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는 왜 괴롭힘을 그렸나
퍼스트 오더를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라스트 제다이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이 영화에서 퍼스트 오더가 벌이는 핵심 갈등은
이 추격은 이상합니다.
퍼스트 오더는 압도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끝내려면 끝낼 수 있습니다.
느리게 따라오고, 도망칠 틈을 남기며,
상대를 지치게 만들 뿐입니다.
이건
전투에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협해야 하고,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빼앗는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라스트 제다이의 추격전에는
그 어떤 명분도 보이지 않습니다.
남아 있는 것은
도망치는 쪽의 소모와,
쫓는 쪽의 과시뿐입니다.
이 순간,
퍼스트 오더는 제국의 후계자가 아니라
단순한 가해자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선택은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연출로 보입니다.
라스트 제다이는 퍼스트 오더가
얼마나 허망한 집단인지를
‘전쟁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그들이 지배하는 세계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통치는 일상이나 질서로 묘사되지 않습니다.
오직 폭력의 제스처만 반복될 뿐입니다.
이들이 지배하는 세계는
보여줄 가치조차 없다는 듯이.
그래서 퍼스트 오더는
위대하지도, 두렵지도 않습니다.
잔혹하지만 공허하고,
거대하지만 의미가 없습니다.
이 축소는 의외의 방식으로 시작됩니다.
아크바 제독은
스타워즈에서 다양성과 연합을 상징하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라스트 제다이는
그를 영웅적으로 기리지 않습니다.
사건처럼, 가볍게 처리합니다.
이 장면은 선언에 가깝습니다.
이 영화는 더 이상
과거의 상징과 신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
문제는,
이 선언이 설명 없이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이야기는 급격히 작아집니다.
라스트 제다이는
퍼스트 오더와 연약해 보이는 여성 지휘관 집단을 대치시킵니다.
그러나 이 대치는
새로운 세계의 설계라기보다,
기존의 ‘강함’이 얼마나 비어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대비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저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이 순간, 분석은 사라지고 선언만 남습니다.
그래서 라스트 제다이에서
‘전쟁’은 더 이상 전쟁이 아닙니다.
가치를 걸고 싸우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남는 것은
출구 없는 추격과 소모전,
그리고 관계가 아닌 권력의 연장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스타워즈처럼 보이지만,
스타워즈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퍼스트 오더의 허망함을
이보다 분명하게 보여주는 방식도 드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선택은 질문을 너무 빨리 끝내 버립니다.
왜 이런 집단이 등장했는지,
왜 이런 허무주의가 생겼는지,
그 질문들은 더 이상 다뤄지지 않습니다.
그 결과,
다음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죽은 파시즘을 다시 불러낼 수밖에 없게 됩니다.
공허하다고 선언만 해서는,
서사는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로 읽는 마음 #1
스타워즈 시퀄 트릴로지에서 읽는 마음
1-1. 카일로 렌은 왜 끝내 아무 역할도 되지 못했을까
1-1+. 퍼스트 오더: 제국의 흉내도 낼 수 없었던 집단
1-2. 전쟁이 사라진 자리에서 : 라스트 제다이의 불편한 마음
1-3. 완결된 신화를 다시 열다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선택한 봉합의 방식
1-4. 레이의 마음 : 자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자아를 가질 수 없었던 주인공
1-5. 너무 이른 실패, 그러나 다시 읽어야 할 질문
[ 하나씩 사라지는 혁명군. 끝내지 않는 추격의 반복은 퍼스트 오더가 어떤 집단인지를 가장 잘 보여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