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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영 Sep 13. 2017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차

부자여행 : 전주편 #마지막

나는 아내와 함께 마실 요량으로 전주 특산물인 모주를 한 통샀고 연우도 좋아할 초코파이도 한상자 샀다. 


1년의 마지막날이어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탓이었는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주를 찾았고 또 전주를 떠나려고 하고 있었다. 경기전에서 만난 자매여행자들을 다시 만난 건 플랫폼이었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 묘했다. 어제의 그 게스트하우스가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사람들이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하루에 두 번이나 밖에서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들의 목적지는 수원이었고 기차 좌석이 매진이라 입석을 샀다고 했다. 기차 중간칸에 오락실이 있으니 거기라면 입석이어도 편히 갈 수 있을 거라고 귀뜸해 주었다. 오락실과 매점이 있는 객차는 진우 덕분에 알게된 곳이었다.


제 시간에 들어온 기차는 이미 만원이었다. 수원자매들 말처럼 입석으로 탄 사람들도 많았다. 기차는 소리없이 출발했다. 우리는 짐을 한켠으로 미뤄놓고 각자 책을 펴들었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아까 헌책방에서 산 책이 궁금했다. 한동안 말없이 책만 읽다가 난 깜박 잠이 든 모양이었다. 진우가 만화책 다 읽고 나가고 싶다고 해서 잠에서 깼다. 움직이는 기차는 위험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폐를 끼칠 수 있으니 조심해서 다니라고 했다. 진우는 그러마고 했고 잠깐동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뭐 재미있는 거 있었냐는 내 질문에 오락이 하고 싶었는데 형들이 앉아있어서 못했다고 퉁퉁거렸다. 


진우와 나는 매점카트를 세워 약간의 간식을 샀다. 진우가 고른 것은 맥반석계란이었다. 나는 진우랑 먹을 생각으로 봉지과자를 하나 샀다. 계란과 과자를 먹으면서 어제와 오늘 우리의 여행에 대해 이야기했다. 난 질문이 많았고 진우는 말을 아꼈다.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그런 내 기대와는 달리 진우는 말이 적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차는 우리를 일상으로 돌려보낼 것이다. 한 달 여의 방학이 지나면 진우는 2학년이 될 것이고 나도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여행은 새털같이 많은 일상에서 보면 보잘것없는 일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 여행에서 진우에 대해서 그리고 나 스스로에 대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했다. 진우는 생각보다 많이 컸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고 또 잘 해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진우와 단 둘이 또다시 떠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었고 또 여행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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