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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곰 엄마 Mar 17. 2023

난 회사에 왜 목숨을 거는가.....

(공황장애와 싸우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던 공황장애의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공황장애란 심한 불안 발작과 이에 동반되는 다양한 신체 증상들이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불안장애를 말한다. 

내가 느끼는 증상은 분명 스트레스받거나 별다른 고민이 있는 것도 아닌 아무 문제도 없는 상황인데도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떨리는 게 심각할 정도로 뛰고 있어서 숨 쉬는 것도 힘들고 일을 할 수도 잠도 잘 수도 없는 현상들이 있었고 이게 계속 지속되는 것도 아니라 며칠 그러다가 몇 달동안은 또 괜찮다가 갑자기 증상이 생기고..... 그렇게 반복이 되더니 이젠 언제 생길지 모르는 불안감도 스트레스였다. 


나름대로 생긴 원인을 따지고 들자면... 회사인 것 같다.

새롭게 추가된 업무와 기존 내가 하던 업무의 일부를 밑에 여직원을 새로 구해 일을 맡기고

이 과정이 전부 나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기존의 업무도 많은 내가 새롭게 추가된 업무를 또 책임지고 한다는 게 도전이면서도 나를 힘들게 하는 스트레스였다... 

 같이 일하게 된 직원도 내 맘 같지 않아... 생기는 문제를 참느라 그것 또한 스트레스의 일부분이었다.. 어쩔 땐 차라리 속 편하게 내가 다 할까? 하는 생각도 했을 정도였다. 일을 시킬 때도 오히려 눈치 보면서 시킬 때도 많고 목소리톤도 신경 써서 혹시나 기분 나쁘지 않을까 조심할 때도 많았다.... 물론 내가 그런 거에 많이 예민한 것도 사실이다. 남에게 싫은 소리도 하지 못하고 또 싫은 소리도 듣기 싫어하는 게 나란 사람이니까....

이런 성격과 문제가 나의 마음에 병을 만든 거 같았다. 나름 살아보려고 명상도 시작하고 틈틈이 위안을 주는 구절을 낭독해 주는 유튜브로 들으면서 최대한 상처받지 않고 최대한 웃으면서 살아보려고 했는데.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회사에서 하는 일이 많을수록 책임감은 무거워지고 또 내가 무슨 경영자도 아닌데 회사의 미래에 너무 신경을 쓰며 모든 일에 압박을 받고 있는 나 자신이 좀 우스웠다.

난 그저 회사에서 주는 월급만 받으면 되고 또 그만큼 일을 열심히 하면 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회사의 존폐에 대해 신경 쓰면서 압박을 받고 있는 게 너무 오버스럽고 짜증이 났다.

물론 내 나이가 이젠 이 회사가 망하면 다른 곳에 입사하기에 많은 나이기도 하고, 이 회사에 나름 창립 멤버라 생각해서 더더욱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도 요인이기도 했다.

 만약에 나의 이런 생각을 회사 대표님께서 아신다면 굳이 왜? 대표인 내가 있는데?? 하며 어이없어하실 것 같다. 나 같아도 일개 직원이 회사의 운명에 신경 써 가며 온갖 일을 다 챙겨 가며 힘들다고 징징거리면 고맙기도 하겠지만 부담스러울 것 같다.

암튼 작년부터 시작된 공황장애로 더 이상 병원 가기를 두려워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잠도 못 자고 머릿속은 온통 회사 생각으로 머리가 아프고 토요일부터 월요일에 회사 갈 생각에 잠 한숨 못 자고 심장은 두근두근 정상적이지 못하게 뛰고 눈물만 나오고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는 거고 당장 병원에 가서 약의 도움이라도 받고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신경정신과는 환자가 많아 예약 잡기가 너무 힘들었다. 나처럼 힘든 사람이 많은가 보다....

우여곡절 끝에 의사 선생님과의 1시간 가까이 내 얘기를 들으시면서 힘들었겠다고 연신 고개를 끄떡이셨다.. 나는 눈물 콧물 쏟으면서 회사 대표님에게 할 얘기를 의사 선생님께 쏟아부었다. 한참을 그렇게 얘기한 후 의사 선생님은 많이 힘들었겠다며 위로해 주시면서 사람이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말씀해 주시고 몸을 좀 쉴 수 있게 약을 처방해 주셨다. 그렇게 상담이 끝나고 일주일 후에 약이 잘 맞는지 확인할 겸 예약을 하고 회사에 왔다.

한 시간 동안의 상담으로 마음이 좀 가벼워진 느낌이고 또 약을 처방을 받은 것도 심리적으로 안정으로 주기도 했다. 진작에 병원에 가 볼 걸.. 아무것도 아닌데 1년을 힘들게 보낸 것이 좀 안타까웠다. 

 

난 그저 직원일 뿐이다. 경영자가 고민해야 할 문제를 나까지 끄집어내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내가 회사문제로 잠도 못 자고 고민하고 일이 많아 또 책임질 일이 많아 걱정하고 신경 쓴다고 누가 알아나 주겠는가? 내 몸과 마음이 이렇게 무너져서 아픈데..... 더 이상 오버하지 않고, 조금은 신경을 덜 쓰도록 노력해 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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