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6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군대 2년 2개월 규칙적으로 생활하다 제대해도
하루아침에 게을러지는 게 인간이다.
10년 직장 생활에 젖어있던
몸과 마음이 겨우 6개월이 지나 장사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내가 언제 출근, 퇴근을 했었지?
기억이 아득할 만큼
퇴사 후 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누면 난 건넬 명함이 없어서 어색했다.
특별한 직책도 소속된 회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온전히 내 이름 하나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어색했던 오전 시간은
이젠 딸과 즐기며 지낼 만큼 익숙해졌다.
인간관계도 많이 바뀌었다.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
오는 손님들
직장인 신분에서 만나는 회사 대 회사의 관계에서
다양한 관계로 다이나믹한 스토리가 넘치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직장인 시절 선, 후배들이 종종 책방에 들러 이야기하는 직장인의 고민을 듣고 있으면 잠시 직장인 시절로 돌아가는 추억에 빠진다.
비단 서점만 힘든 게 아니다
대부분 자영업자들이 다 힘들다.
직장인도 나만 힘들지 않았다.
대부분 모든 직장인들이 다 저마다 고민으로 힘들어했다.
여러 가지로 쉽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분명히 인생의 적절한 타이밍에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살면서 특별히 두려움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포기한 적이 없다.
그런 선택을 할 만큼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지 못했고 알 기회도 없었다.
그걸 모르고 살아온 인생이다.
어찌 보면 태어난 순간 이후 스스로 정말 하고 싶은 좋아하는 일을 온전히 스스로 선택한 첫 번째 결정이다.
'안전'이 아닌 '불안'을 선택했다.
정말 지금이 '불안'인가?
이 '불안'은 언제 사라지나?
전에 '안전'은 정말 '안전'이었나?
그 '안전'한 시절에도 늘 '불안'했다.
단테는 이야기 했다.
천국으로 향하는 문이 지옥의 가장 아래에 있으며, 지옥 바닥까지 내려가서 반대쪽으로 뚫고 나와야 비로소 천국으로 갈 수 있음을...
하지만 이 '불안'함 속에서 아주 조금 더 세상을 넓게 보고 성장하고 있는 걸 느낀다.
'불안'하지만 6개월 전 삶의 주도권을 내가 쥐면서 달라진 부분이다.
살면서 우린 언젠가 분명 '불안'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할 것이다.
그 선택의 순간이 빨리 찾아온다는 건
다르게 생각하면 행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괴테는 <사람의 인생이란 10년마다 달라지는 나름대로의 운명, 희망, 요구가 있다>고 했고, 공자는 이를 가리켜 이립, 불혹, 지천명 등으로 구분하기도했다.
다시 말해 10년마다 삶의 화두와 방향성, 가치관 등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생의 단계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철저한 <전환>이다.
- 책 위대한 멈춤 중
지금도 나보다 더 '불안'할텐데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응원해주는 아내와 하루하루 잊지 못할 즐거움을 주고 있는 연재한테 고맙다.
우리는 길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