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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톺아보기 Jul 30. 2024

유투브 보니? 나는 유투브로 운동한다 ~ - <에일린>

<매우 사적인 유투브 탐방> 


유튜브의 시대이다. 광대한 대양과도 같은 유튜브의 세계에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콘텐츠의 섬들이 떠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저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유튜브 콘텐츠를 찾아 주유한다. 이제는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이 유튜버인 시대, 뒤늦게 그 유튜브의 세상에 맛들인 기자가 매우 사적인 유튜브 콘텐츠 탐험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산책하는 것조차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던 내가 숨쉬기 운동 말고 운동을 처음 시작한 것은 번아웃인지, 우울증인지 내 자신을 가눌 길 없었던 그 시절이다. 4년 전쯤 거금을 들어 스포츠 센터에 등록을 했다. 이제 와보면 우울증 처방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운동'이었으니, 나름 선견지명이 있었던 셈인가.



헬스장을 이용하면 요가나 필라테스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본말이 전도돼서 런닝 한번 뛰지 않고 필라테스와 요가 수업만 참여했었다. 나이와 운동은 반비례한다는 시절의 철칙을 거스를 수가 없었다. 꼴랑 한 시간 배우고 와서 며칠을 끙끙 앓는 수준이었다. 




코로나, 유투브로 운동을 시작하다


그래도 학창 시절에도 그 뻣뻣하고 순발력 제로의 몸으로 성실하게 연습해서 체력장 만점(절대 평가로 웬만하면 통과했었다)을 획득한 내가 아니었던가, 일주일에 한번 가던 걸, 두 번, 세 번 하면서 조금씩 흥미와 요령을 붙여갈 즈음, 코로나가 습격했다. 마스크도 쓰고, 소독도 하고, 갖은 처방을 했지만, 결국 스포츠 센터는 기약없이 셔터를 내리게 되었다. 마지막 수업에서 요가 선생님이 소개시켜주신 게 <요가 소년>이었다. 



나의 첫 유투브 운동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되는대로 두툼한 담요를 거실에 펼쳐놓고 시작했다. 하지만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는 개인사로 인해 운동은 커녕 '호구지책'에 하루하루가 버거운 시절이 닥쳤다. 



그런데 그 호구지책이 문제였다. 버스비를 아낀다고 왕복 두 시간 걷는 데다가 주구장창 네 시간을 서서 일을 하다보니, 몸이 견뎌내지를 못하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팔 다리에 등짝까지 안쑤시는 데가 없었고, 안그래도 근육조차 붙지 않았던 허약한 내전근으로 요실금에 치질, 갖은 잡병들이 야곰야곰 찾아들었다. 그래서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요즘 유행하는 '생존 수영'처럼 '생존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서당개 3년이라고 플랭크, 스쿼트니, 팔굽혀 펴기로 몸을 풀고 하루를 시작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쑤시는 몸을 일으켜 유투브를 켰다. '엄마 tv'라고. 남자 강사가 몸빼에 앞치마를 두르고 하는 에어로빅 프로그램이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만큼 빠른 트롯 음악이거나 익숙한 90년대 댄스 음악을 배경으로 손뼉을 신나게 치면서 왔다 갔다 걸으며 팔 동작을 하는 내용이었다. 십 여분 남짓? 신기하게도 전기요로 지져도 낫지 않던 등의 통증이 사라졌다. 게다가 덤으로 '웃으세요~'하는 강사의 신나는 멘트를 듣다보니 땅굴파며 들어가려던 내 마음이 그래도 지상에는 머무르게는 됐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나의 유투브 운동은 내 상황에 맞춰 '엄마 tv'에서  '빵느' 필라테스, '필라테스하는 물리치료사'를 거쳐 '에일린' 요가에 이르게 되었다. 


나는 유투브로 운동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 물 한 잔을 마시고 요가 매트를 편다. 벌써 몇 년째 나와 함께 동거동락한 매트는 어느 새 이곳 저곳 파인 곳이 생겼다. 얇아져서 매트 아래에 담요를 한 장 더 깔아야 무릎이 아프지 않다. 레깅스에 브라탑, 그리고 머리 두건까지 착복을 하고 경건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하루를 연다. 일찌기 장비빨이라며 스포츠센터 다니던 시절에 장만해 놓은 것들이다. 그저 구색이 아니라 운동을 하는 내 나약한 근육을 잡아주는 든든한 동지들이다. 



때론 쉽지 않은 동작 하나, 하나를 차분하게 따라가다 보면 이리저리 갈피를 놓친 마음조차 지금 여기로 와서 모이는 듯하다. 때로는 지루한 날도, 때로는 버거운 날도, 매일 매일 우리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내 마음을 맞이 한다. 그런데 동작 하나 하나를 하다보면, 우리네 인생도 이 요가의 동작처럼 그저 해나가다 보면 파도를 넘듯이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견디기 함든 동작도 몇 숨을 견디다 보면 다음으로 넘어가듯이 이 힘든 시절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요가 소년>으로 운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어떻게든 강사의 동작을 완벽하게 해내야 겠다는 욕심이 앞섰다. 그런데 계속 운동을 하다보니, 뻣뻣한 내 몸의 상태를 무시하고 어거지로 따라하다 보면 결국 돌아오는 건 근육통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제는 강사의 말 처럼,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려고 한다.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만이다. 



회자되는 미생의 명장면이 있다. 어린 장그래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네가 오래, 그리고 잘 바둑을 두기 위해서는 우선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그리고 다음 장면 회사 생활이 견뎌내기 위해 장그래가 아침 조깅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굳이 MZ이니 내세울 것도 없이 이제는 개인으로서의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개인으로 건강하게 지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인 시대가 되었다. 김종국이란 가수가 처음 등장했을 때 헬스로 다져진 그의 몸은 구경거리였지만, 어느새 시절이 바뀌어 이제 그는 본받을 만한 삶의 표본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어느 날 신호등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내가 등을 펴고 곧게 서있다는 걸 깨달았다. 학창 시절이래 늘 구부정했던 나였는데, 꾸준한 운동이 60먹은 나의 자세를 바꿨다. 본의 아니게 여전히 나는 일을 해야 하는 처지이고, 다행히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60년 묵은 육체로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기 위해서 체력은 필수인 것이다. 꾸준한 운동 덕분일까, 처음 일을 하던 때와 내 자신이 많이 달라진 것을 새삼 깨닫는다. 





돌고 돌아 <에일린> 요가에 정착한 이유는 시간대별, 난이도별 풍성한 콘텐츠 때문이다. 거기에 때로는 제주 바다에, 대관령 양떼 목장, 그리고 해외의 요가원에 이르기까지 배경이 주는 힐링도 한 몫한다. 덧붙여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명상도 빼놓을 수 없다. 마음이 시끄러운 날이면 단 10 분이라도 그녀의 인도에 따라 명상에 나를 맡긴다. 



그리고 유투브로 운동을 하다 덤처럼 얻은 게 하나 있다. 듣는 연습이 된다는 것이다. 성정이 급한 나는 언제나 내 마음이 앞서 후회를 자초하곤 했다. 특히 남의 말을 진득하게 들어주는 게 힘들다. 그런데, 유투브로 운동을 해야 하니 들어야 한다. 잘 들어야 동작을 제대로  따라할 수 있는 것이다. 유투브 운동이 엉뚱하게도 이런 연습까지 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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