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한한 선택이 가져다주는 무의미한 흔들림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새로운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이끌었던
토니 스타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왜 MCU는 망하고 있나?
과장된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전처럼 MCU가
모두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관객들도 점차 떠나가고,
작품이 나와도 화제가 되지 않습니다.
대체 MCU에 무슨 문제가 생긴걸까요?
어떤 이들은 말합니다. MCU가 지나치게 확장되었다.
또 다른 이는 말합니다. 슈퍼 히어로물이 너무 많아서 지쳤다.
그리고 또 다른 이들은 전보다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해석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MCU는 지나치게 많이 나왔고,
너무 확장되었으며,
일부 작품 완성도는 전보다 훨씬 떨어집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이 문제를 보고 싶습니다.
바로, MCU가 성공했던 이유,
MCU를 보고 싶었던 마음의 문제에서 말입니다.
사람들이 MCU라고 부르는 하나의 세계.
그 세계에는 여러 감정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토니 스타크라는
흔들리는 마음을 가진 단 한 사람의 감정선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피니티 사가를
‘아이언맨 유니버스’라고 부른 것입니다.
MCU,
그리고 마블이나 DC의 슈퍼히어로 시리즈는
하나의 인물,
하나의 감정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각기 다른 고민과 선택을 지닌
여러 인물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들 이야기는 이따금
'크로스오버'라고 불리는 큰 사건을 통해
하나의 세계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러 작품이 모여 있는 집합체입니다.
'크로스 오버'는
그 작품과 인물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되는 이벤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그 이야기에는 항상
중심이 되는 누군가가 존재합니다.
갈등은 그 인물을 중심으로 벌어지며
다른 수많은 인물들은
그 이야기에 합류합니다.
수많은 인물이 나오지만,
그 중심에 누군가가 있기에
우리는 그 마음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수많은 설정이 나오지만,
그 중심 인물의 설정, 그 전제가 지켜지기에
우리는 그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서 볼 수 있습니다.
'인피니티 사가'라고 불리는
크로스오버 이벤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수많은 슈퍼 히어로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토니 스타크,
강철 가면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숨긴
한 인물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마음, 그의 설정,
그리고 그 전제를 바탕으로
우리는 여러 이야기를 함께 보았습니다.
인피니티 사가는 하나의 전제 위에 서 있었습니다.
“이번 선택이 전부다.”
실패하면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동료를 잃으면 그 상실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의 선택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토니의 말 한마디,
스티브의 결정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밀어붙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긴장했습니다.
그러나 멀티버스 사가는 조금 다른 전제를 제시합니다.
“가능성은 무수히 존재한다.”
실패해도 다른 우주가 있고, 다른 선택이 있고, 다른 버전이 있습니다.
캉이라는 존재는 그 구조를 상징합니다.
시간은 반복되고, 세계는 분기되고,
결과는 수정될 수 있습니다.
이 설정은 흥미롭습니다. 확장 가능성도 큽니다.
그러나 동시에 선택의 무게를 가볍게 만듭니다.
인피니티 사가에서 토니 스타크의 선택은 유일했습니다.
그가 아닌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멀티버스 구조 안에서는 한 선택이 유일하지 않습니다.
이 우주에서 실패해도 다른 우주가 있습니다.
이 구조는 상상력을 넓히지만, 감정의 압축을 약화시킵니다.
우리가 울었던 이유는
그 선택이 단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토니 스타크는 하나의 감정 축이었습니다.
불안했고, 흔들렸고, 자신을 의심했고,
그럼에도 선택했습니다.
그가 사라진 뒤 MCU는 세계를 넓혔습니다.
그러나 중심은 옅어졌습니다.
세계는 많아졌지만 따라갈 한 인간의 축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항상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그 캐릭터의 마음이 우리를 붙잡습니다.
우리는 종종 액션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전투, 압도적인 스케일, 화려한 능력.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결국 한 인간의 선택입니다.
망나니에 가까웠던,
어린애나 다를바 없던 한 사람이
두려움 속에서 책임을 배우고, 통제를 내려놓고,
함께 싸우는 법을 익혀가는 과정.
그래서 인피니티 사가는
거대한 유니버스의 이야기이면서도
한 인간의 기록이었습니다.
멀티버스는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질문은 남습니다.
우리는 정말로
다양한 이야기를 보고 싶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다시 한 번 끝까지 따라갈 수 있는
한 사람의 마음이었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아이언맨의 마음을 기준으로
그 이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야기로 읽는 마음 2. 마음으로 다시 읽는 인피니티 사가
2-1. 토니 스타크는 왜 인피니티 사가의 얼굴이 되었을까? — 흔들리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야기
2-2. 강철 가면 아래 감추어진, 책임이라는 두려움 — 홀로 세상을 지키려는 강박
2-3. 시빌워. 영웅의 싸움처럼 보이는 감정의 균열 — 옳음과 감정에서 충돌하는 마음
2-4. 돌아보지 않는 확신이 낳은 빌런, 타노스의 마음 — 확신을 지키고자 세상을 부정하는 마음
2-5. 신념에서 시작한 캡틴 아메리카의 변화 — 신념과 신념 사이에서, 서로를 지켜준 마음
2-6. 토니 스타크, 마침내 혼자가 아니었던 선택 — 확신을 내려놓은 자리에서, 한 걸음 나아가는 마음
2-7. 멀티버스 사가는 왜 우리 마음을 흔들지 못했을까? — 무한한 선택이 가져다주는 무의미한 흔들림
[ 무한한 세계가 펼쳐졌지만,
끝까지 따라갈 한 사람의 마음은 보이지 않습니다. ]
(Marvel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