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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Sep 10. 2024

폭염 속 에어컨이 고장이 났다.

올해 여름은 한반도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여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뉴스가 연신 나오던 어느 날, 친정 부모님네 에어컨이 작동을 멈췄다.

A/S기사분은 에어컨 연식이 오래돼서 견적이 100만 원은 나올 거라고 진단 내려줬고

그 가격이면 사는 게 나을 것 같다며 비수기인 올 겨울에 장만하겠다며 버티시는 친정 부모님.

그 모습이 안쓰러워 우리 집으로 피서 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으나

우리 집은 네 식구 담아내기도 벅찰 정도로 심하게 아담하다는 점이 큰 단점.


엄마!! 우리 집은 너무 작아서 그렇고
큰언니네 집에 며칠 가 있어~~

아니다~~~ 거기 가봤자 언니랑 사위 출근하면
주인도 없는 집에 아빠랑 단 둘이 덩그러니 뭐 하니!!

음... 엄마아빠 두 분 이서만 가기 그러면
아이들 데리고 우리도 같이 갈까?


결국 작년에 신축 바캉스를 허해줬던 큰언니네 S.O.S를 쳤다.

마침 첫째 학원도 방학이겠다 원래 방학 겸 친정 부모님 댁에 일주일간 가 있으려고 했는데~~~

에어컨이 고장 났는데 노약자 보호 차원(?)에서 집 좀 빌려달라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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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심 강한 첫째 언니네 부부는 흔쾌히 허락.

안 그래도 폭염 속에서 버티시는 친정 부모님이 안쓰러워 뭔가 포지션을 취해야 할 것 같았는데

잘 됐다는 반응이었다.


그렇게 8월 광복절 낀 샌드위치데이 총 3박 4일 동안

친정 부모님, 큰언니네 부부,  푸파파 일가족 4명 이렇게 8명의 동거는 시작됐다.

첫째 날은 큰언니네 아파트 단지 근처 박물관

둘째 날은 큰언니네 아파트 단지 내 물 놀이터

셋째 날부터 비도 오고 오늘 하루 뭐 해야 하나 고민 중에

큰언니네가 힘들어하거나 친정 부모님이 불편해하면

낯선 이 동거를 끝내고 돌아갈까 해서 친정엄마에게 본가로 그만 돌아갈까 하고 의사를 넌지시 여쭤보니

에어컨 바람 쐬니 여름 피서 온 거 같다며 원래 계획대로 3박 4일 계시다 가신다고 하셨다. ㅎㅎㅎ

역시 방 2개의 작은 우리 집에 있다가 방 3개에 널찍한 거실에서

아이들과 복작복작거리지 않고 있다 보니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었다.~^^


자유영혼에 역마살이 낀 우리 친정 식구들은 라이프스타일도 제각각이라 각자 일어나는 시간도 다양.

일어나는 순서대로 다들 아침 산책이나 운동을 나간다.

친정부모님이 아침 운동을 나가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사 온 고등어로 아침밥상 고등어구이로 해결

또 오후 운동 나가셨다가 따 온 호박잎으로 엄마표 된장찌개로 또 한 끼 해결!!

나도 집에 어른들이 많으니 자는 아이들을 두고 나와도 된다는 게 너무 좋았다.

아침 7시마다 알람 없이 눈이 떠져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모자 눌러쓰고 무작정 집 밖을 나와 산책을 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올 때 슈퍼에 들러 해물모둠, 소면을 집어 와

낮에는 잔치국수, 저녁에는 해물파전을

엄마와 딸 둘이 분주하게 주방에서 움직이는 덕분에

합숙 3박 4일 동안 가장 걱정됐던 삼시 세 끼를 너무나 잘 헤쳐나갔다.

엄마는 주로 요리 담당, 큰언니는 식탁 정리, 막둥이 나는 설거지.

미리 역할을 말 맞춘 것도 아닌데 이게 몇 십 년 한 지붕에서 살다 나온 짬밥인가 보다. ㅎㅎㅎ


비도 오는 셋째 날 집에서 뭐 할까 고민하다 생각난 화. 투. 치. 기.

평소 애처가인 형부는 노름판 위에서는 부부도 없다며 반전 때리는 사기급 화투 실력!!!

친정 엄마는 취미생활이었던 모바일 고스톱 게임으로 어느새 타짜 실력까지 섭렵!!

두 타짜에게 먹잇감이 된 게임 잘 못 하는 자매 둘.

결국 동전 밑 전 다 털리고 이긴 사람이 딴 돈으로 치킨 골든벨!! 치맥으로 저녁까지 해결했다~

어른들은 어른들의 놀이에 빠지고 애들은 애들끼리 노는데 TV를 틀지 않아도 오디오가 비지 않게

집안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 웃음소리와 연신 재잘거림.

평소 주말엔 첫째가 터울 많이 나는 둘째와 놀기보단 친구들과 놀거나 친구들과 통화로 시간을 보냈는데

여기 오니 놀 상대가 눈 씻고 찾아봐도 동생 강아지 밖에 없네~~~

어찌나 잘 놀아 주던지 역시 궁하면 통한다고 가끔 이렇게 고립된 공간이라도 만들어서

둘이 놀게 해야겠단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나중에는 귀가 먹먹할 정도.

가정의 평화와 마음의 안위를 위해 첫째 형부가 큰언니에게 선물한 명상용 싱잉볼을 단박에 찾아내는 신상녀 첫째!!


이모!! 이거 뭐예요?

잠자리 들기 전이나
잠자리에 일어났을 때 사용하는데
싱잉볼을 치고
오늘 하루 감사합니다.
합장하며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갖는 데 쓰고 있어~~~

그걸 옆에서 묵묵히 보고 듣더니 자기 전, 일어날 때마다 스스로 싱잉볼을 치고 합장하는 강아지 둘째.

저거 새 거인데 물어줘야 하나 싶을 정도로 싱잉볼로 난타를 시전 하는 망아지 첫째 ㅠㅠ

세상 시끄러운 싱잉볼 알람 소리로 친정식구들을 강제 기상하게 만들고

한 시도 가만히 안 있는 첫째에게 벌칙으로 조식 당번이라는 지령을 내렸다.

첫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요리 계란토스트로 마지막 날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식구가 많아 호떡집에 불나 듯 불티나게 팔리면서 한 시간 만에 식빵 한봉다리 SOLD OUT!!


아침부터 싱잉볼 난타로 고막을 울리게 하더니

요리하면서도 수다 삼매경으로 마지막 날 아침까지 부산스러웠던 첫째 망아지.

아직 오전 10시 밖에 안 됐는데 벌써 오후 2시는 된 것 같은 이 기 빨린 느낌은

나만 드는 게 아니라 우리 친정식구들 모두 느꼈으리라...

난장판 된 주방도 치워야 하고 3박 4일 동안 펼쳐 놓은 짐도 싸야 하는데

일 순위로 아이들을 일단 치워야(?)겠다는 생각이ㅎㅎㅎ


쭈마마는 남아서 친정식구들과 마저 다 정리하고 친정부모님 차를 타고 귀가하겠다고 계획을말하고

친정식구들의 염원을(?) 담아 푸파파에게 아이들을 먼저 데리고 가라고 쫓아내 듯이 귀가조치 완료!!


주방 정리에 방 청소에 친정 식구들과 함께 후다닥 해치우고

드디어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여유롭게 식탁에 모여 커피 한잔 하는데

뭔가가 허전하다 싶은 것이 이상한 기분은 뭐지~하고 생각해 보니

지금 이 순간 아이들이 한 공간에 없다는 것!


아이들이 없으니 너무 좋다. 아!! 조용하고 살 것 같아~~

그런 소리 말아라!!
아이들이 일주일만 없어봐라-
얼마나 심심하고 보고 싶을 텐데~~


그럼 일주일만 아빠가 아이들과 살아 봐~~

하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친정 아빠ㅎㅎㅎㅎㅎ

아직까지 싱잉볼 소리에 불난 호떡집 주방 소리에 귀가 먹먹하다는 큰언니


  언니, 소름인 건 뭔지 알아?
 둘째는 한 마디도 안 했다는 거야!!


망아지 첫째가 싱잉볼을 칠 때도 가만히 옆에서 묵념한 둘째.

망아지 첫째가 주방이랑 식탁에서 횡보하며 요리하고 연신 재잘재잘 떠들 때도

강아지 둘째는 전 날 다이소에서 산 캐치티니핑 색칠 공부만 얌전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떠난 후 삼십 분간 계속된 이명 첫째 한 명 분의 소음공해였다는 사실!!

그 말에 또 소스라치게 놀라는 친정 식구들!!ㅎㅎ

( 역시 첫째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한 듯하다~~ )

합숙 내내 둘의 대조되는 성향에 친정식구들의 웃음을 연신 자아냈으니

둘째 날 단지 내 놀이터에서도 에피소드가 생겼었다.

물놀이터에서 한 시간 반쯤 놀았을 때쯤

그늘에서 쉬고 있는 나에게 다가오는 평소 체력이 약한 둘째 강아지!!


    < 죠스처럼 둘째 강아지를 노리는 첫째 망아지 >


엄마!! 나 이제 그만 놀고 싶어~~

왜? 힘들어?!

언니는 아직 놀고 있으니깐 이번 타임까지 30분만 더 있다 가자.
기다리는 동안 엄마랑 같이 그늘에서 쉬자

응!!

첫째야!! 이번 타임까지만 놀 거야!! 30분만 더 놀 수 있어!!

왜??


매번 "응!!"이라고 대답하는 순둥이 둘째랑

항상 "왜??"라고 되묻는 망아지 첫째와

너무나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고 친정식구 모두 각자도생3박 4일 합숙 여름휴가!!

올해도 잊지 못할 추억 조각 잘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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