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봄 & 아내의 생일 파티

22. 새로운 봄 & 아내의 생일 파티!

by 김근회

22. 새로운 봄 & 아내의 생일 파티!

1월이 가기 전에 해동됐다. 입춘이 아직인데 봄은 벌써 깊이 들어왔다. 농원의 땅이 질척해지고 물렁해졌다. 기온이 많이 올라가고 찬바람이 물러가니 이게 웬일인가 싶다. 농원에서 4계절을 경험했다. 가슴속에 꽃씨 하나 품고서 행복한 낙원을 꿈꾸고 달려온 4계절이었다.

분명히 경험했다.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만들어 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 중에서 농원을 함께 가꾸는 일

이 지혜로운 선택이었다는 걸 실감한다. 우리들의 농원이 되고 우리들의 낙원임에 틀림없다.


언 땅이 녹아서 삽질이 가능해졌으니 본격적으로 노동이 시작되었다. 몸이 농원에서 적응되었나 보다. 모두들 자동으로 일을 찾아 움직인다. 처남은 야외용 탁자 다리에 락카 분무기로 검은 칠을 하고, 난 데크 앞 질척이는 땅을 고르는 일을 했다. 산 아래 쌓인 마사토를 퍼다 깔았다. 막내 처제가 함께 도왔다. 같이 삽질을 하고 흙을 퍼 날라 질척이던 땅을 잘 골랐다. 오랜만에 삽질을 해서 막내는 손바닥이 까졌다. 그래도 개의치 않고 계속 삽질을 한다. 꾀부릴 줄을 모른다. 둘째 처제는 아내의 생일상을 차리느라 분주하다.


큰 처제가 딸 세례를 받고 딸 차 타고 도착하자 점심식사를 했다. 오늘은 아내 생일 파티하는 날이다. 둘째 처제 생일부터 시작된 파티가 한 바퀴 돌았다. 오 남매의 생일을 농원에서 형제들과 함께 하니 너무 행복하다. 무엇이든 함께 하면 참 좋은 일인데 왜 우리는 이런 행복조차 잃어버리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오 남매의 생일 때마다 소고기 파티를 했는데 이번엔 불고기로 먹자고 둘째 처제가 제안해서 준비했다.


불고기는 오랜만에 먹는 것이다. 이빨이 들떠서 소고기 구워 먹었으면 먹지도 못할 뻔했는데 불고기로 메뉴를 바꿔 먹으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묘하게도 내가 고기를 씹을 상태가 못 되니 원하지 않아도 불고기라는 메뉴가 등장한다. 보이지 않아도 텔레파시라는 연이 좋은 길로 인도해주는 거 같다. 난 내가 못 먹는다고 메뉴를 바꿀 생각을 하는 위인이 못 된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참 신기한 일이다.

점심 식사를 마치자마자 커피 한잔 하고 누구랄 것도 없이 나와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난 비가 오면 무너질 약점을 찾아 보수하기 시작했다. 잔디를 심어야 할 곳은 잔디를 심고 길로 깔아놨던 팔레트를 끌어다가 흙이 무너질 것 같은 둑에 쇠말뚝을 박아 고정시켰다. 둘째 처제가 보더니 돼지감자를 가져와 심는다. 돼지감자 뿌리가 번져 둑을 단단히 고정하리라 믿고 심는다. 팔레트를 치우니 그 공간에 오 남매는 모두 나와 꽃밭을 만들고, 잔디를 심고, 전기톱으로 원통을 반으로 잘라 수로를 만들고, 아로니아 밭에 봄나물이 잘 크도록 잡풀 더미를 제거해서 태우고 하면서 단합하고 분업한다. 환상의 파트너십이다. 그동안 해봤지만 오 남매가 뭉치면 어려운 일이 없다.


오늘 할 작업을 마치고 데크 위에 둘러앉아 64개의 촛불을 밝힌 아내의 생일 케이크를 놓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다. 형제들이 생일 선물도 전달한다. 언제나 느끼는데 오 남매는 정말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얼굴 표정에 피어오른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를 때는 세상 다 품은 얼굴들이다. 남은 생 이렇게 나이 들며 살고 싶다. 헤어지는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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