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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Aug 22. 2024

오사카성에서 이성의 끈을 놓다.

<  2024. 06. 20. 일기장 >


오사카/교토 자유여행 4박 5일 동안 2박 3일까지는 아주 좋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둘이 손 붙잡고 교토 근교 성을 한 바퀴 산책할 정도로

오순도순 얘기도 하는데 신혼 분위기가 나기도 하고

아주 애정 곡선이 몇 년 만에 잭팟이 터지 듯 상승세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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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오사카성 투어에서 터졌으니 사건의 발단은 그놈의 세 가지!!

"핸드폰, 차키, 지갑"중에 핸드폰에서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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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키는 어차피 해외니 상관없고

결혼기념일 선물로 사줬던 지갑은

선물한 지 한 달도 안돼서 잃어버리셨단다. ㅠㅠ

(내가 저렴이 지갑으로 사준 게 신의 한 수였음)


본인도 안다.

자기에게 현금을 맡기면 안 된다는 것을~~

오죽하면 모든 여행 경비인 현금과 카드

그리고 여권까지 내가 여행 내내 책임졌다.

 그러고도 안심이 안돼서 세 명의 지하철 티켓도 탑승하면

 내가 도로 수거해서 가지고 다녔다.


푸파파는 그냥 인간 네비!

쭈마마는 현금지급기와 인간 금고!!

첫째 망아지는 해피바이러스 희극인이 되어

그렇게 세 명이 한 팀이 돼서 자유여행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사카성 일정이 있던 날은 아침부터 부산스러웠다.

모녀 나갈 채비를 하고 이것저것 챙기고 정신없는데 한량 같은 푸파파!!


할 일 없으면
오사카성 가는 길이나 미리 검색해 봐!!

오케이 사인을 보내며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검색하는 푸파파.


핸드폰 배터리는 있어?
없으면 안 되니깐 꼭 체크하고!!

내 말은 들은 것 같은데 별 대꾸 없이 검색 열일 중인 푸파파.


침대에서 콘센트까지 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 

귀찮아서 충전을 안 하는 건지

핸드폰 배터리가 충분해서 안 하는 건지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는 푸파파를 보며

알아서 하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그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심보로

마냥 핸드폰 충전 안 하고 뒹굴뒹굴 검색하는 푸파파

항상 이런 식이다 

쭈마마는 중요도를 따지면 편리함을 포기한다. 

나 같으면 이제 곧 외출해야 하는데 

침대에 누워 검색하는 편리함을 포기하고

콘센트 근처 좁은 공간에 쭈그리고 앉아 충전하면서 검색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잠깐의 편리함을 매번 선택하는 푸파파

 누워있는 게 좋아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배터리 충전을 포기한 것이다.

그렇게 30분 후 우리는 외출을 했고 오사카성에 도착했다.

< 닌자에게 의뢰 요청 넣어 줘!! 아빠에게 자객을 보내고 싶구나. ㅠㅠ >


오사카성 기념품샵에서 

쇼핑왕 첫째의 강제 손 끌림에 

푸파파와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나는 각자 전화기가 있으니깐 못 만나게 되면

전화를 하면 될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푸파파 핸드폰 배터리가 15%밖에 안 남아있는 줄 모르고 말이다.


한참 후 기념품샵에서 나와 오사카성 내부관람을 위해 매표소 줄을 섰다. 

줄은 점점 줄어들지 푸파파는 전화도 안 받지 카톡도 안 읽지.

내 속은 썩어 문들어지고 

그때까지만 해도 배터리가 없어 못 받는 건 줄 몰랐다.

하도 평소 전화하면 안 받는 인간이라 못 본건 줄 알았다. 

결국엔 2장 표만 끊어서 모녀만 입장.


입장했다고 카톡을 보내고 첫째랑 오사카성 투어를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관람 후 출구로 나오면서 전화를 하는데 역시나 안 받는 푸파파. 

오사카성 투어는 끝났고 이제 다음 일정을 하러 가야 하는데 

연락은 안 되지 진짜 수십 통 전화를 건 것 같다.

한참 오사카성 주변을 뒤지다가 기념품샵 출구에서 마주친 푸파파.


왜 그렇게 전화를 안 받아?


핸드폰 배터리가 다 닳았지!

뭐? 아침에 내가 충전하라고 했잖아!

.......................


아~~ 미치겠다!!! 푸파파의 답변 없음. 대책 없음에~~ 

우리 오사카성 투어 할 동안 한 시간가량 뭐 했냐고 물어보니 

기념품샵 근처 나무그늘에서 쉬었단다. 


속도 편하다.

여행경비는 다 나에게 있어서 돈도 없고

핸드폰 배터리도 없어서 통화도 안 되고

여기가 국내도 아니고 해외인데

지금 안 마주쳤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냐고 물어보니


끝에 가서도 우리 모녀를 못 만나면

본인 주머니에 단 돈 동전 200엔이 있는데 그걸로 

대중교통으로 금액 가능한 구역까지 가서 숙소까지 걸어가든지

200엔이 교통비로 부족하면 한국인 여행자에게 

돈을 꿔서라도 숙소까지 가려고 했단다.


헐~~~ 대박!!

대책 없고 사막에 내놔도 어떻게 살아남을 놈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을 몰랐다.

근데 왠지 이놈이라면 가능할 거 같기도 하고

(이게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가늠해 보는 나도 짜증 나려 한다. ㅠㅠ)

본인 마음만 한없이 평화롭다~~ 나만 그냥 속이 뒤집어지지!!


날은 덥지 짜증을 한 바가지 냈더니 기운 없지 말도 섞기 싫고

그날은 정말 있는 대로 화가 나서 신랑 얼굴 꼴도 보기 싫더라.

내가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신랑 핸드폰에 시달려야 하는 건가. 

(핸드폰, 차키, 지갑에서 이젠 핸드폰배터리도 챙겨줘야 하는 건가~ ㅠㅠ)


10시에 나가서 10시에 귀가하는 살인적인 일본 스케줄에도

매일 밤 휴족시간 지압파스를 세 가족 불난 발바닥에 붙이고 자면서도

백앤샵 쇼핑의 큰 손 첫째의 신나 하는 모습에

우리 부부는 오길 잘 했다 하며 

아이 웃음이 주는 강력한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는 

정말로 오래간만에 여행다운 여행 중이었는데 

찬물을 확 끼얹은 푸파파.


핸드폰 하나 믿고 검색하며 다니는 자유여행에 

왜 충전에 신경을 안쓰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이건 전쟁에 나가서 총알을 안 챙겨나간 격!!


이 일을 신호탄으로 

결국 올라오는 4박 5일 마지막 여행 날

또 한 번 푸파파의 대책 없음에 

쭈마마 뇌 회로가 폭발하는 일이 생겼으니 

그건 다음 편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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