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말하는 정치 1. 진보와 보수로는 말할 수 없는 마음
앞선 글에서 미국 사회를 살펴보며,
라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한국 정치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가능합니다. 안정을 바라는 시민들이 왜 불안을 자극하는 선택을 하는가, 그리고 그 선택이 왜 특정 정당으로 모이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보수 정당, 현재의 '국민의힘'당은 오랫동안 ‘보수=안정’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존재해 왔습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기를 거쳐 민주화 이후까지, 국가 운영의 경험과 관료 시스템을 장악해 왔다는 점에서
“보수는 유능하다”,
“보수는 나라를 안정시킨다”
는 인식이 널리 공유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선전이라기보다,
오랜 집권 경험에서 비롯된 관성에 가까웠습니다.
실제로 민주정 체제의 초기에는 이런 위임 구조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작동합니다.
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은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선택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안정은 중요한 가치가 됩니다.
한국에서도 민주화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이러한 인식은 유지되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이후, 흔히 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는 정당이 집권을 반복하며 여당으로서의 시간을 길게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이후 보수 진영에서 박근혜, 윤석열 정부가 등장했지만, 많은 시민에게 이 시기는
“안정되었다”기보다는 “혼란스러웠다”는 기억
으로 남았습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변화가 발생합니다.
과거에는 “안정을 원하면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는 공식이 비교적 명확했다면,
이제는 안정을 원하지만 어느 쪽도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 결과, 안정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이지만, 그것을 실현해 줄 주체에 대한 확신은 약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 힘'당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메시지는 ‘안정’ 그 자체라기보다, 위협과 불안의 강조입니다. 경제 위기, 안보 위협, 사회 질서의 붕괴 가능성 등이 끊임없이 제시됩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는 불안을 조장하는 전략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금이 위험하니, 누군가는 이 혼란을 막아야 한다”
는 호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의 역설이 나타납니다.
입니다.
안정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고 느낄 때에는 변화의 언어가 설득력을 갖지만,
안정이 흔들리고 있다고 느낄 때에는 강한 경고와 단순한 해법이 오히려 마음에 와 닿기 쉽습니다.
이 때문에 '국민의 힘'당을 지지하는 모든 시민을 전통적 의미의 ‘보수주의자’로 묶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이 선택은 이념적 동의라기보다,
불안한 상태에서 보이는 즉각적 반응이거나,
오랫동안 반복된 선택이 관성처럼 이어진 결과에 가깝습니다.
양쪽 모두 불안정해 보이고, 어느 한 쪽이 나아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익숙한 선택을 반복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장기간의 집권이 필요하다'라는 발언이 자주 나오는 것도,
지속성과 안정이 보장되어야 안심하는 시민의 정서를
전제로 한 메시지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협적인 메시지가 누적되어 불안이 계속되면, 안정을 바라는 사람들은
“지금은 바꾸기보다는 버텨야 한다”,
혹은
“적어도 더 나빠지지는 않게 해야 한다”
라는 감정이 작동합니다.
그 결과가 기존의 지지를 지속하는 형태로 나오곤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정서가 전통적 보수 담론과도 어긋난다는 사실입니다.
전통적 보수주의는 점진적 변화와 제도의 신뢰, 예측 가능성을 중시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 현실에서는, 보수 정당조차 불안을 통해 지지를 결집하는 방식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국민의 힘'당이 보수라는 안정성을 대표한다기보다,
질서에 대한 반동, 안정에 대한 불안을 매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지금의 한국 정치에서 특히 고연령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보수 정당 지지는 단순히
“보수적 가치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안정에 대한 갈망이 갈 곳을 찾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선택이 실제로 안정을 가져오는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선택이 어떤 감정과 인식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안정 추구의 관성’이 장기간 누적되었을 때 어떤 정치 구조로 굳어지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일본이라는 사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마음이 말하는 정치 이야기
1. 진보와 보수로는 말할 수 없는 마음
1-1. 젊은 남성이 보수화되었다는데, 정말 그럴까요?
1-3. 미국, 헌법의 나라에서 혁명을 기대하게 된 이유
1-4. 안정을 바란다면서, 왜 불안을 선택할까? ~한국의 보수 정당 지지 다시 바라보기~
1-6. 우리는 정말로 진보와 보수 중에서 선택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