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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찬스 Oct 22. 2024

나이 50에 책을 쓰기로 한 첫 번째 이유 1

그중 내가 제일 첫 번째로 필요했던 금은 바로 '현금'이었다.


오랜 기간 직장 생활을 해왔다.


결혼 이전부터 여러 분야의 직장을 거쳤고, 결혼 후에도 20년 동안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결혼 이후에는 한 직장에서만 꾸준히 일을 했던 것과는 달리, 결혼 전에는 직장을 한 10번 정도는 바꿨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일을 쉴 수는 없었기에, 학교에 다니면서도 하루에 두 탕씩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있었고, 대학 졸업 후에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려고 노력했지만, 지방대 출신에게 취업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무역회사 직원, 학습지 교사, 보험회사 직원, 떼인 돈을 받는 캐피털 업체 직원 등 참으로 많은 직장을 전전했지만, 한 곳에 정착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회사들은 이름만 들어도 예사롭지 않은데, 직접 다녀보니 적성에도 안 맞았고, 급여도 기대에는 훨씬 못 미친데, 사장님과도 더더욱 안 맞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나이에 시작한 직장 생활이라 한 직장에서 오래 버티기가 더욱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산전수전 다 겪은 지금의 나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었겠지만, 그때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결혼 전에는 수도 없이 직장을 바꿀 수밖에 없었고, 한 곳에 오래 다니지 못하고 다음 직장을 구할 때마다 극심한 회의감이 밀려오곤 했다.

내가 희망하는 업무와 연봉을 주는 회사를 찾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마냥 쉬고 있을 수 만도 없는 형편이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새 직장을 구할 때마다 공백의 시기가 늘어났다.

늘어나는 공백의 시기와 함께 미래에 대한 나의 불안도 늘어났지만, 내 통장의 현금은 도저히 늘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힘들었던 20대의 수많은 경험들이 힘들고 거친 세상에 놓인 나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이 힘들었던 나를 성장하게 했고, 그 덕분에 나는 좀 더 풍부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한 때는 내 인생의 흑역사라 생각하며 그 시기를 외면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지나간 이 기억들이 글을 쓰는 데에 큰 원동력이 된다는 생각에 웃으며 그때를 회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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