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불안세대’를 막기 위한 연대가 필요하다

강삼영의 글쓰기

by 강삼영

단 한순간도 차분할 틈이 없습니다. 확인해야 할 건 끝이 없고, 알림은 좀처럼 멈추질 않습니다. 화면 속 정보들은 손끝을 끊임없이 자극해 사람들을 더 오래 머물도록 만듭니다. 통제를 가하지 않으면 밤을 새울 기세입니다. 네, 스마트폰 이야깁니다.

스마트폰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정신을 빼놓지만, 우리 아이들의 경험은 어른과 또 다른 점이 있습니다. 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자라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마트폰 없이 지내는 삶을 상상하지 못하고, 성장기의 뇌 발달이 스마트폰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 세대입니다. 온라인 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자유롭게 보이지만, 그 안에는 조용하지만 심각한 불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둘러싼 불균형, 성장의 기회를 막는다

미국의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불안 세대』라는 책에서, 아이들의 아동기가 ‘놀이 중심’에서 ‘스마트폰 중심’으로 급격히 바뀐 점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생겨난 이래로 아이들은 몸을 움직이며 에너지를 발산하고, 또래와 부딪히며 사회성을 익혀왔습니다. 인간의 아동기와 청소년기가 다른 동물들보다 유난히 긴 것도 바로 이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후 지난 10여 년간, 아이들이 성장하는 방식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금의 아이들은 SNS와 영상 플랫폼을 통해 관계를 배우고,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여전히 자라는 중이라는 사실입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힘도, 집중하는 능력도, 친구와 어울리고 갈등을 해결하는 법도 여전히 배워가는 중입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능력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은 아동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방해하고 있습니다. 감정이 흔들릴 때는 자극적인 콘텐츠로 회피할 수 있고, 불편한 상황은 메시지 하나로 쉽게 차단할 수 있습니다. 외로움 역시 영상이나 게임으로 손쉽게 덮어버릴 수 있습니다.

특히 아동·청소년기의 뇌는 새로운 자극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이 시기의 뇌는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발달하는데, 어떤 자극을 자주 접하느냐에 따라 뇌의 회로가 달라집니다. 스마트폰처럼 빠르게 전환되고, 강한 이미지가 반복되며, 짧은 시간 안에 소비되는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뇌는 그 방식에 익숙해지고 적응하게 됩니다. 반면, 감정을 머무르게 하고 깊이 생각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점점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일상 속에서 쉽게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는 실제 조사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2024년 홍은경의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 따른 학업 성적과 정신건강상태 비교> 연구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중·고등학생의 주말 하루당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6시간 43분이었고, 주중은 4시간 39분이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 과의존 그룹은 조사 대상자 중 25.8%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과의존 그룹은 일반 사용자에 비해 학업 성적이 더 낮았으며, 불안 장애가 더 있었고 외로움, 스트레스, 우울감의 강도가 더 높았습니다. 자살에 대해 생각하는 빈도도 더 높았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질환으로 의원을 찾은 18세 미만 아동 환자는 27만 명을 넘었으며,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19.4%씩 증가했습니다. 2010년대 이래 전 세계에서 유사한 추세가 관찰되고 있기에, 이러한 부정적 변화의 근간에는 스마트폰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하이트는 변화의 이면에 부모와 사회가 만들어낸 이중적인 구조가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현실 세계에서 아이들을 지나치게 보호하려 한다는 점, 다른 하나는 정작 온라인 세계에서는 아이들을 충분히 보호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실에서는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과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갈등 상황을 피하기 위해 부모가 지나치게 개입합니다. 반면, 디지털 공간에서는 아이가 어떤 자극을 받고 누구와 소통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방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현실에서도, 온라인에서도 스스로 감정과 상황을 조절하고 대처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한 채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문제에 대한 사회적 연대를 고민할 때

요즘 세계 여러 나라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노르웨이 정부는 최근 SNS 최소 이용 가능 연령을 15세로 상향 조정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중학교에 ‘디지털 중단(digital pause)’ 정책을 도입해 수업 외 시간에도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영국은 아예 16세 미만 아동에게 스마트폰 판매를 금지하자는 사회적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이들 나라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아이들의 디지털 환경을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오늘날 대한민국 학교와 가정이 안고 있는 고민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제는 스마트폰 사용을 부모의 ‘선택’이나 ‘양육 방식’으로만 여겨서는 곤란합니다. 이는 더 이상 개별 가정이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하는 시대라면, 우리 사회 전체가 아이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공동의 기준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교사와 학부모가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 늘 혼자 고민하는 현재의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바로 스마트폰에 대한 양육자의 태도가 사회경제적 격차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유가 있는 가정은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독서, 운동, 가족 대화, 문화 활동처럼 스마트폰 없이도 아이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반면, 그렇지 못한 가정에서는 스마트폰이 아이를 달래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그 결과, 같은 연령대 아동이라도 스마트폰과 맺는 관계는 가정 배경에 따라 매우 다르게 형성되며, 이는 교육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스마트폰 사용은 가정의 자율에 맡기자’는 입장은, 격차를 방치하자는 말과 다를 바 없습니다. 불안세대의 양산을 용인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더 늦기 전에 학교와 지역사회, 국가가 이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부모가 스마트폰에 대해 고민할 때, 그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있어야 합니다. 교사가 학급 운영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조정하려 할 때, 사회적 신뢰 속에 공동의 기준을 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연대와 사회운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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