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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형 Jun 12. 2024

작은 것 속의 큰 것

<화체개현>

아무 생각 없이 뭔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 이런 ‘멍때리기’가 정신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불멍, 풀멍, 물멍 등 종류도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꽃멍을 한 번 해봅니다. (2분 30초)   



https://youtu.be/WmHvY6n1WLU?si=s6zRfMaqE_T0aCML



           

실눈을 뜨고 벽에 기대인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짧은 여름밤은 촛불 한 자루도 못다 녹인 채 사라지기 때문에 섬돌 우에 문득 석류꽃이 터진다.     


꽃망울 속에 새로운 우주가 열리는 파동! 아 여기 태고적 바다의 소리 없는 물보래가 꽃잎을 적신다.     


방안 하나 가득 석류꽃이 물들어온다. 내가 석류꽃 속으로 들어가 앉는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 조지훈, <화체개현>          






바깥은 여름입니다. 녹음이 우거지고, 꽃은 화사합니다. 그 아름다움을 몰랐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까지 무심히 지나쳐 왔습니다.      


조심스레 다가가 가만히 봅니다. 그 작은 봉우리에 우주가, 생명이, 신비가 담겨 있습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것입니다.        


세상은 역동적이고 삶은 복잡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여러 일을 겪으며 마음이 어지럽습니다. 이런 세상이기에 아름다움을 찾는 노력은 더욱 필요합니다. 삶을 밝혀가는 건 결국 본인의 몫이고, 어른이 되어도 꼭 필요한 건 감수성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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