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블루투스 노래방
신축년 1월도 마지막 날이다. 농원의 1월은 집에 수도가 얼어 터질까 노심초사한 달이다. 약간의 실수로 2번의 결빙이 있었지만 원만하게 잘 녹여냈다.
지난주부터 땅이 해동돼서 바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야외 의자를 만들고, 수로를 정리하고, 잔디를 심고, 벼랑으로 물이 넘치지 않게 경계석을 다시 깊게 파서 심고, 땅이 질척이니 마사토를 퍼다 뿌려주고 화강암 발판을 다시 정돈하니 하루가 다 지나갔다.
아직 언 땅이 녹지 않은 곳이 있어 작업을 할 수 없는 곳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언제나 오 남매는 환상의 콤비네이션을 이룬다. 어느 누구 하나 꾀부리는 사람 없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모아 함께 일을 하니 모든 일이 수월하게 잘 진행되고 만족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들이 모이면 못할 일이 없고 안 되는 일이 없을 거 같다. 의욕, 열정, 파이팅이 너무 좋다. 난 너무 좋다.
블루투스 노래방이 농원에 들어왔다. 처남 딸이 선물했단다. 구매하려고 생각했었는데 잘됐다.
전날 블루투스 노래방을 구입해서 처남과 딸이 아내의 생일 축하곡으로 ‘겨울 아이’를 불러 영상으로 보내줬는데 조카한테 처음 받은 노래 선물에 감동받아 눈물을 흘렸다.
농원에 들어가자마자 우리는 자동반응으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다. 아내하고 나훈아의 ‘영영’을 합창하고 큰 처제 하고도, 둘째 처제 하고도 함께 부르니 너무 좋았다. 함께 노래한다는 것만도 즐겁고 행복하다. 블루투스 노래방 기기는 작고 장소를 차지하지 않으면서 노래 부르기는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어둠이 내린 후 처남과 딸과 사위와 블루투스 노래방을 켜놓고 노래를 많이 불렀다. 사위 노래도 처음 들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잘 부른다. 앞으로도 같이 노래 부를 기회가 많겠다. 처남은 신이 나서 실컷 노래를 불러댔다. 박자만 잘 맞추면 훌륭한 싱어가 되겠다. 같이 마이크를 잡고 박자를 리드하니 훨씬 잘 불렀다. 농원에서 마음껏 노래를 부를 수 있으니 노래실력이 많이 늘겠다. 사위가 노래 부르고 아내와 손자가 손잡고 춤을 추니 나도 어깨춤이 절로 나고 밤하늘의 둥근달이 미소를 보낸다.
오랜만에 노래를 많이 불렀더니 목이 쉬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마음껏 불렀는데 주변에 소음 피해가 가지 않았나 걱정되었다. 첫날이라 노래 부르기 열중해서 살필 생각을 못했다. 다음에는 밤에 소리가 어디까지 퍼지는지 점검을 해봐야겠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
나는 젊은 시절엔 노래를 많이 부르고 살았는데 오 남매는 듣는 거만 좋아하고 노래를 안 불러서 노래에 자신이 없고 스스로 노래를 못 부른다고 생각하며 살았단다. 맞다. 노래를 불러야 흥도 살리고 목소리도 트이고 실력도 느는 법인데 그러지 못했나 보다. 앞으로 농원에 들어가면 일단 노래 한 곡씩 하고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노래 실력도 늘고 즐거운 마음으로 업되어 일을 더 활기차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날씨가 많이 풀려 농원의 난방을 꺼놓고 수돗물 흐르게 하던 걸 멈춰놨다. 일기예보를 보니 밤새 기온이 많이 내려가 수도가 얼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들어 농원에 아내와 같이 들어갔다.
30분 거리라 가까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커피 한 잔 마시러 가는 기분으로 차를 몰았다. 밤 9시에 영업이 끝나니 집에 돌아가기 바빠 커피 한 잔 마시러 가지 못하는데 농원에 집을 지어놓으니 아무 때나 갔다 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벌써부터 하긴 했었다.
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난방을 올리고 수돗물을 졸졸 흐르게 했다. 둘째 처제가 농원에서 채취하여 만든 감국차를 우려내어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분위기 참 좋았다.
노래나 몇 곡 하고 나오자고 하면서 블루투스 노래방을 켰다. 아내와 함께 몇 곡 부르니 즐거웠다. 노래방 안 간지도 언제인지 모르겠다. 영업 끝나고 커피 한 잔과 노래 부르고 싶으면 언제든 와야겠다고 아내와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