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는 도대체 뭘 하면 돈을 좀 벌어서 대출을 갚을 수 있을까 항상 그 생각 밖에 없었다.
언제쯤이면 대출이라는 이 큰 100톤짜리 마음의 돌을 좀 내려놓을 수 있을까 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일은 이것저것 안 해본 게 없었다.
걸으면 돈을 준다는 만보기 앱테크나, 설문 조사를 하는 앱테크 등도 해 보았고, 공모주 청약, 아파트 청약 등의 청약이란 청약도 다 해 보았다. 직장인이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식이나 블로그 같은 일들도 당연히 나의 재테크 목록에는 포함되어 있었다.
처음 시작하기 전에는 이런 방법들로 떼돈을 벌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에 잠까지 설쳤었다.
'야호! 이제부터 나의 대출 인생도 끝이다!'
드디어 순식간에 대출을 갚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활화산처럼 용솟음치면 그날 하루는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회사에서는 미친 분처럼 혼자 실실 웃고 다녔다. (차마 그 단어로는 표현 못 하겠다.)
하지만 앱테크는 포인트가 쌓이는 단위가 주로 1원~1,000원 대이기 때문에, 전략을 세우고 하지 않는 한은 하루 종일 매달려도 고작해야 한 달에 스벅 커피 한잔 값 정도밖에 벌리지 않았다. 그나마 모아 놓은 포인트들도 아이들 편의점 기프티콘으로 다 바꿔주고 나면, 나는 사은품으로 받은 텀블러에 카누 커피나 타 마셔야 했다.
아! 불쌍한 내 인생...
게다가 주식, 공모주 청약, 아파트 청약 등은 얼마가 됐든 나의 자본금을 꼭 필요로 했다. 돈이 없으면 시작도 할 수 없는 시스템인 것이다.
내 돈이라고는 땡전 한 푼 없는 나로서는 언제든 내 돈 같이 빼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의 강렬하고도 매혹적인 유혹을 절대거부할 수는 없었다. 내 돈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돈 빼 쓰는 재미는 쏠쏠했다. 물론 나를 위해 쓰는 게 아니라 투자를 위한 시드머니로 쓰는 거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남의 돈을 당겨서돈이라도 벌 수 있었으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주식이나 부동산의 경우 까딱 잘못해서 장기간 물리기라도 하면(우리 업계에서는 이 앞 글자에 '쳐'를 갖다 붙인다) 그 기간 동안의 은행대출 이자까지 함께 물어야만 했다.
물린 주식이 한 번씩 상한가를 칠 때도 있었지만, 그래봤자, 내 주식 잔고는'여전히' 마이너스 30%를 기록하고 있었다.
(쉿! 본전으로 올라오기 전까지 남편에게는 비밀이다...)
주택 담보 대출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대출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심리적 압박감까지 더해져서 숨통마저 조여 오는 이중고의 연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