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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영 Jan 18. 2018

이번엔 아빠다!

부자여행:경주편#01

진우가 봤던 책 중에 가장 좋아했던 책이 하나 있다. 


안타깝게도 진우 엄마가 가장 싫어하는 이 책은 제목을 밝히긴 어렵지만 만화책이다. 이 책은 “지금의 아빠들이 어렸을 적에 있었을 법한 일화들”을 모아 놓았다. 국민학교를 다니고 빡빡이 머리를 한 채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를 만화로 각색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의 내용 또한 내가 공감하거나 직접 경험했던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내가 봐도 재미있는 책이다. 이 책이 나온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므로 이 책의 주인공인 꼬마는 지금쯤 아마 내 나이쯤 되었을 것이다. 그냥 이 만화는 우리 어릴 적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데 아내는 왜 이 책을 싫어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진우가 몇날 며칠을 이 책만 봐서다. 진우가 가장 먼저 접한 만화책이면서 가장 많이 본 만화책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일 것이다. 보통의 단행본 정도의 두께라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하면 30분 정도 걸린다. 진우는 이 책을 거짓말 조금 보태서 백번도 넘게 봤다. 이유는 재미있어서다. 진우가 그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어서 진우는 아빠의 어린 시절을 거의 공감한다.


7, 80년대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을 진우는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처럼 생생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다. 아빠와도 옛날 국민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진우는 아들이 아니라 옛친구처럼 친숙하게 느껴진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건 진우는 지금 초등학교 생활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다. 진우는 학교가는 것 이외에는 하는 게 없다. 학교 수업이랑 방과후 한 시간이 끝나면 공식적으로 할 게 없다. 아파트에 사는 것도 아니라서 집으로 돌아오면 세상과 단절된다. 집에서는 오직 엄마랑 아빠 그리고 동생 연우랑만 같이 놀 수 있다.


그래서인지 진우는 집에서 노는 것도 좋아하지만 학교에서 노는 것도 많이 좋아한다. 학교 정규수업은 4교시가 대부분이고 일주일에 두 번 5교시가 있다. 진우는 가끔 내게 학교수업이 6교시도 하고 7교시도 했으면 좋겠다고 푸념한다. 그럴때면 엄마 아빠는 학교에 가서는 친구들한테 그런 얘기는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혹 학교 수업이 싫은 친구들이 있는데 눈치없는 진우가 학교수업을 오래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 그 친구가 진우를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물론 진우가 친구들에게 그런 얘기를 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진우는 지금 학교를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아빠 어릴 적 학교 이야기도 좋아한다. 그런 진우를 위해 이번엔 내가 슬쩍 여행 이야기를 꺼냈다.


“진우야! 아빠 다니던 초등학교 한번 가볼래?”

“에? 정말? 갈래요!!!”


진우는 1초의 망설임이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나는 진우의 밝은 대답을 듣고 이번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아빠의 초등학교라.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는 지금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학교가 없어진 건 아니겠지. 국민학교 동기동창들은 잘 살고 있을까. 옛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깊은 추억과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갑자기 옛 추억이 떠오르며 내 심장은 조심스럽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다시 국민학교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처럼 미묘한 흥분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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