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여름 문턱에 다다른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이미 여름이다. 덕분에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도 뜨거운 요리에서 시원하거나 가벼운 식사로 빠르게 바뀌어 간다. 전형적인 traditional 또는 classical을 별로 좋아하지 않다 보니 음식도 정형적인 것보다는 퓨전을 좋아하고 저분자 요리같이 새로운 요리법을 선호한다. 15년 전 청담동 #정식당을 처음시작으로 파인다이닝을 찾아다니며 요리 디자이너의 작품을 음미하고 있다.
어도어 민희진 대표 인터뷰로 시끄러웠던 세상이 김호중의 음주운전과 개통령 강형욱의 갑질논란으로 난리다. 요즘 온라인 세상은 이 세 사람을 피해 갈 수 없다. 각자의 입장과 이유는 있겠지만,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과 대응하는 태도는 분명 지적을 받을만하다. 다만, 살아보니 절대적인 참/거짓은 없는 것 같다. 그 당시엔 '거짓이고 wrong'이었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고 권력이 이동하면, '진실이고 right'한 것으로 변하기도 한다. 더구나 자기의 입장에서는 늘 진실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하니. 항상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가 된다. 과연 이 세 사람도 시간이 흐른 뒤에 "사실은 ~~" 또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주인공이 될지 지켜봐야겠다.
TV, 유튜브, 인터넷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소식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지 않다. 이런 꿀꿀한 기분을 날릴 상큼하고 산뜻한 요리가 필요하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샤브용 소고기와 야채들이 눈에 들어온다. 퀸 Ti 프라이팬에 샤브용 소고기를 펼쳐 넣고 소금후추 살짝 뿌려 약불에 뚜껑 덮어둔다. 양파와 꽈리고추를 얇게 채 썬다.
유튜브에서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가 흘러나오고 채를 써는 칼이 나무도마에 부딪히며 내는 경쾌한 소리가 귀를 정화시킨다. 내친김에 커피를 내려 원두향을 집안 가득 채운다.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까지 있으면 분위기가 최고겠다. 토마토를 얇게 썰어 고기 함께 접시에 담아내니 알록달록 멋진 요리 한 접시 완성. 소스가 정말 일류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고급진 맛이다. 가로수길 레시피라더니 정말 혼자 먹기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