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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mhell Jul 27. 2023

입사 첫날 기억나? (리미편)

인생은 원래 호락호락하지 않는기라

망했다..!


나의 첫 직장이 있던 곳. 첫 직장은 이후로 이사를 두번이나 했다. 출처: 네이버지도

입사 첫날 빌딩 숲에서 길을 잃었다!

출근 시간은 이미 10분이나 지났고, 초조함 불안함이 내 속에 가득 찼다.

나름 길 찾는 건 자신 있고, 여행지에서도 길을 곧잘 외우던 나인데..

입구만 5개였던(?) 회사 건물 앞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헤매고 말았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대표님께 전화를 했다.

나의 첫인상은 길치에 햇병아리였을 거라 생각하며 길 위에서 대표님을 기다렸다.

저기 멀리서 화상면접 때 보았던 대표님이 보였다.



그게 첫 직장에서 대표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사무실 자리에 앉으니

밤새 시뮬레이션했던 일잘러의 회사생활은 나를 비웃기나 하듯이 기억도 나지 않았다. 업무는 고사하고 동료분들 이름 외우기도 어려웠다.

그땐 5명이였는데, 그 중에 3명이 JA-로 시작했다.


제이콜, 제이콥, 제이드...


나는 이름 외우는 게 가장 오래 걸렸기에 사력을 다해서 외웠던 기억이 난다.

첫날은 동료분들과 1:1 면담하는 시간으로 보냈던 것 같다.

(하루종일 긴장한 탓에 첫날의 업무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나는 UXUI 디자이너로 개발자와 협업이 잦은 직무이다.

하지만 입사 전 개발자와 협업은 딱 한번 해봤고, 그마저도 기획 논의위주였다.

그렇게 개발자분들과의 면담시간이 다가왔고, 나이뿐만 아니라 신입이라는 위치가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여긴 돈을 내고 다니던 대학과는 달랐고, 제 몫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옥죄였다.

개발자분이 먼저 입을 여셨다.



"개발자분들과 어떻게 협업하셨나요?"



없었다.

사실 그 경험이 적기에 노력 중이라고 면접 때 이야기를 했었다. UXUI디자이너로 들어온 사람이 개발자와 협업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게 상상이 가질 않으셨을 것 같다. 지금의 내가 봐도 스스로가 무슨 자신감으로 회사를 갔는지..


나의 업무 방식에 맞춰주시려는 배려가 가득한 질문도 그때의 나에겐 큰 짐이였다.


'많이 해보진 못했고, 배워가고 있습니다.‘


모든 걸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단번에 두려움과 부끄러움으로 바뀌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부정적인 생각만 머리에 떠돌았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대표님은 첫날이라며 갈빗집을 가자고 하셨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고기, 고기러버!가 바로 나다.

하지만 고기는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그저 목구멍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식사가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칫솔치약을 가져오지 않은 게 생각났다.


또 사무실을 못 찾아갈까 긴장하며 주변 편의점에 들렀다. 단순히 편의점을 갔다 오는 것인데도 길을 좀 헤맸던 것 같다. 생각보다 공유오피스는 컸고, 그 속에 있는 우리 사무실을 찾기가 어려웠다.



"엥? 무슨 케이크예요?"



사무실에 돌아오니 마치 생일파티를 한 듯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알고 봤더니 나의 입사날은

대표님의 탄생일이었던 것!

나를 기다리다가 시간이 오래 걸리자 먼저 파티를 했다고 했다.



'참된 민폐덩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사 첫날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입사키트를 책상에 놓아주는 대표님의 모습에

면접 때 당당하게 어필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땐 정말 자신 있었다.

나 정도면 괜찮은 인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했다.

'나 잘릴지도 몰라'

배울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모든 게 막막하게 다가왔다.


작아진 나는 퇴근길 실시간 강의를 신청한 채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늘의 꿀팁

사회초년생들은, 신입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모든이들은,
서툰게 당연합니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자책하고, 그래서 모든 일이 막막하게 느껴지더라도 
일상은 흘러가고, 세상은 돌아가더라구요.
즉, 막막했던 일도 결국 풀리게 되더라구요.

기죽지 맙시다.
기죽을땐 '어쩔건데? 꼬우면 온보딩 잘해주던가~'
마인드로 당차게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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