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와 닭가슴살

5월 중순으로 아직은 봄이라고 불리는 계절인데 초여름 날씨가 계속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패턴이 고착화되어 '사계절 아름다운 대한민국'은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추억으로 남는 건 아닐런지 걱정이다. 비영리에서 근무하는 동안 기후위기 (Climate Crisis)의 심각성을 너무나 실감한 터라 환경보호를 위한 생활 속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닌다.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친환경 생분해 세제 사용하기, 재활용 철저히 하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등.

수십억 인간의 사소한 행동이 모이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나비효과’가 될 수 있다. 나비효과는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브라질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킬까요?'라는 연설에서 언급한 용어이다. 복잡하게 연결된 시스템 내에서의 작은 변화가 예측 불가능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미로, 인간들이 생태계에서 수많은 나비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1992년 6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기후 변화에 관한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이 채택되었다. 2024년 11월에 29번째 유엔기후변화회의 당사국총회 COP 29 (Conference of Parties 29th)가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다. 온실가스에 의해 야기되는 지구 온난화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협약인 것이다. 대부분의 국제협약이 그렇듯이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실질적인 구속력이 없다 보니 대표적인 그린 워싱(Green washing)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를 지키기 위해 국가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더운 날씨에 기후위기를 생각하다 보니 환경을 지키고 내 몸도 건강하게 해 주는 미나리가 생각이 났다. 더운 날 시원하고 아삭한 미나리와 채소들, 담백한 닭고기 가슴살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뿌린 샐러드는 입맛을 돌게 하는 아주 최고의 메뉴인 것 같다. 처음에 미나리 닭가슴살 샐러드를 배울 때는 미나리 세척부터 걱정이었다. 논이나 습지에서 재배하는 미나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사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미나리는 머리를 맑게 하고 열독을 다스리고 대장과 소장을 편안하게 해 주며 해독, 다이어트, 간, 혈관, 뼈, 위장, 해열, 항산화 작용 등 다양한 효능이 있다는 설명에 귀가 조금 열렸다. 야채채소 세정제를 뿌리고 물에 흔들어서 씻고 흐르는 물에 한 번 더 씻으니 깔끔해졌다.

 피망들도 야채채소 세제를 뿌리고 물로 닦으니 뽀드득 ~~
이 느낌은 만져 본 사람들만 안다

미나리는 뿌리 부분을 잘라내고 파란 부분을 5cm 정도 길이로 자르고 노랗고 빨간 파프리카, 당근과 오이는 채 썰어서 미나리와 함께 접시에 교대로 둘러서 담았다. 빨주노초 알록달록 색상이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뽀얀 닭가슴살을 결대로 찢어서 접시 가운데 수북하게 담고 소스를 뿌려 식탁에 올리니 제대로 된 요리 한 접시로 손색이 없다. 30분 만에 뚝딱 요리 하나 완성. 요즘처럼 살짝 더워지는 낮에 시원한 샐러드로 제격이다. 주말 가족들과 점심에 바질 볶음밥이나 파스타 하나 곁들여 화려한 한 끼 식사로 적극 추천한다.

[ 미나리 닭가슴살 샐러드 ]
(재료) 닭가슴살 3쪽, 미나리, 오이, 당근, 노랑/빨강 파프리카
(소스) 식초 4T, 유기원당 2T, 간장 2T, 암웨이 유자원 2T, 올리브오일 2T, 다진마늘 1T, 송화소금 약간, 깨

1. 닭가슴살은 두꺼운 프라이팬에서 중약불에 약 25분 익힌다 (수봉이 생길 때까지 뚜껑을 열지 않는다). 무수분 저온 요리의 핵심은 첨가물 없이 낮은 온도에서 재료 자체의 수분으로 익힌다

2. 미나리, 파프리카, 당근, 오이는 5cm 정도 크기로 채 썰어서 색상을 교대로 접시에 담는다

3. 닭가슴살은 손으로 찢어서 접시 가운데 수북이 담고 소스 재료를 잘 섞어서 샐러드 위에 고루 뿌린다. 마지막으로 테이블에 올리기 직전에 깨를 뿌린다.

따뜻한 와인 수육과 함께 시원한 샐러드를 겯들이면 손님상으로 비주얼이 제법 봐줄만 하다.

저녁에 꼭 요리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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