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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 Apr 11. 2024

16. 나의 가치, 이대로 괜찮을까

슈월츠의 가치 모형(참고: 15. 쓸모없는 가치는 없습니다 https://brunch.co.kr/@524aa6c9eb9a416/19)은 과학적 연구를 토대로 한 포괄적인 좋은 모형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 적용하기에는 다소 추상적인 면이 있지요. 때문에 여러분의 가치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여러분의 삶을 구성하는 주요 영역을 구분하고 각 영역에서 여러분이 진정으로 바라는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면 됩니다. 슈월츠의 모형에서 밝혀진 여러분의 기본 가치와 일치하는지를 꼼꼼히 따지면서 말입니다. 


안타까운 G의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참고: 14. 고통을 줄이려면 https://brunch.co.kr/@524aa6c9eb9a416/18). G는 ‘성실’이라는 가치를 열정적으로 추구해 왔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성실하다고 말할 때에는 주어진 일이나 의무를 충실하게 수행한다는 의미를 담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성실이라는 가치는 개방성보다 보호의 가치와 밀접합니다. 아마도 G는 보호 영역의 일부 가치를 따라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G가 기본적으로 지닌 역량에 비해 항상 높은 성취를 이루었다는 점이지요. 평균 수준의 지능을 타고났음에도 불구하고, G는 좋은 대학, 좋은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주어진 일에 성실히 임하다 보니 좋은 성과가 나온 것인지, 아니면 은연중에 과제의 성공과 그에 따른 인정, 혹은 칭찬을 즐겼던 것인지는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다행히도 G는 전문 상담기관에 방문해서 자신의 가치에 대해 정밀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G는 주로 보호와 자기 초월영역의 가치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자기강화나 개방성은 그녀의 가치가 아니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성취를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납니다. 그녀는 사실 좋은 대학, 좋은 회사에 들어간 것에 대해 큰 기쁨도 느끼지 못했지요. 


G의 기본 가치를 확인한 뒤, 상담자는 G가 진정으로 바라는 삶의 모습을 그려보도록 합니다. G는 일과 관계, 취미, 건강, 영성/종교/사회기여의 영역 중 ‘관계’를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꼽았습니다. 그녀에게는 가족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엄마와 아빠, 남편, 딸이 가장 소중했던 것이지요. 그녀는 그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고백합니다. 


일 영역에서 그녀가 기대하는 바는 놀랍게도 작았지요. 그녀는 큰 성취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다른 사람을 통제하며 즐거움을 얻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평온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돈을 벌고 싶었을 뿐이지요. 사실 따지고 보면 남편이 버는 돈 만으로도 그 목적은 달성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꾹 참고 버텨왔던 것은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함이었지요. G는 부모님의 자랑이었으니까요. 


취미 영역에서 크게 기대하는 바는 없었지만, 가족과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공동의 활동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 건강 영역에서는 큰 질병 없이 무난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다고 보고했지요. G는 특별한 종교가 없었기 때문에 영성 영역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대가 없었습니다. 정리하면, G가 그리는 이상적 삶은 ‘평범하지만 평온하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었습니다. 




G가 했던 것처럼 여러분도 각 삶의 영역에서 이루고자 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떠올려 보기 바랍니다. 일과 관계, 취미, 건강, 영성이나 사회기여 영역에서 여러분이 이루고 싶은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요? 어떤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돈을 벌고 싶은가요? 사람들과 많이 만나는 일을 하고 싶은가요, 아니면 사회적 접촉이 적은 일을 하고 싶은가요? 연애를 꼭 해야 하나요? 결혼을 꼭 해야 하나요? 자녀를 반드시 낳고 싶은가요? 몇 명의 친구가 필요한가요? 부모님이나 형제자매와 자주 만나야 하나요? 친척은 또 어떤가요? 1년에 한 번 만나서 서로 얼마나 늙어가는지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에서 “결혼은 언제 하니,” “제대로 된 일을 해야지,” “부모님한테 잘해라” 등의 덕담을 가장한 잽을 계속 맞아야 하는 것인가요? 운동은 해야 할까요? 비싼 개인 트레이닝과 필라테스를 꼭 받아야 할까요? 여행은 어떤가요? 꼭 해외여행을 가야 하나요? 우리의 마음속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영성 영역과 사회기여 영역에서 이루고 싶은 바는 없나요?


질문 살인마가 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정말 중요한 질문들입니다. 각 질문에 꼼꼼하게 답해야 여러분이 그리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질 것이고, 그 그림을 토대로 불필요한 고통을 구별할 수 있을 테니까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면 글로 표현해 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바라는 삶에 이름을 붙여 보기 바랍니다. G가 바라는 삶이 ‘평범하지만 평온하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한 번에 완벽하게 정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삶은 꾸준히 발견하면서 수정하는 것입니다. 모든 영역에 대해 이루고 싶은 바를 한 번에 다 적을 필요도 없습니다. 일단 상대적으로 분명한 영역부터 시작하기 바랍니다. 불확실한 영역은 남겨두고 말입니다. 그렇게 진행하면서 점진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확장하는 겁니다. 


확장의 방향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발견한 영역에서 발견하지 못한 영역으로 확장합니다. 우리는 이미 슈월츠의 도구를 통해 우리의 기본적인 가치를 확인했습니다. 확인된 가치를 고려했을 때 우리가 각 삶의 영역에서 이루고자 하는 바를 추측해 볼 수 있지요. 그렇게 조금씩 발견해 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둘째, 상위가치에서 하위가치로 확장합니다. 앞서 우리는 변화에 대한 개방성이라는 상위가치 안에 쾌락주의와 자극추구 등의 하위가치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쾌락주의와 자극추구에 포함되는 하위가치들이 있지요. 그렇게 가치는 위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위위계를 구체적으로 파악할수록 우리의 행동과 가치를 일치시키는 작업이 더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셋째, 가치 달성을 위한 구체적 방법이나 도구로 확장합니다. 가치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지만, 좀 더 빠르고 확실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가치달성을 위한 방법을 발견하여 실행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갈 것인지를 계획하여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지요. 




여러분 만의 가치관계도를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려 놓고 보면 자신이 속물 같기도 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애송이 같기도 하고, 등등 매우 부끄러울 수 있습니다. 어쩌면 자신의 생각이 아이처럼 단순한 것을 보고 놀랄 수도 있지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우리가 가진 가치는 무의식적으로 다듬어질 때가 많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 미디어에서 은연중에 전달되는 메시지, 학교 수업에서 조는 와중에 들었던 내용 등 다양한 경로로 전달된 정보가 우리의 가치를 만들어 가지요. 


가치의 작용과정도 무의식적일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그러니 놀라울 수밖에요. 여러분의 날카로운 이성과 논리적인 사고력으로 다듬어진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이곳저곳에서 들어온 정보들이 두려움과 공포, 질투와 같은 감정과 어우러져 얼기설기 붙어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가치니까요. 


다음에 제시된 그림은 많은 학생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흔하게 발견했던 가치관계도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흔한 가치관계도입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정상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지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가치관계도 자체를 비판하고 싶지 않습니다. 삶의 모습은 다양하고 가치는 모두 소중한 것이니까요. 다만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가치관계도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사람은 모두 고유하게 태어납니다.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가지 성격이 있지요. 우리가 아무리 성격유형을 나누어 그 틀에 각 사람을 끼워 넣으려 애써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닙니다. 때문에 저는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개의 고유한 가치관계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비슷한 부분이 있겠지만 완벽하게 동일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적어도 일부는 달라야 합니다. 각 사람의 특성과 상황에 맞게 말이지요. 


그런 측면에서 어떤 가치관계도이든 분석과 수정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 과정을 두 단계로 나눕니다. 


첫 단계는 가치 자체를 분석하는 겁니다. ‘이것이 정말 나의 것인가’를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보면 됩니다. 나는 왜 이러한 삶을 지향하는가? 이것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맞는가? 수정할 부분은 없는가? 가치들 간에 서로 모순되거나 불일치하는 부분은 없는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어떤 것이 나의 것이고, 어떤 것이 남의 것인가? 등을 꼼꼼히 따져 보는 겁니다. 


두 번째 단계는 도구를 분석하는 겁니다. 내가 설정한 도구가 가치를 달성하기에 적절한 것인지를 따져보는 것이지요. 필요하다면 다른 도구를 찾아보기도 해야 합니다. 


앞서 제시되었던 가치관계도를 보면, 가치와 도구의 관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림에서는 성취와 권력, 쾌락주의와 자극추구, 자비심의 가치를 실현하는 도구가 하나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고소득 직장’이지요. 고소득 직장은 보통 높은 성취를 이루어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높은 소득은 곧 중요한 자원이므로 권력과도 밀접하지요. 돈이 많으면 다양한 경험의 기회가 열리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주변 사람들을 도울 때 필요한 경제적 자원도 확보할 수 있고요. 


모두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예컨대 고소득 직장은 많은 돈을 주는 만큼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가진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이 요구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분도 있겠지요.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G 같은 경우지요. G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했습니다.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일에 많은 부분을 투입하면, 다른 영역, 예컨대 취미나 관계 영역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을 투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간단히 말해 돈은 있지만 시간과 에너지가 없어 놀러 다닐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돈은 있지만 딸과 놀아줄 시간과 에너지가 없어 비싼 선물만 사줄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고소득 직장을 갖게 되면 주변 사람들이 인정해 주고 칭찬해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존경을 받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반대의 일도 일어납니다. 사람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을 질투합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요. 더 많은 것을 가졌으니 더 많이 내놓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어이없는 요구를 하기도 하지요. 이전에는 허울 없이 가깝게 지냈던 친구의 연락이 언젠가부터 뜸해지기도 합니다. 이제는 서로 다른 세상에 살게 된 것처럼 말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어떤 방법, 혹은 도구를 사용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 혹은 예상치 못한 작용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가치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른 도구, 혹은 방법의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고소득 직장이 관계 영역이나 취미 영역에서의 가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관계 영역의 경우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지요.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정서적으로 교류하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돌보는 것이지요. 물론 기본적인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기본’이 어느 정도인지를 적절히 파악하는 것이 어려울 뿐이지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돈 만으로는 관계에서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지요. 


가치관계도를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감을 잡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함께 작업을 하며 반복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작업을 간단히 책에 담으려니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이쯤에서 우리의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스트레스원 중 어떤 것을 제거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가치관계도에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삶에 꼭 필요한 고통이라면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견뎌내야 하는 것이지요. 반면 우리가 원하는 삶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제거할 수 있는 겁니다. 




G의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G는 가치작업을 통해 ‘평범하지만 평온하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이 자신의 진정한 바람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상담을 받으면서 그런 삶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도 정리해 보았지요. 그 결과 G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꼭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회사가 G에게 많은 소득을 주고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남편이나 딸과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고 건강을 크게 해쳤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상황을 파악한 G는 상담자와 함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웁니다.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고, 충분한 준비를 한 뒤에 이직을 하는 것으로 결정합니다. ‘충분한 준비’에는 적당한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것과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이 포함되었습니다. 


이 작업은 의외로 순조로웠지요. G의 경력은 상당히 우수했기 때문에 지금보다 봉급이 적지만 업무 강도가 약하고 근무 시간이 안정적인 자리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부모님도 예상했던 것과 달리 G의 결정을 반기셨지요. 사정을 충분히 말씀드렸기 때문입니다. G는 부모님의 큰 실망과 비판이 자신의 머릿속에만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막상 부딪혀 보니 내가 그동안 뭘 그렇게 무서워했나, 싶을 정도로 별 일 없이 지나갔기 때문이지요. 물론 부모님의 표정에서 약간의 실망을 읽을 수 있었지만, 그뿐이었습니다. 그분들의 실망은 어떤 실질적인 위협으로 연결되지 않았지요. G로서는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렇게 G는 직장을 옮겼습니다. 직장을 옮기고 얼마 동안은 힘들었지요. 생활이 바뀌는 것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가 되니까요. 하지만 그리 길게 지속되지는 않았습니다. 새로운 생활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상당히 줄어들었지요. 


G는 남편이나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산책도 하고, 주말이면 간단한 나들이도 다녀왔지요. 즐거웠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즐거운 순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즐거웠지요.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니 웬일인지 몸도 가벼워졌습니다.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이제는 1년에 한두 번 정도로 줄었지요. 


활기가 돌면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평소라면 지나쳤던 주변 사람들의 고통이 눈에 띄기 시작했던 겁니다. 이전에는 몰랐는데 G의 주변에는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유는 다양했지요. 그들을 보면서 G는 이전의 자기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안타까웠지요. 그래서 그녀는 이들을 위해 뭔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이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상담을 배워서 이들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겁니다. 


이때부터 G에게는 새로운 꿈이 생깁니다. 온라인 강의 등을 통해 틈틈이 공부해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을 만큼의 지식과 기술을 습득한 뒤 필요한 사람에게 대가를 받지 않고 전문적 상담을 해주는 것이지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진 것은 아니지만, G는 천천히 그 꿈을 이루어 가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G의 삶의 변화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어떤 분은 새로운 G의 삶이 좋아 보일 겁니다. 또 어떤 분은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포기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직장을 바꾸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봤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말입니다. 어떤 생각이든 다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치를 파악하여 그 기준을 이용해 자신의 삶을 재설계했다는 데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수정될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며,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힘들고 돈 많이 주는 직장은 버리고 ‘워라밸’을 맞출 수 있는 다른 직장을 찾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그것대로 부적절합니다. 사람마다 상황이 모두 다르니까요.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도 않습니다. 여러분이 원한다고 해서 다른 회사에서 턱턱 받아주는 것도 아니며, 돈을 적게 주는 작은 회사라고 해서 반드시 워라밸이 보장되는 것도 아닌 것입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반드시 딸과 친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딸은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필요할 때 돈을 척척 내어 주는 돈 잘 버는 엄마를 더 좋아할지도 모릅니다. 용돈도 주지 않으면서 감옥의 간수처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사사건건 잔소리를 하는 엄마는 필요 없다며 집을 뛰쳐나갈지도 모르는 것이지요. 


이처럼 우리의 이상은 현실과 다를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좀 더 철두철미해야 합니다. 수많은 전쟁을 치른 노장처럼 말단 병사의 안색이나 산속 동물들의 움직임 같은 세부적 요소들까지 꼼꼼하게 살피면서 작전을 짜야하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분석만 하고 있으면 변하는 것도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부터라도 조금씩 바꾸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계속 수정하는 것입니다. 


가치를 중심으로 고통을 유발하는 사건을 정리했다면, 이제 남은 것들에 대한 대응책을 세워야 합니다. 내가 바라는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고통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지요. 다음 시간부터 이 내용을 체계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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