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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톺아보기 Sep 01. 2024

식사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

<매우 사적인 유투브 탐방> 무니키친

나이가 들어 가장 곤혹스러운 일 중 하나는 '건강'이다. 모임에서 오가는 대화 중 상당 부분은 건강과 관련된 것들이 차지한다. 요즘 인기를 끄는 '저속 노화'처럼 늘 새로운 건강의 패러다임들이 화제가 되고, 요즘은 뭐가 좋다더라며 신종 영양제가 화두에 오른다.  


내 개인적으로는 사십 대 중반부터 콜레스테롤 문제가 있었다. 살이 쪘다 싶은 정도는 아닌데도 건강 검진을 하면 '내장 지방'이 많았고, 나쁜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높았다. 그렇다고 내가 남들보다 많이 먹는 것도 아닌데, 억울하기도 했다. 결국 '나이가 들면 콜레스테롤 약을 먹는 게 혈관 건강을 위해서도 차라리 낫다'는 의사의 달콤한 말에 설득되어 콜레스테롤 약을 먹기 시작한 게 벌써 몇 년이 됐다.  


그 후 반년마다 다시 검사를 한다. 약을 먹으니 콜레스테롤 수치는 괜찮은데, 야금야금 당뇨 수치가 오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당화혈색소 수치가 64부터 당뇨인데, 62가 되었네요. 다음에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당뇨 약을 복용하십시다',  


이번에도 의사는 나이 들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차라리 약을 먹으면 수치는 괜찮아지니 맘 편하게 가지라 했다. 콜레스테롤에 이어 당뇨 약이라, 가족력이 있는 터라 늘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약을 먹어야 되는 상황이 오니 우울했다. 혹시 나이듦으로 핑계댈 수 없는 내 식습관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는 회의가 들었다.  


내 나이 쯤 되면 된장국에 나물 반찬, 생선 구이 정도면 건강한 밥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거기에 싱싱한 과일은 빠질 수 없지.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가급적 고기는 멀리? 먼저 나의 밥상에 이의를 제기한 건 아이들이었다. 이른바 MZ세대인 아이들은 단백질 중심의 식사가 건강을 유지하는 기본이 된다는 주의였다. 말이 한정식이지 나트륨 범벅이 아니냔다.  거기에 엄마가 즐기는 제철 과일이 혈당 피크만 높인다고 궁시렁거렸다. 어릴 적 주말이면 엄마는 칼국수를 한 냄비 끓이고 그걸 두 그릇씩 먹였는데, 사실 그게  탄수화물 폭탄이 아니고 뭐였겠냐니. 


▲ 무니키친 © 유투브   


유투브 에서 찾은 건강한 한 끼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내가 차리던 밥상, 내가 먹던 식습관이 문제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과연 그걸 어떻게 바꿔야 하는 건지 답답했다. 궁하면 유투브라고, 눈 앞에 당뇨의 허들을 앞두고 지푸라기라도 잡듯이 해법을 찾았다. 


유투브  속 먹거리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맛집 소개에서부터, 각종 요리의 비법까지. 그저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침이 고이는 산해진미가 그곳에 펼쳐져 있다. 하지만 막상 내게 맞는 해법들은 쉽지 않았다. <하루하루 문숙>이나, 여러 스님들의 레시피가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비건을 하겠다는 건 아니니 도움을 받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무니키친>을 만났다. 약 14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최문정 씨가 운영하는 유투브이다.  어릴 적 당뇨를 앓는 어머니를 둔 덕에 일찍이 당뇨식에 눈을 뜨게 되었고 14살부터 본인이 고혈당으로 각종 다이어트를 섭렵했었다니.  2012년 요리대회에서 수상하고 이후 블로그와 유투브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요리는 '저탄수, 당질 제한 레시피'이다. 밥이라 해봐야 그녀의 표현대로 종이 씹는 맛이 나는 오트밀이나 곤약밥인 경우가 많다. 그 맛없는 밥이 그녀의 기기묘묘한 요리를 통해 맛있는 한 끼의 식사로 변신을 한다.  


'살도 빠지고 너무 맛있어서 매일 먹게 되는 양배추 요리 8가지', '살 빠지고 맛있어서 매일 먹기 좋은 두부 요리 12가지', '매일 먹고 싶은 다이어트 김밥 12가지' 이런 식이다. 20여 분의 영상 동안 하나의 식재료가 그녀의 손을 통해 무궁무진한 요리로 변모한다.  


▲ 무니키친 © 유투브   

저탄수, 당질 제한 이라는 그녀의 요리에서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는 건 토마토, 양배추, 당근, 계란, 두부 등이다. 거기에 제철 맞은 감자, 브로콜리, 단호박, 가지 등이 찬조 출연을 한다. 찌고, 볶고, 무치고 , 양배추 하나로 그렇게 다양한 요리가 가능했는가 싶게 여러 요리로 재탄생한다. 거기에 빠질 수 없는 건 다이어트 식의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인 계란이다. 마치 접착제처럼 모든 야채 요리를 어우러지게 하는 데 계란 만한 게 없다.  두부는 반찬이 아니라 주식으로 업그레이드된다.  


비건이 아닌 만큼 다양한 단백질 재료들도 등장한다. 다이어트의 벗 닭가슴살이 감칠맛나는 콩나물 겨자 무침이 되고, 대파와 함께 구웠는데 배달치킨보다 맛있어 보이는 닭구이가 탄생한다.  


유투브의 특성상 무니 키친을 알고 보니 여러 건강 유투브가 우후죽순 솟아났다. 덕분에 다양한 건강 요리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건강하면 어쩐지 학교 공부하듯 딱딱할 거 같지만 울고 웃고 찡그리는 계란 삼형제가 굴러와 톡 터지고, 각종 재료들을 다지고 볶고 요리하는 과정은 때로는 넋을 놓고 지켜보게 될 만큼  중독성있다.  


'보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된다'더니, 양배추나 당근이 몸에 좋은 줄은 알았지만 내가 그 재료들을 활용하는 방법은 단순했다. 심지어 양배추 요리라며 마요네즈 범벅으로 건강한 건지, 아닌 건지 묘한 샐러드를 만들곤 했다. 그런데 '무니 키친'을 보다 보니 기존 한정식 위주 밥상의 패러다임에서 점차 자유로워졌다. 

 

▲ 무니키친 © 유투브   


잡곡밥 한 숟가락, 거기에 양배추랑 당근을 채썰고, 두부를 깍둑 썰어 전자렌지에 돌린다. 그리고 계란 스크램블을 해서 얹으면, 요즘 내가 즐겨 먹는 아침 한 끼가 탄생된다. 저녁 때는 부담스러운 탄수화물 대신 가지 볶음에 담백하게 구운 소고기 한 접시로 만찬을 즐긴다.  


그저 야채라면 나물이 최고라던 내가  올리브유에 소금, 후추, 홀그레인 머스터드만 약간 쳐서 만든 당근라페의 맛을 알게 되었다. 이런 저런 건강 요리 유투브를 섭렵하다 보니 병아리콩으로 만든 후무스가 별 건가, 두부를 갈아 만든 고소한 샐러드를 마요네즈 대신 사용하는 요령도 생겼다.  


그래서? 물론 여전히 주말이면 짜파게티 한 접시를 즐기고, 친지들과 맛집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주중 하루에 한 끼라도 건강한 식단을 유지했더니, '60이 넘던 당화혈색소가 50초반까지 떨어져 의사가 다 놀랄 정도가 되었다. 무엇보다 각종 양념으로 범벅이 된 음식만이 잘 차려진 한 상으로 여기던 내가 가급적 단순하고 담백한 한 끼의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요리를 하는데 들어가던 시간이 절약된 건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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