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접시와 세련된 커트러리, 화려한 꽃이 담긴 꽃병, 세련된 플레이팅으로 감탄이 나오는 음식이 있는 다이닝 룸. 소파에는 직접 만든커튼과 쿠션이 있고 벽에는 수작업한fabric arts와 painting들이 걸려있는 거실. 향긋한 커피 향과 벽면 가득 책들이 있는 서재. 그런 sweet home을 꾸미는 것이내 꿈이었고 그걸 '현모양처'라고표현했던 것 같다. 딸이 들으면 기가 차다고 웃을 일이지만, 난 어릴 적에 세련된고 품격 있는 그런 집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대학에 입학해서 박사학위를 받고 직장에 다니다 보니 50 중반까지 workaholic으로 앞만 보고 달렸다. 두 아이를 키우는 동안 제대로 된 요리 한 번 해주지 못했고, 코로나19 시기엔 '배달의 민족'을 친정엄마 삼았다. 직접 만든 fabric 소품이나 세련된 플레이팅 같은 건 잠잘 시간도 부족했던 나에겐 정말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렇게 살다가 얼마 전 구매한 중형 프라이팬 하나가 내 인생을 바꾸고 있다. 행복이 가까이에 있음을 그리고 지금이라도 어릴 적 꿈을 이룰 수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건강한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다 보니 밖에서 먹는 식사들이 영 탐탁지 않다. 내가 요리를 잘해서가 아니라 재료 선택부터 손질, 조리과정 등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재료 자체가 가진 수분과 영양소를 살려서 만든 음식이 얼마나 건강에 좋은지를 알게 되니 직접 만든 요리가 좋아졌다. 전문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요리들을 집에서, 그것도 내가 만든다니 이건 기적이다. 물론 엄밀히는, 레시피대로 재료를 담고 뚜껑 닫고 약한 불에 올려두기만 하는 거니 내가 다 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맛이나 비주얼이 손님을 초대해도 손색이 없는 요리가와인 수육이다. 어버이날 저녁에 아들 내외가 선물 보따리를 들고 퇴근해서 왔다. 외식하자고 하는 걸 와인 수육, 유산슬과 교촌 치킨을 만들어 식탁 가득 차리고 모처럼 5명의 가족이 함께 식사를 했다. 단백질과 신선한 채소가 가득한 건강식을 함께 하니 행복했다.
1) 5cm 두께의 통삽겹 한 줄과 양파 1/4을 중형 프라이팬에 넣고 중약불에 40분 정도 둔다. 물이나 다른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저온에 삼겹살 자체의 수분만으로 삶는데도 잡내도 없고 정말 부드러운 수육이 완성된다. 삼겹살 대신 돼지고기 앞다리살이나 사태가 지방이 적어서 좋다. 와인 색이 삼겹살의 지방에 더 예쁘게 물들긴 한다. 익힌 삼겹살은 치킨 타올로 닦아서 기름기를 제거하면 더 좋다.
2) 고기를 익히는 동안 와인 소스를 만든다. 웍에 (삼겹살 600g 기준) 청주 100cc, 적포도주 100cc, 꿀 2T, 맛술 100cc, 간장 4T를 섞어 센 불에 끓인다. 적포도주와 꿀 대신에 복분자원100cc, 정종 200cc, 간장 2.5T을 사용해도 된다. 양파와 부추는 미리 물에 담가 두어 매운맛을 없애준다.
3) 와인 소스가 끓으면 삼겹살 수육과 통마늘을 넣고 센 불에 졸인다. 마늘은 와인 수육의 또 다른 매력이니 기호에 따라 많이 넣어도 좋다. 빠른 조리를 위해 웍의 뚜껑을 닫아 끓이되, 소스에 꿀이 들어 있으므로 타지 않게 수육을 자주 뒤집어 준다. 소스가 조금 남을 때까지 졸인다.
수육 한 점과 양파 슬라이스, 부추와 함께 먹으면 부드러움과 아삭함이 어울려 정말 최고의 한 끼가 된다. 통마늘은 소스가 스며들어 아주 일품이다. 꽤 많은 양을 넣어 조리를 했는데도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홍고추 슬라이스를 함께 플레이팅 하면 색상이 더 예뻐서 손님 초대요리로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