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자유

강삼영의 글쓰기

by 강삼영

대한민국 헌법에는 양심의 자유(헌법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만 쓰여있고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다. 하지만, 사상은 다른 사람의 견해와는 상관없이 하나의 사실이나 관점을 갖는 것을 뜻하고 넓게 보면 양심의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헌법적 권리다.


『담론』의 저자 신영복 선생의 글씨체가 시대착오적 논란에 휩싸였다. 강원도교육청도 예외가 아니다. 취임한 지 6개월도 안된 교육감이 앞장서 강원진로교육원의 표지석을 바꾸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표지석을 왜 교체하려고 하냐는 출입기자의 질문에 "신영복 씨가 어떤 사람 말인지 말해보라"고 반문했다고 하니 딱한 노릇이다. 신영복 선생이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펴보지 않고 시류에 편승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누구나 사상의 자유가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과 행동으로 드러낼 때는 책임질 일이 생길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만나는 사람, 듣는 이야기가 한쪽에 치우쳐 편향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또 돌아봐야 한다.


『담론』표지에 신영복 선생에 대한 소개글이 있다. 그대로 옮겨보겠다.

"1941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강사를 거쳐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있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복역한 지 20년 20일 만인 1988년 8월 15일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89년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2006년 정년퇴임 후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신영복의 엽서』,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청구회 추억』, 『처음처럼』, 『For the First Time』, 『변방을 찾아서』, 『느티아래 강의실』(공저), 『신영복(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 길)』, 등이 있으며, 역서로 『외국무역과 국민경제』, 『사람아 아, 사람아!』, 『노신전』, 『중국 역대시가 선집』(공역)등이 있다."


강원진로교육원 초대 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글귀는 신영복 선생께서 돌아가시기 1개월 전에 투병 중에도 강원도 학생들을 위해 써주신 것으로 다들 유작과 다음 없이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씨앗 드림터'라는 표지석에 진로를 고민하는 우리 아이들 가슴에 '씨앗 하나 심어 주자'는 마음 말고 다른 무엇이 있겠는가. 표지석을 교체해야 한다는 신경호 교육감의 독단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짐작할 바는 아니지만 자신의 눈에 덧씌워진 희뿌연 먼지만큼은 깨끗하게 닦고 세상을 보길 바란다.


『담론』20쪽에 나오는 글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선생님의 말씀처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리로 가슴으로 그리고 발로.


"우리는 생각이 머리에서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전두엽의 변연계에서 형성되는 이미지를 생각이라고 한다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생각은 잊지 못하는 마음입니다. 어머니가 떠나간 자녀를 잊지 못하는 마음이 생각입니다. 생각은 가슴이 합니다. 생각은 가슴으로 그것을 포용하는 것이며, 관점을 달리한다면 내가 거기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생각은 가슴 두근거리는 용기입니다. 공부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애정과 공감입니다.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먼 여행이 남아 있습니다.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삶의 현장을 뜻합니다. 애정과 공감을 우리의 삶 속에서 실현하는 것입니다. 공부는 세계 인식과 인간에 대한 성찰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이 공부이고 공부가 삶이라고 하는 까닭은 그것이 실천이고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는 세계를 변화시키고 자기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며, ‘가슴에서 끝나는 여행’이 아니라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담론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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