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시퀄을 마음으로 다시 읽는 이유
깨어난 포스로 시작하여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로 봉합된 이야기.
스타워크 시퀄 트릴로지는
오랫동안 실패한 시리즈로 불려 왔습니다.
이야기는 흔들렸고, 감독의 시선은 일관되지 않았으며,
서사는 끝내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하지 못했습니다.
이 평가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 시퀄을 정리하기에는,
이 시도가 건드린 지점이 너무 큽니다.
시퀄이 실패한 이유는
스타워즈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스타워즈를 신화에서
현실 사회의 감정으로 끌어오려 했기 때문입니다.
오리지널 스타워즈는 분명한 신화였습니다.
폭력과 공포로 질서를 유지하려는 제국,
그에 맞서는 레지스탕스.
선과 악은 명확했고,
전쟁은 자유와 억압이라는 가치를 건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시퀄은 이 구조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묻습니다.
신화가 끝난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영웅과 전쟁을 가질 수 있는가?
새로운 시대는 누가 이어가야 하는가?
이 질문은 대단히 현대적이지만,
동시에 스타워즈라는 틀에는 지나치게 무거운 질문이었습니다.
깨어난 포스에서 카일로 렌은
과거를 숭배하지만 살아내지 못하는
허무주의의 얼굴로 등장합니다.
그는 악의 계승자가 아니라,
의미를 잃은 세계에서 강함의 이미지만 붙잡은 인물입니다.
이어지는 퍼스트 오더는
체제가 아니라 제스처로 존재하는 집단입니다.
그들은 제국을 흉내 내지만,
지배할 세계도, 지킬 질서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파시즘의 귀환이 아니라,
파시즘이 더 이상 체제가 될 수 없게 된 시대의 잔상에 가깝습니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이 허망함을 가장 급진적으로 밀어붙입니다.
전쟁은 전투가 아니라 괴롭힘으로 축소되고,
우주를 건 전쟁, Star Wars는 사라집니다.
퍼스트 오더가 지배하는 세계는
의미가 없다는 듯 아예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말이지요.
이 선택은 날카로웠지만,
그만큼 서사를 급격히 축소시켰습니다.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이 축소를 봉합하려 합니다.
질문을 확장하는 대신,
이미 완결된 신화를 다시 불러옵니다.
그 결과,
명확한 악, 명확한 결전, 명확한 계승.
이는 복원이 아니라 마무리,
봉합이었습니다.
적어도 '스타워즈'란 제목에 어울리는
화려하고 거창한 연출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극장을 나오면서 느끼는 건
통쾌함보다 의문이었습니다.
이야기는 닫혔지만,
왜 이런 허무가 생겼는지는 끝내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레이는
이 모든 선택의 결과로 남은 인물입니다.
그는 밋밋해서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복잡해진 사회와 흔들리는 서사 속에서
자아를 형성할 시간을 얻지 못한 주인공이었습니다.
루크가 명확한 목표를 향해 성장한 신화적 영웅이었다면,
레이는 의미가 붕괴된 세계에서
주변의 기대와 공백에 의해
영웅으로 만들어진 인물입니다.
이렇게 보면 시퀄은
하나의 망작 시리즈가 아니라,
서로 다른 해법들이 충돌한 기록에 가깝습니다.
허무주의를 그리려 했고
신나치적 집단을 포착하려 했으며
전쟁의 의미가 사라진 시대를 보여주려 했지만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스타워즈라는 신화의 틀 안에서
끝까지 감당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시퀄은 실패했습니다.
시퀄 트릴로지가 많은 팬들에게 외면당한 이유는,
사실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허무주의의 시대,
질서가 흔들리고 삶이 버거워질수록
사람들은 종종 ‘신화의 낭만’을 바라곤 합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추억이 있어.”
“그때의 이야기는 아직 유효하지 않을까.”
과거가 여전히 의미 있음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사랑했던 과거가
아직도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마음말입니다.
20년 만에 시퀄이 시작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스타워즈에 바로 그것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시퀄은 그 기대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시퀄은 신화가 아니라 대신 스타워즈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동시대 감성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과거의 스타워즈가
한 소년의 성장을 통해
자유와 다양성의 '가치'를 보여주었고,
한 소년의 실패를 통해
혼란 속에서 파시즘이 탄생하는 ‘현실’을 비추었듯,
시퀄은 허무주의와 분열로 가득한
시대의 얼굴을 정면으로 그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시퀄은
그 질문을 신화와 낭만의 언어로 감싸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시퀄 트릴로지는
‘낭만’을 기대한 관객들에게
'허무의 폭탄'을 던지고 말았습니다.
당시 많은 이들이
이 선택을 불쾌함이나 모욕처럼 받아들인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렀습니다.
체제가 아니라 제스처를 숭배하는 정치,
분노의 이미지가 질서를 대신하는 장면들.
이제 우리는
시퀄이 그리려 했던 세계를
현실에서 마주하고 있습니다.
시퀄은 미래를 예언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는
너무 이르게 건드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
스타워즈 시퀄은 다시 볼 가치가 있습니다.
답을 주기 때문이 아니라,
질문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시퀄 이후의 스타워즈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요.
그것은 시퀄처럼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못할 것입니다.
퍼스트 오더처럼 아무 목표도 없이
순간적인 승리와 분노의 해소를 위해 폭력을 휘두르는 시대,
허무와 극단이 일상이 된 세계.
이 피곤하고 힘겨운 세계에서도
그 안에서 여전히 선택할 수 있는 가치와
붙잡을 수 있는 낭만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이야기,
스타워즈를 기대하는 많은 이의 마음을 생각하고,
이에 응하는 이야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야기로 읽는 마음 #1
스타워즈 시퀄 트릴로지에서 읽는 마음
1-1. 카일로 렌은 왜 끝내 아무 역할도 되지 못했을까
1-1+. 퍼스트 오더: 제국의 흉내도 낼 수 없었던 집단
1-2. 전쟁이 사라진 자리에서 : 라스트 제다이의 불편한 마음
1-3. 완결된 신화를 다시 열다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선택한 봉합의 방식
1-4. 레이의 마음 : 자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자아를 가질 수 없었던 주인공
1-5. 너무 이른 실패, 그러나 다시 읽어야 할 질문
[ 허무와 해체, 그리고 봉합이 한 화면에 겹쳐진 모습.
시퀄이 끝내 정리하지 못한 질문들이
이 혼잡한 이미지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
( Star Wars / Lucasfilm, Disn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