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견디는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은 정말 다양합니다. 지금 바로 사용해 볼 수 있는 방법도 있지요. 자 여러분,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호흡을 참아보십시오. 계속 참아 보십시오. 숨을 참고 있으면 점점 몸이 불편해지는 것을 느낄 겁니다. 그 불편감이 곧 고통이지요. 어떤 분은 ‘이대로 숨을 참고 있으면 뇌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움마저 느낄지도 모릅니다. 그런 상황에서 여러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첫 번째 행동은 무엇인가요? 그렇습니다. 숨을 쉬는 겁니다. 깨끗하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쉬고, 몸속에 있던 기체를 뿜어내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고통감내력은 어떻게 측정될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숨을 쉬는 행동’을 선택하지 않고 얼마나 오래 고통 속에 머무느냐로 측정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숨을 참는 시간인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이 방법이 마음에 드나요? 마음에 안 든다고요? 어떤 점이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나요? 맞습니다. 이 방법은 명백한 한계가 있지요. 바로 폐활량 측면에서의 개인차입니다. 숨 참기를 습관적으로 해 온 분들은 기본적인 고통감내력과 별개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숨을 참을 수 있을 겁니다.
프리다이빙 관련 서적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제임스 네스터(James Nestor)는 그의 책 『호흡의 기술(Breath: The new science of a lost art)』에서 다양한 배경의 다이버들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중에는 평범한 여교사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훈련을 통해 8분 이상 숨을 참는 다이버도 소개되었지요. 8분입니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렸다가 느긋하게 모두 흡입할 수 있는 시간이지요. 그 시간 동안 평범한 여교사님은 내내 숨을 참고 기다릴 수 있는 겁니다.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고통을 유발하는 어떤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아주 어려운 문제를 내어 주고 얼마나 오랫동안 그 문제에 매달리는지를 측정하는 겁니다. ‘아주 어렵다’는 것이 모호한가요? 그럴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지적 역량이 다르니 ‘어렵다’고 느끼는 것도 다를 수 있지요. 그렇다면 모두에게 동일한 난이도로 문제를 만들면 어떨까요? 그런 문제가 어디 있느냐 싶겠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아무도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것이지요. 기본적으로 답이 없는 문제를 만드는 겁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 메튜 녹(Matthew Nock)은 이러한 과제를 개발해서 사람들의 고통감내력 수준을 측정했지요. 그는 기존의 일반적인 카드분류 과제의 규칙을 바꿔서 아무도 풀 수 없는 문제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풀도록 지시했지요. 당연히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열심히 문제를 풀었습니다.
고통스러웠을 겁니다. 과제에 실패하는 것, 혹은 과제를 풀지 못하는 것 자체가 다양한 부정적 감정을 유발했을 테니까요. 녹이 주목한 것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그 과제에 매달리느냐였습니다. 더 오랜 시간 동안 과제를 지속할수록 고통감내력도 높다고 판단했지요. 고통감내력이 낮은 사람들은 과제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유발되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빠르게 그만두었을 테니까요.
자 이제 어느 정도 감을 잡으셨을 겁니다. 고통감내력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매우 다양한 고통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그 고통을 경험할 때에는 거의 예외 없이 그 고통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이 머릿속에 떠오르지요. 그때 얼마나 빨리 그 방법을 채택하는지가 바로 고통감내력 측정의 핵심입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꽤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어떤 경우에는 고통을 빨리 피하지 않고 견디는 것이 너무나도 명백한 보상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지요. 그럴 때 우리는 고통을 평소보다 오래 견딜 겁니다.
수학 문제를 풀기만 하면 머리가 뽀개질 듯 아프고, 깊이 모를 자괴감과 분노에 시달리는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는 수학을 혐오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것은 아니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정도는 되지요.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학문제에 오래 매달리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애가 넘치는 어머님께서 한 가지 제안을 하십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내 너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단다. 그리하여 오늘은 한 가지 제안을 하마. 수학 문제를 1시간 동안 풀면 너에게 12시간 게임 쿠폰을 제공하마.”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런 제안을 들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어떨까요?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그는 열심히 버텼을 겁니다. 평소라면 상상하지 못했을 초인적인 감내력을 발휘해서 고통을 견뎠겠지요.
반대도 가능합니다. 평소에는 어느 정도 고통을 잘 견디는 편이지만, 고통을 견디는 것이 별다른 유익이 없다고 판단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럴 때에는 재빨리 고통을 피해 버리는 겁니다.
이렇듯 우리의 고통감내력은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측정하는 것이 꽤나 까다롭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반적인 경향성’을 알고 있습니다. 12시간 게임 쿠폰과 같은 강력한 보상이 없을 때, 평소의 행동 패턴을 알고 있는 것이지요. 적어도 ‘평균적으로’ 어떤 경향이 있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지식’을 이용해서 우리의 고통감내력 수준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 정신의학과 교수 캐서린 맥휴(Kathryn McHugh)는 개인의 고통감내력 수준을 측정하는 간단한 도구를 개발했습니다. 고통감내력 부족 척도(Distress Intolerance Index)라고 불리는 이 도구는 10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음에 제시되는 각 문항에 동의하는 정도를 0점(전혀 그렇지 않다), 1점(약간 그렇다), 2점(웬만큼 그렇다), 3점(상당히 그렇다), 4점(매우 그렇다) 중에 하나로 평정하기 바랍니다.
1. 괴로운 감정을 다스리기 어렵다.
2.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괴로운 감정을 잘 견디는 것 같다.
3. 괴로운 감정을 느끼는 것은 언제나 힘들고 불쾌하다.
4. 괴로운 감정을 느끼게 될 까봐 두렵다.
5. 괴로운 감정을 멈추기 위해 뭐든 할 것이다.
6. 괴로운 감정을 느낄 때면,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에 대해서만 정신을 쏟게 된다.
7. 괴로운 감정에서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야 한다(그런 감정이 지속되는 것을 견디기 어렵다).
8. 불쾌해질 수 있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다.
9. 괴로운 감정을 견디기 어렵다.
10. 긴장하게 될 까봐 두렵다.
총점은 모든 문항의 점수를 더해서 계산합니다. 점수가 높을수록 고통감내력은 낮다고 해석할 수 있지요. 자료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국내 대학생의 경우 평균은 대략 15점, 표준편차는 7점 정도 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 정보를 기준으로 대략적인 범위를 정해 보면, 8점에서 22점까지는 정상범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22점에서 29점은 고통감내력이 다소 낮다고 해석할 수 있고요.
30점 이상은 고통감내력이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대학생의 자료이기 때문에 청소년이나 중장년, 혹은 노년기에 그대로 이 범위를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략적 위치는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지요.
고통감내력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해서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낮은 고통감내력 때문에 심각한 수준의 부적응을 경험하고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겠지요.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없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검사 결과 상 고통감내력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스스로 판단하기에도 평소 정서적 고통을 잘 못 견뎌서 다양한 부적응을 겪고 있다면, 그 이유를 꼼꼼하게 분석해 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