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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ving May 15. 2024

오이의 재해석-두반장 수육

지난 몇 년간 COVID19로 인해 외출도 어렵고 재택근무로 가족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삼식이들을 케어하기 위해 보쌈을 자주 주문해서 먹었다. 기름기가 쫙 빠진 돼지고기 수육과 매콤하고 아삭한 보쌈김치는 입맛을 돌게 하는 효자 음식이었다.



수육/보쌈하면 항상 머리에 떠오르는 건 역시 빠~~알간 김치와 무생채 또는 절인 무김치일 것이다. 그런데 이름도 생소한 '두반장 수육'의 레시피를 보니 빨갛고 자극적인 재료들은 안 보이고 '오이'가 떡하니 쓰여 있다. 수육에 오이라니. 더구나 두반장은 또 뭐지? 요리와는 담을 쌓고 살다 보니 차려진 음식을 먹을 줄만 알지 재료나 조리과정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레시피에 쓰여 있는 단어들이 낯설기만 하다.

두반장은 중국식 장류의 일종으로 대두와 누에콩(잠두)을 섞어서 발효시키고, 소금과 향신료를 섞어 맛을 낸 장이란다. 중식당에서 즐겨 먹는 마파두부, 어향, 딴딴면, 회과육, 깐풍기, 라조기, 짜장면을 요리할 때 사용하고 요즘 유행하는 훠궈나 마라탕의 재료이기도 하단다. 나의 무지함이여.....


퀸 Ti 중형 프라이팬에 돼지고기만 넣고 저온에서 약 40분을 익힌다. 양념이나 다른 재료는 전혀 넣지 않았는데도 돼지고기 안에 있는 미네랄과 수분만으로 익힌 수육은 짭짤한 맛을 낸다.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고기를 익힐 동안 오이를 감자칼로 쓱쓱 얇고 길게 썰어 놓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육을 먹기 좋은 두께로 썰어 접시에 두르고 썰어 놓은 오이채를 가운데 수북하게 담고 두반장 소스를 쓱 뿌리니 요리 끝!!!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니, 이게 실화야?

한 입 먹을 때까지 두반장 수육이 이렇게 맛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두반장 소스가 묻은, 기름기가 쫙 빠진 수육을 얇은 오이채에 돌돌 말아서 한 입에 넣으니, 담백하고 살살 녹는 부드러운 수육과 아삭한 오이가 최고의 조화를 이룬다. 오이가 원래 이렇게 맛있었던가? 소금조차 뿌리지 않은 그냥 생오이인데 어쩜 이리도 맛이 있는지. 더구나 돼지고기는 분명 지방이 적은 앞다리살인데 어쩜 이리도 부드러운지. 입에서 살살 녹는다. 이름도 낯설던 두반장 소스는 매콤하고 감칠맛이 일품이라 자칫 느끼할 있는 돼지고기의 맛을 잡아주어 식사가 끝날 때까지 틈 없이 손이 가게 하는 일등 공신이다. 놀라운 '맛의 발견'이다.


오전에 배운 레시피를 그대로 복제해서 저녁 식탁에 두반장 수육을 올렸다. 남편도 딸도 오이를 싫어하다 보니 식탁 한가운데 오이가 수북하게 담긴 큰 접시를 보고는 이게 뭐냐는 표정이다. 익숙한 빨간 김치가 담긴 보쌈이 아니라 처음 보는 비주얼에 긴가민가 한다. 요리똥손인 내가 무언가 열심히 만들어 내놓은 것이라 말들은 못하고 죄 없는 젓가락만 접시 위 허공을 휘젓는다. 소심하게 고기 한 점을 오이채에 싸서 먹더니 두 사람 모두 "오호 ~~~ "  하면서 눈이 둥그레진다.

"이 소스가 뭐냐, 그냥 생오이가 맞냐"며 연신 호기심에 눈을 빛내며 열심히 즐거워하며 먹는다. 가득했던 오이채가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닥났다. 서둘러 오이 하나를 더 닦아서 감자칼로 쓱쓱.. "오이를 안 좋아하는데 이건 수육에 아주 잘 어울리네" 하며 남편이 즐거워한다. 초간단 조리법에 나의 최빈 요리가 될 것 같은 예감 아닌 예감이 든다.

이 맛에 요리를 하나보다


[ 두반장 수육 ]
   (재료) 보쌈용 돼지고기 통삼겹 600g, 오이 2개, 감자칼
   (소스) 두반장 소스, 다진 마늘, 설탕, 식초 각 1T, 정기품 간장 3T, 고추씨 기름 2/3T


1) 돼지고기를 "두꺼운 프라이팬"에 넣고 중 약불에 약 40분간 익힌다 (30분 정도 지났을 때 뒤집어서 약 10분 정도 더 익힌다). 고기의 양이 적을 경우에는 수분을 위해 양파를 이등분해서 같이 넣는다.

(Tip) 수봉이 생길 때까지 뚜껑을 열지 않는 것이 무수분 저온 요리의 핵심!!!

퀸은 수분을 잡아주는 두께라서 기름기가 적은 돼지고기 앞다리살이나 사태로 조리해도 좋다


2) 오이의 껍질을 벗기고, 감자칼로 쓱쓱 깎아서 얇은 채를 만든다. 오이 2개를 채 썰어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먹기 직전에 접시에 담는다. 오이의 앞뒤는 감자칼로 쓱쓱 썰고 가운데 씨가 많은 부분은 잘라서 견과류, 오렌지와 함께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3) 간장에 두반장과 소스 재료들을 넣고 골고루 섞는다.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로 맛을 낸 정기품 간장의 감칠맛이 두반장과 어울려 일품이다. 고추씨 기름이 없을 경우에는, 먹기 직전에 고춧가루를 섞어서 수육 위에 뿌려 준다. 이제 완성.

(Tip) 고춧가루를 양념간장에 미리 넣으면 불어서 소스 덩어리가 되니 주의. 먹기 직전에 섞어서 뿌린다.

고춧가루를 양념장에 미리 섞으면 불어서 덩어리가 지므로 꼭 먹기 직전에 섞는 것이 좋다


조리법이 간단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요리사가 꿈인 건 아닌지라 조리법이 복잡했다면 사실 시작도 안 했을 것이다. 대충 간단히 만드는데 퀸Ti 덕에 멋진 요리가 탄생한다는 것이 나의 꿈이 이루어지는 비결이다.


재료를 썬다, 담는다, 뚜껑을 덮고 기다린다.
오늘 저녁에 꼭 요리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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