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둘 맘을 두렵게 하는 무서운 환절기가 왔다.
바짝 긴장했는데도 우리 집을 덮친 감기.
처음 시작은 둘째 코감기로 미약했으나
끝은 첫째 폐렴으로 창대하였다. ㅠㅠ
작년 이맘때에도 첫째 폐렴으로 학교도 못 가고 열흘간 고군분투했었는데
또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우울감에 휩싸인 쭈마마와 대조되게 너무나 해맑은 첫째.
학교도 안 가고 집에서 유튜브를 볼 수 있으니 신이 난 것이다.
다행히 이번 폐렴은 경과가 좋아 3~ 5일 약만 잘 챙겨 먹으면 되었고
기침을 자주 할 뿐 심한 증세도 없어서 유튜브 하루 3시간 시청만 허락했다.
하지만 꿀 같은 3시간은 스치듯 지나갈 뿐
더 보고 싶다고 조르는 첫째와 시간 약속은 지키라는 어미의 신경전!
그때부터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는데
3시간 시청시간은 처음부터 엄마가 정한 거고
둘째는 아플 때 유튜브 많이 봐도 뭐라 안 하면서
나는 왜 3시간밖에 못 보느냐~~
그때 둘째는 심하게 아파서 병원에서 링거까지 맞았잖아.
했더니
나도 링거 맞을래!! 그럼 유튜브 볼 수 있지?!
저게 도랐나?! (혼잣말이었습니다. ㅎㅎㅎ)
아주 4박 5일 동안 엄마를 유튜브로 들들 볶아대서
통원에 간호에 식사 준비에 둘째 케어까지 나의 평일은 지옥이었다.
드디어 푸파파 상주가 가능해진 주말, 아침부터 푸파파에게 자유를 외쳤다.
나 커피 먹고 싶어!
내가 사 올게! 아메리카노?
아니~~ 나 노트북으로 밀린 일도 하고 나가서 먹고 올게!
그냥 혼자 나가서 시간 보내고 싶다는 말을
뭐 그렇게 돌려서 해ㅋㅋㅋㅋ
평일 내내 아이들과 지지고 볶고
나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해.
어제도 첫째랑 싸웠어!!
블라블라~~~
맞아. 구글 직원들도 자녀에게 유튜브 절대 안 보여준다잖아~
나가서 오래 있다가 와!!
푸파파에게 아이들 부탁하고 집 근처 커피숍에 노트북만 들고 뛰쳐나왔다.
난 정말 MBTI 중 I가 맞는 거 같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에너지가 타인과 오랜 시간 공유하다 보면
피곤하고 고갈된다는 느낌이 든다.
커피숍에서 노트북과 나만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배려해 줘서 고맙다고 푸파파에게 카톡을 보냈다.
오래 있다가 오라는 푸파파의 답장.
이제 애들이랑 뭐 하려고 카톡을 보내니
장인, 장모님 불러서 같이 윷놀이하려고~~
시답잖은 농담의 답장!
그리고 한두 시간 정도 흘렀나?
큰언니에게 온 전화!!
푸파파가 우리 집으로 놀러 오라고 카톡을 보냈다고 한다.
마침 형부랑 우리 집 근처 브런치 까페여서
아점 먹고 우리 집으로 넘어가겠다는 전화
우리 집 근처라는데 거절하기도 그렇고 해서
카페에 더 있고 싶었지만
나도 12시쯤 들어갈 테니 우리 집으로 오라고 했다.
그리고 전화 끝자마자 발신전화 엄마라고 핸드폰에 뜨기 시작!!
순간 푸파파 카톡이 떠올랐다.
( 장인, 장모님 불러서 같이 윷놀이하려고~~ )
설마설마했는데 엄마가 시장 왔는데 이따 너희 집 갈 때 뭐 좀 사가려는데
필요한 것 있냐고 물어보는데
푸사위가 전화했어? 하니깐 맞단다.
대충 사과랑 닭발 사 오라고 하고 전화를 끊고
푸파파에게 바로 전화!
아까 카톡 농담 아니었냐고 제발 좀 혼자 조용히 보내고 싶다고
평일 내내 애들에게 시달렸으니
부부가 배분해서 주말 평화롭게 보내자는데
나는 친정이고 시댁이고 부르고 불려 가지 말고 조용히 보내고 싶다니깐
웃으면서 자긴 밖에 놀다 오란다.
미쳐~~~~ㅠㅠ
정말 나랑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다~
쭈마마는 여럿이 누군가와 있을 때 에너지가 털리는데
푸파파는 여럿이 복작복작해야 에너지가 상승하나?
결국 그날 나의 자유시간은 2시간이 전부!!
생각 같아서는 푸파파 말대로 혼자 밖에 놀다 오고 싶지만
친정식구들 총출동에 안사람이 부재중일 수도 없고 해서
집으로 강제소환!!
집에 가니 친정부모님에 큰언니부부 우리 네 식구
우리 집에서 점심에 이어 저녁까지 다 먹고 가셨다.
아주 명절이 따로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