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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 Apr 09. 2024

14. 고통을 줄이려면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차적인 방법은 스트레스원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다면, 그 사람을 떠나는 것입니다. 어떤 직업이 나의 몸과 마음에 큰 고통을 주고 있다면, 새로운 직업을 찾아보는 것이지요. 스트레스를 줄이는 첫 단계는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것들을 꼼꼼히 찾아내서 제거할 수 있는 것은 제거하는 것입니다. 


그걸 누가 몰라서 못 하느냐, 하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원인을 잘 파악하고 있다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누구에게나 맹점은 있습니다. 너무나 익숙하고 너무나 당연해서 놓치는 영역이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각 영역별로, 포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가며 스트레스원을 탐색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의외로 제거 가능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발견한 스트레스원을 가능한 선에서 제거해 보십시오. 


망설여집니까? 이걸 제거해도 되는 건지 고민이 되나요? 그럴 수 있습니다. 사실 고통을 유발하는 어떤 자극을 제거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이유는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40대 직장인 G는 평생을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어려서부터 성실을 빼면 G의 90%가 사라졌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G는 성실의 표본이었습니다. 유치원을 빼먹으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고, 초등학교 과제도 수억이 걸린 중요한 프로젝트인 것처럼 열심히 했지요. 학급 회장은 부담스러워 못 해도 총무는 늘 G담당이었습니다. 담임 선생님도 자기 자신보다 G를 믿을 정도였지요. 


당연히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성적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연히 받았던 지능검사에서는 평균 수준의 지능이라는 결과가 나왔지요. G의 부모님은 그 결과를 듣고 뭐 이런 사기꾼이 다 있냐며 노발대발하셨습니다. 우리 아이가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하고 성적은 또 얼마나 좋은데, 평균이라니! 그 이후로 G의 부모님은 심리검사의 ‘심’ 자도 듣기 싫어하셨지요. G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누구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성공은 1%의 재능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고 했으니 지능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피나는 노력으로 G의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습니다. 적당히 좋은 대학에도 합격했고, 대학생이 되자 오히려 성적이 더 좋아졌지요. 다른 동기들이 술 마시고 연애할 때 G는 공부만 했거든요. 그렇게 G는 적당히 좋은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결혼도 했습니다. 귀여운 딸도 낳았지요.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G의 인생은 완벽했습니다. 


그렇게 완벽해 보이는 인생의 주인공 G는 요즘 놀랍게도 고통 속에 빠져 있습니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일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다른 동기들이 수월하게 해 내는 일도 G는 버거웠지요. 다른 사람의 세 배 혹은 네 배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일만 할 수도 없었습니다. G에겐 가정이 있기 때문이지요. 남편도 일을 하는 상황이라 집안일을 나눠해야 했습니다. 딸도 돌봐야 했지요.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할 수 없었습니다. 무거운 책임감이 G를 짓눌렀기 때문이죠. 잠을 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식사시간도 줄였지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G는 병치레가 잦아졌습니다. 툭하면 감기에 걸리고, 툭하면 편도염에 시달렸지요. 장염 때문에 몇 번 입원도 했습니다. 수면이 부족한 탓인지 업무 효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실수도 많아졌지요. 그럴수록 G는 성실한 사람이 아니라, 무책임하고 무능한 사람이 되어 갔습니다. G는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지요. 평생을 열심히 살기만 했는데,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된 걸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누가 보아도 G는 큰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지금 상태를 보면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이지요. G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스트레스원을 제거해야 합니다. 


자, 어떤 스트레스원을 제거해야 할까요? 만약 이 작업을 G에게 맡겼다면 그녀는 얼어붙고 말았을 겁니다. G에게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죠. G는 그저 눈앞에 주어진 과제를 열심히 해 왔을 뿐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가라고 하는 길을 묵묵히 걸었고, 그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요. 특별히 이루고 싶은 꿈도 없었고, 자신에게 맞는 삶이 어떤 것인지도 굳이 따져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별 문제는 없었지요. 지금까지는 말입니다. 누군가는 그저 그렇게, 바로 앞만 보면서 살아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축복이지요. 안타깝게도 G는 그 궤적에서 벗어나고 말았습니다. 길을 잃은 것입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그 기준은 이미 G 안에 있기 때문이지요. 다만 G가 발견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G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 그것은 바로 가치(value)입니다. 


가치는 여러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우리가 집중하려는 의미는 목표로서의 가치입니다. 중요하면서도 좋은 것으로 여겨져 관심의 대상이 되거나 목표가 되는 것, 이것이 곧 가치입니다. 가치는 우리의 행동 기준입니다. 가치와 부합하는 행동은 하고, 부합하지 않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지요. 인간은 특정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을 할 때 행복감과 의미감을 느낍니다. G에게도 명확하게 드러나는 가치가 있었지요. 바로 ‘성실’입니다. 문제는 그 이외에 다른 가치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각각의 가치는 모두 소중하고 바람직하지만, 서로 상충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주어진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합니다. 그렇다면 힘든 과제를 내려놓고 적당히 쉬면서 삶 자체를 만끽하는 것은 어떤가요? 이것 또한 바람직하지요. 하지만 한 순간에 두 가치가 공존할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서로 상반되는 가치가 있으며,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숨은 가치들도 존재합니다. 이처럼 가치는 다면적이면서도 복합적이지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주제인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가치의 유형과 특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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