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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실명 앞에서 베스트셀러를 꿈꾸다

프롤로그 (어둠 속에서 찾은 새로운 빛)

by U찬스

2022년 12월,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한 단어를 마주했다.


"망막색소변성증"


개그맨 이동우 님도 진단받았다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시야가 점점 좁아지다가, 나중에는 시력까지 잃을 수 있는 병이었다.
의사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 속에 담긴 무시무시한 병명에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가진 건 눈 밖에 없다며, 누구보다 좋은 시력을 평생 자랑하며 살아온 나였다. 지금까지 눈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전혀 상상조차 못 했고, 눈으로 인한 불편함도 거의 느끼지 않으며 살아왔다.


병원에서는 앞으로 증세가 호전되지 않고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아무리 강심장을 가졌다 해도, 그런 얘기에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마다 진행 속도가 다르다는데, 내게는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더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더 답답한 노릇이었다.


하지만 아직 생기지도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기로 마음먹었다.
잘 보이는 그날까지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생각하자고 다짐했다. 그날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좋은 것만 보기 위해, 예전부터 힘들고 지칠 때마다 읽던 자기 계발서들을 다시 꺼내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동안은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그 순간만큼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하지만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당장 인생이 180도 바뀌는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맞벌이를 해도 빠듯한 형편에, 돈 한 푼 안 들어오는 책 읽기에만 내 인생을 마냥 쏟아부을 수도 없었다.


어느새 책 읽기는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경제적 불안은 나의 시야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앱테크와 주식, 부동산에 손을 대봤지만 소득은 기대에 못 미쳤고, 회사에서는 문을 닫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삶의 모든 방향에서 막막함이 밀려왔다.

긴 직장 생활 동안 대출금 갚으랴, 아이들 키우랴, 한 푼도 모아놓지 않은 내게, 정년 이후의 삶이란 보지 않아도 암흑 천지 그 자체였다.

내가 진단받은 망막색소변성증은 야맹증이 동반되기 때문에, 불이 없는 어두운 곳에서는 앞을 보기가 힘들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환한 대낮인 데도 앞이 깜깜하고 도저히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앞으로 뭘 어떻게 하며 살아야 할지, 이렇게 마음이 불안하고 답답할 수가 있을까 싶었다.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도 걱정은 걱정만 낳을 뿐,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러다 문득 아차 싶었다.

'맞다! 책 속에 답이 있다고 했지? 답을 찾는 방법이 이렇게 가까이에 있었는데도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었네.'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을 읽고 인생에 대한 내공이 생겼다는 개그맨 고명환 님은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에서 1년 동안 매일, 하루에 10시간씩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내가 있었다고 한다. 예전보다 수입도 많아진 데다가, 돈을 지배할 수 있는 힘까지도 생겼다고 했다.

고명환 님의 책을 보면서 '돈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그 글귀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나도 여태껏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지만, 장시간 그렇게 몰입해서 읽었던 기억은 없었다. 또 책을 얕게만 읽었던 탓인지, 한 권 읽고 나면 그걸로 끝 일뿐 머릿속에 남는 게 없었다.


하지만 나도 매일 8시간, 10시간씩 미친 듯이 몰입해서 책에 파묻혀 지내다 보면 내가 나아가야 할 길도 찾고, 돈을 마음껏 다룰 수 있는 능력도 생기지 않겠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일단 한번 해보자. 나라고 그렇게 못 하라는 법 있어?'

여전히 직장에 메인 몸이고, 집에서는 주부의 역할도 해야 했기에 매일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책을 읽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출퇴근 길에는 오디오 북이라도 듣고, 귀가 후에도 늦은 시간까지 책을 꼭 읽었다. 쉬는 날에도 쌓여 있는 집안일을 하면서 이어폰을 꽂고 오디오 북을 들었고, 집안일을 마치고 나면 바로 책을 펼쳤다.

마음에 드는 책은 5번이고, 10번이고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책과 한 몸이 되고자 했다.

그리고 인풋이 있다면 아웃풋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글도 써 보기로 했다.
글로 남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고, 여전히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글이라고는 간단한 보고서 밖에 안 써본 내가 제대로 된 글이란 걸 쓸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 냐고 나를 달래며 다독였다.


그리고 말 나온 김에 바로 글을 써보기 시작했다.

먼저 제일 쓰기 쉬운 글들을 써보았다. 회사에서 일어났던 일과 나의 생각들을 쭈욱 적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 이런 재주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신기하게도 글이 술술 잘 써 내려갔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은 내가 잘 알고 있고 항상 생각해 왔던 내용들이라, 글 쓰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항상 책을 읽거나 들으면서 작가들의 언어에 물들어 버린 탓인지, 하나의 주제가 떠오르면 옆에서 오디오북이 나에게 책을 읽어 주기라도 하는 듯, 손가락이 먼저 반응하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작가의 책들을 찾아서 읽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의 책들도 틈틈이 찾아 읽는 동안, 내가 써놓은 글들도 점점 쌓여 갔다.

안 하던 일이라 처음 시작이 힘들었지만,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매일 글을 쓰는 습관을 지켰을 뿐인데, 꽤 많은 글들이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책을 읽으면서 정리해 놓은 이 인생의 꿀팁들이 나뿐 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내침 김에 책까지 출간해 봐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책 출간이라는 결심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나의 진로까지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동안 자연스럽게 결정되었다.

어둠 속에서 방향을 찾지 못하던 나는, 책과 글에서 새로운 빛을 찾기 시작한 것이었다.


앞으로 언제, 어떤 어둠이 내게 닥쳐올지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분명하다. 나의 시야가 닿는 그날까지,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깊이 기록하며, 빛을 잃어도 내 마음속의 등불을 켜고 살아갈 것이다.


내가 숨 쉬고 살아있는 지금, 당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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