갔다 온 후에도 마음의 앙금은 남아 있었는지 아니면 그 이후에도 레고를 줄기차게 사들이는 푸파파를 보며 한심하기도 하고 꼴 보기도 싫고 부부생활에 권태기가 아주 제대로 왔다.

밥 먹는 모습만 봐도 꼴 보기 싫으면 정말 정나미 떨어진 부부야.


누군가가 그랬는데 한참 권태기가 고점을 찍었을 때는 내가 딱 그런 입장이었다.


어느 순간 간단한 안부만 묻는 사이로 부부사이가 변질된 이후

이대로 대화 단절로 살다가는 아이들에게도 안 좋고 부부사이도 정말 멀어지겠다 싶었다.

그렇게 집안공기개선 기회가 절실히 필요했을 때였고 푸파파 입사 후 처음으로 3주 전에 여름휴가를 받아온 이 순간 아니면 우리에게 해외여행은 언감생시겠다싶었다.


출발 5일 전, 비행기표 왕복 예약.

출발 4일 전, 트래블로그 카드 발급.

출발 3일 전, 에어비앤비 숙소 예약.

출발 2일 전, 은행에서 엔화 환전.

출발 1일 전, 대략적인 4박 5일 여행 일정 계획.

출발 당일 아침, 캐리어에 짐을 쌌다.

그렇게 파워 P 가족의 무계획 오사카 4박 5일 여행을 시작했다.


첫째 딸내미만 여행 내내 단디 챙기면 된다는 각오로 출발!!

가서는 사막에서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푸파파의 상황대처력을 믿었다.

그리고 최대한 나도 푸파파에게 맞춰 주고 화를 내지 말고 첫째에게 좋은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자라는 각오로 여행에 임했다.

< 파워 E성향 첫째 딸의 오사카 여행 버리스트 중 글리코상 앞에서 사진찍기 >


일본 현지서 다코야키 먹기.

글리코상 앞에서 사진 찍기.

가챠에서 가차 없이 돈 쓰기.

다이소, 세리아 등 쇼핑하기.


계획도 없이 신랑 가이드만 믿고 따른 오사카여행!!

어느 순간 의지할 데뿐이라고는 푸파파밖에 없었다.

첫째 손을 잡고 신랑 뒤만 졸졸졸 따라다니다 보니 이제야 장난이 아니라 우리 집 장남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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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 믿고 있는 두 아녀자를 어떻게든 숙소에 골인시키고자 일본인 역무원에게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전두지휘하는 우리 집 사령관 푸파파에게서 낯선 남자의 냄새(?)를 맡았다. ㅋㅋㅋㅋ

역시 나에게 없는 추진력과 사교성이 있구나 싶은 게 몇 년 만에 느껴보는 듬직함!!

어느 순간 신랑이랑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다니게 됐다.(오사카 도톤보리에서 낯선 남자의 손을 잡고 걷다.)


놀라지 마세요!!

거진 2년 가까이 손을 잡은 적이 없는 결혼 15년 차 중년의 부부입니다.ㅎㅎㅎ



하지만 여행 내내 이렇게 훈훈하게만 보냈다면 그 역시 푸파파가 아니지!!

다시 장남에서 장난으로 강등한 사건이 있었으니 그건 다음 썰에 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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