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둘이 간 10살 딸아이의 첫 해외여행 태국 패키지여행 3박 5일 마지막 날이 도래했다.
마지막 날 오전 일정은 방콕에 유명 현대식 시장 '아시아티크'였는데 1시간가량의 쇼핑시간이 주워졌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보면 종종 같은 팀원을 만나게 되는데
3박 5일 동안 정도 많이 들고 해프닝도 많이 생겨서 반갑게 인사하고
서로 뭐 샀냐고 장바구니를 구경할 정도로 사이가 편해졌다.
제일 작은 키에 최연소 첫째 망아지는 팀원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해서 만날 때마다
아이고~~ 귀여운 딸내미!! 하면서 예뻐해 주시고
뭐 필요한 거 없냐고 물어 예쁜 기념품을 선물로 사주기까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력 갑인 첫째 망아지는 본격적으로 쇼핑에 심취해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데
내가 한 일은 해외 미아 만들까 봐 시선으로 계속 붙잡아 두고 일정의 현지 돈~을 쥐어준 게 다이다.
망아지는 하우머치-디스카운트 플리즈를 연신 떠들어대며
어쩜 시간에 딱 맞게 어떻게 잔돈 딱 떨어지게 썼는지
동전 하나 없이 우리 주머니에는 단돈 4달러가 전부!!
우리 첫째 망아지는 정말 여행을 다채롭게 만들어 주는 부적 같은 딸내미~ ^^
대책 없이 태국 돈을 다 써버린 나는 다행히 그 이후로 돈이 나갈 일이 없었고
오히려 디너크루즈에 약간의 팁이 필요할 거라고 언질을 준 가이드 말대로
남겨둔 4달러를 현지인 팁 3달러 기사팁 1달러 서비스팁으로 탕진!
정말이지 한 푼 없이 방콕 공항에 도착했고 짤랑거리는 태국 동전은
태국 불상 기도하는 곳에 넣어 정말 주머니에 동전 하나 없이 올인!!
어쩜 돈이 없다는 불안감도 없었는지 계속되는 행운에 자신감이 붙었나 보다.
디너크루즈 탑승을 위해 항구에 모이기로 한 약속시간쯤 폭우가 미친 듯이 내렸다.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할 때쯤에 빗방울이 작아졌고
우린 그렇게 수순대로 디너크루즈 일정을 소화하고자 요트에 탑승했다.
좀 오버해서 해외의 긍정 에너지가 우리에게 흐르는 느낌이랄까?
첫째도 그 기운을 느꼈는지 탑승 전부터 기분이 업 돼있었다.
아예 젠틀맨 가족 언니 옆에 붙어서 내 옆에도 얼씬도 안 하는데 그 자유로움이 왜 이리 좋던지~~
치킨, 과자, 감자칩 등 핑거푸드를 집어 먹으며 오랜만에 나만의 시간을 보냈다.
점점 땅거미가 지고 창 밖 사원들은 하나 둘 불이 켜지는데 야경은 예술 그 자체였다.
시원한 강바람 그리고 디너크루즈는 맥주가 Free~~
애엄마라고 술을 안 마실줄 알았다면 오산.
나에게 그런 프레임을 씌우고 봤던 금주가 노부부는 내게 붙어 여행 이야기를 해댔다.
남편분 말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서 과묵한 줄 알았는데
내가 이번 여행 어떠셨어요? 란 말에 TMI
(그동안 입이 근질근질하셔서 어찌 참으신 건지~~~)
올해 독도, 울릉도, 교토, 베트남, 파타야까지 갔다 왔는데 다 별로 란다.
나는 부러워서 물어본 건데 다 똑같단다.
패키지라 그런 건지 여기 우르르 저기 우르르 가서 사진 찍고 끝.
울릉도, 독도 난 너무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본인은 다시는 안 간다며 손사래를 치신다.
이야기를 전환해서 베트남은 어떠셨어요? 하니 입맛도 안 맞고 생각보다 밥값 비싸서 싫었다고
그럼 마지막 교토여행은 어떠셨냐고? 여쭤보니 뭘 물어도 부정의 답변만 나오니
그 순간 아~ 진짜 여행은 어디를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랑 가는 것이 중요하구나 싶었다.
저렴한 패키지 와도 200% 즐기는 딸내미를 보기만 해도 행복했는데
이제는 무슨 김 빠지는 답변이 올까 두려워 질문하기 꺼릴 정도로 부정의 기운이 가득한 노부부와
대충 대화를 마무리 짓고 밝음을 찾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이 기분과 시간을 누군가에게 뺏기고 싶지 않아 아예 몸을 돌려 야경을 보면서 맥주 한잔 캬~~~
신나는 음악 소리에 여기는 유치뽕짝 관광버스분위기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낭만을 찾으면 된다.
7080 신나는 댄스음악과 아모르파티 트로트가 나와도 내 마음이 클래식이면 내 풍경은 한 편의 드라마가 된다(혼자만의 사색이 필요하고 이렇게 에너지가 내면으로 향하는 거 보면 나는 내향인이 맞는 거 같다.)
그때 내 귓가를 때리는 음악이 있었으니 싸이의 '강남스타일'
그 순간 탑승한 후 여태 어미를 찾지 않는 극 외향인 첫째가 생각났다.
아!! 이 노래 망아지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고도 남는 노래인데
지금 선상 메인 스테이지에서 춤추고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쎄한 예감.
아!!! 몰라 몰라~~~ 지금은 내 시간이야. 불안감을 억지로 떨쳐내고 야경을 주시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저기서 반팔에도 땀을 한껏 적시고 온 망아지
내 예감은 현실이 됐다.
어디서 뭘 하다 온 거야? 이렇게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엄마! 나 춤췄어!! 완전 인기인됐어!!
신나? 재밌어??
응!! 스트레스 확 풀려~~ 엄마!! 나 또 가서 춤춘다!!
내가 말릴 새도 없이 메인 스테이지로 뛰어가는 망아지를 따라가자 가관.
여기가 나이트인가 싶을 정도로 아저씨, 아줌마, 삼촌들이 다들 춤을 추는데
그 가운데 최연소 첫째 딸내미 혼자 막춤을 추는 게 아닌가~~
몸 둘 바를 모를 때쯤 독수리 5남매들이 내게 질문들을 쏟아 내는데
어디 갔었어? 딸내미 장난 아니다!!
저 끼를 어떻게 숨겼대~~
누구 닮은 거야? 자기 닮은 거야?
자기도 딴 데서 춤추고 있는 줄 알았잖아~~
아니에요. 저 뒤에 가서 야경 보고 있었어요.
그럼 누구 닮은 거야?
모르겠어요. ㅎㅎㅎ
어머나!! 딸내미 나중에 뭐라도 되겠어. 잘 키워봐!!
30분 넘게 춤바다와 춤바람을 일으키고 선착장에 도착.
나에게 다들 한 마디씩 했다.
오죽하면 다른 팀 관광객분이 오셔서 와서 '어머 너구나. 정말 잘 추더라 짱이야' 하며 엄지 척을 하기도!!
탑승한 관광버스에서도 가이드가 한마디
아까 제가 요트 타기 전에 우리 팀이 열심히 춤을 안 추면
제가 바다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했죠?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 거 같습니다!!
어린 친구가 저를 살려줬네요~~
다들 폭소!! 이 날의 기억은 첫째에게 평생 가겠지 하고 생각하니 나도 뿌듯하고 너무 재밌었다.
첫째는 여행 후 그 이야기를 내내 한다.
항상 집에선 동생에게 관심이 쏠려 서운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일행들이 자기 행동 하나하나에 웃어 주고 이뻐해 주고 머리 쓰다듬어 주고
모든 관심의 중심에 자기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다 큰 줄 알았는데 아직도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아이라는 걸 엄마가 자꾸 망각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진작 이런 기회를 못 만나게 한 게 미안할 정도.
그런데 미안함과 함께 두려운 감정도 같이 따라온다는 게 함정!!
정말이지 인싸에 관종에 극외향인인 첫째가 스무 살 이후 나이트 죽순이가 되면 어쩌나 싶은~~
통금시간 한참 지나 귀가 안 하는 딸내미를 잡으러 이 늙은 어미가 손수 나이트로 출동해야 하나 싶은 두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