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mhell Aug 10. 2023

스타트업, 1인 디자이너, 신입의 첫 휴가 (먕먕편)

아주 절묘한 조합, 신입 디자이너에게 첫 휴가란..?

[목차]

1. 극초기 스타트업, 1인 디자이너, 신입의 첫 휴가

    - 생각보다 휴가를 맘 편히 보내기 어렵더라.


2. 그냥, 나를 위해 휴가 내보기

    -아무 이유 없이 하루만 나를 위해 시간 내보기.



1. 극초기 스타트업, 1인 디자이너, 신입의 첫 휴가


회사에 처음 들어가자마자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정신없게 보냈다. 위에 말한 조건대로 신입치곤 정말 막대한 역할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서비스를 책임질 디자이너가 나 혼자 뿐이었기 때문.


그래서 휴가는 정말 생각도 안 했다. 우리 회사는 무제한 연차가 가능했는데도 말이다. (이래서 스타트업 복지가 좋나 보다. 어차피 못쓰니까)


그러다 누구나 휴가를 가는 성수기 시즌이 오자 우리 가족들은 내가 취업도 했으니 한 번 놀러 가야 하지 않겠냐 했고, 그렇게 가족 휴가를 위한 연차를 내게 되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편할 수 없었다. 입사일로부터 3개월 만에 앱을 출시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와이어프레임-UI디자인-GUI디자인을 하면 개발자들과 작업을 진행하고, QA부터 출시 작업까지... 앞으로 남은 일들이 빽빽하게 많았기 때문이다.


한 3일가량 휴가를 냈던 것 같은데, 직전날까지 계속 일했고 팀원들은 얼른 쉬라고 했다. (하지만 쉴 수 없었다.. 왜냐면 난 쪼랩 디자이너이기 때문...! 휴) 그렇게 휴가 날이 와버렸고, '슬랙 절대 안 볼 거야!'라고 당당하게 다짐했던 내 마음은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괜히 무슨 일 안 터졌을까, 빨리 보완해야 할 건 없을까 등등. 계속 일이 아른거렸다.


어찌 보면 수습기간조차 끝나지 않았던 내게 너무 버거웠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는지 슬랙의 알림을 모두 확인하고 편하게 휴가를 보내고 싶었나 보다. 근데 이거 참 정신적으로 스트레스였다. 왜냐면 슬랙은 계속 오기 때문이다..!


팀원들 역시 휴가인데 왜 슬랙 보냐며 한소리 해주셨고, 당시엔 좀 착했던..(?) 대표는 나에게 기프티콘을 쐈다. 잘 쉬라며. (처음 글을 보시는 분들은 불편할 수 있겠지만,, 대표와 관련된 이야기는 나중에 더 얘기하겠다!)


이때 깨닫게 된 것은 쉴 땐 정말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휴식 시간을 주는 것도 나 자신이고, 일에 집중하는 시간을 주는 것도 온전히 나 자신의 선택이다. 특히 스타트업이라면!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고 조절하는, 그리고 ONOFF를 확실하게 하는 연습이 정말 중요하구나 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어떻게 보면 잘 쉴 줄 아는 것도 실력이다!라는 생각이랄까.


계속 일을 생각하는 것은 함께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에게도 실례이고, 나 자신에게도 좋지 않다. (물론 그러고 싶어도 못 그러는 상황은 정말 어쩔 수 없지만.. / CTO님도 육아휴직 2주 동안 계속 슬랙을 보시더라..^^ 어쩔 수 없는 스타트업의 운명.) 그래서 이후부터는 휴가를 위해 더 시간 관리를 잘하고, 휴가 때는 정말 슬랙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배운 점]

스타트업에서는 일과 휴식의 ON/OFF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역시 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그냥, 나를 위해 휴가 내보기


모두가 재택하고 나랑 프론트엔드 개발자 한 분만 사무실에 있을 때 팀원 분이 질문하셨다.


"먕먕(가칭)! 휴가 어디로 가요?" 

"저 아무 계획 없어요! 그냥 냈어요ㅋㅋㅋ"

"엥? 그래요? 그것도 좋죠!"


너무 바빠서 연차를 쓸 시간조차 없으니 연차가 너무 많이 쌓여만 갔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발끈하는 마음에 조금 여유 있는 금요일에 확 휴가를 내버렸다. 정말 무계획으로.


문제는 너무 무계획이어서 막상 어디서 휴가를 보낼지 모르겠더라. 찾고 찾다가 결국 언니를 만나기로 약속 잡고 언니 회사 근처 장소를 알아보다가 맨날 퇴근 때 지나가기만 했던 을지로에서 혼자 놀아보기로 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던 을지빈


왜 힙지로라고 하는지 알 것 같더라. 정말 숨은 힙쟁이 장소가 많았다.


'아니 맨날 지나가면서 이런 곳을 몰랐다니!'


나에게 이런 시간조차 사치라고 느꼈었는데, 이런 아무 이유 없는 힐링 꽤 괜찮았다.

딱 하루만 갑자기 휴가 내보는 것도 추천한다. 비워내는 만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달리느라 바빠 좁아졌던 시야도 갑자기 넓어지는 여유가 생기곤 한다. 어쩌면 가장 달릴 때 가장 멈춰서 봐야 하는 것 같다. 연차를 제대로 쓴다면 이런 순기능이 있는 듯!


혹시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폭주기관차처럼 달리고 있진 않은가! 그렇다면 온전히 나를 위해 1시간만이라도 멈춰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을 권해보고 싶다. 사회생활 쪼랩인 내가 감히 말씀드리긴 조심스럽지만!

학생이든, 나와 같은 신입이든, 혹은 나보다 더 사회경험이 풍부하신 누구든.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ㅎㅎ 이게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


[배운 점]

조금 여유가 생겼다면 가끔은 나를 위한 시간을 내보기.
스타트업의 자유로운 연차 제도가 있다면 한 번쯤은 적극 활용해 보기.


작가의 이전글 입사 첫날, 기억나? (먕먕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