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성이 보수화되었다는데, 정말 그럴까요?

마음이 말하는 정치 1. 진보와 보수로는 말할 수 없는 마음

마음이 말하는 정치 이야기

1. 진보와 보수로는 말할 수 없는 마음


1-1. 젊은 남성이 보수화되었다는데, 정말 그럴까요?


요즘 시사 프로그램이나 기사들을 보면

‘젊은 남성의 보수화’

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마치 이미 결론이 난 이야기처럼 반복되죠.


젊은 남성들이 보수 정당을 지지하고, 온라인에서 공격적인 언어를 쓰며, 기존의 진보 담론에 강하게 반발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설명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딘가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정말 이 현상을 ‘보수화’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보수라는 말은 원래

"전통을 지키고,

급격한 변화를 경계하며,

지금까지 잘 작동해온 질서를 가능한 한 유지하자는 태도"

를 뜻합니다.


한 번에 뒤집기보다는 점진적으로 고치고,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검증된 현재를 선택하는 입장입니다.

다시 말해서, 안정을 추구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젊은 남성들이 흔히 말하는,

“좋았던 옛날로 돌아가자”

라는 말은 겉보기에는 보수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과거의 질서, 과거의 규범, 과거의 역할 분담을 회복하자는 주장이니까요.

그래서 젊은 남성들의 목소리가 보수처럼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은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자는 말일까요?

아니면,

지금의 질서가 잘못되었으니 한 번 크게 바꾸자는 말일까요?


사실 “과거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지금의 사회 구조를 그대로 두자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의 상태가 불공정하고, 이미 망가졌으며,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안정의 요구라기보다는 상당히 급진적인 변화 요구에 가깝지 않을까요?


여기서 ‘젊은 남성의 보수화’라는 설명은 조금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젊은 남성들이 현재 사회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점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취업, 주거, 경쟁, 인정, 역할에 대한 혼란까지 여러 층위에서 좌절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불만이 옳으냐 틀리냐가 아니라, 왜 지금, 이런 방식으로 표출되는가입니다.


지금 사회는 과거의 격변기와 비교하면 비교적 안정된 상태에 있습니다.

전쟁이나 혁명, 제도의 붕괴가 일상적인 시대는 아닙니다.

제도는 유지되고, 일상은 반복되고, 큰 틀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런 ‘안정된 세계’에서 젊은 세대가 강한 불만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변화의 여지는 적고, 경쟁은 일찍 시작되며, 자기 몫을 증명해야 할 시간은 점점 앞당겨지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서 젊은 여성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젊은 여성들 또한 현재 사회에 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다를 뿐입니다.

불만은 공유되지만, 그 불만이 향하는 방향은 같지 않습니다.

그 결과, 젊은 남성은 보수적, 젊은 여성은 진보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근본에 있는 마음은 결국 '사회가 바뀌었으면 좋겠다.'이죠.


그래서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상은 단순히

‘젊은 남성이 보수화되었다’

고 말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것은 안정에 대한 집착일까요,

아니면 지금의 질서를 부정하는 신호일까요?


‘보수화’라는 익숙한 말이 이 복잡한 감정과 선택을 정말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지,

조금 더 다른 언어로 다시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젊은 남성의 보수화'라는 말이 적합하지 않다면,

그들이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상황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그 마음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이 말하는 정치 이야기

1. 진보와 보수로는 말할 수 없는 마음


1-1. 젊은 남성이 보수화되었다는데, 정말 그럴까요?

1-2. 변화를 바라는데, 왜 보수 정당을 선택할까?

1-3. 미국, 헌법의 나라에서 혁명을 기대하게 된 이유

1-4. 안정을 바란다면서, 왜 불안을 선택할까? ~한국의 보수 정당 지지 다시 바라보기~

1-5. 일본, 위탁된 안정의 장기 귀결

1-6. 우리는 정말로 진보와 보수 중에서 선택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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