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잠시 몸이 쉬라고 한다.

-회사 조퇴-

by 불곰 엄마

이번 여름은 정말 역대급으로 오랜 시간 긴 계절로 남아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도 기후가 많이 변하긴 한 것 같다. 봄과 가을은 그저 옷깃을 스치듯 지나가고, 여름과 겨울만 있는 듯 사계절이란 단어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겨울은 너무 춥고 또 여름은 동남아 못지않는 날씨를 보여주고, 무슨 계절이 이렇게 극단적이어서 두꺼운 패딩부터 한 여름 나시까지.... 거기다 스쳐 지나가는 날씨의 옷들로 항상 옷장은 미어터진다....


이번에 이사준비로 인해 제일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도 옷 정리인 듯했다. 구석구석 뭔 옷들이 그리 많은지.... 두 달을 준비하면서 조금씩 버리다... 이사 가기 전날엔 업체를 불러서 옷을 팔았을 정도였다.

정말 두 달 동안 딸이 방학을 해서 집에 있길 망정이지 혼자서 버릴 것 버리고 정리하고 했으면 난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할 정도였다.

좁은 집에서 어디에 들 숨어있었는지 버려도 버려도 계속 버릴게 나왔다.

그래도 버릴 때 나름 규칙이 일 년 동안 한 번이라도 썼던 물건인지 아닌지에 따라 필요성을 정하고 그 마저도 애착이 가는 건 버리지 못했다.

쓰레기봉투 50리터로 얼마나 버렸는지.....

새집에선 왜 또 버릴 게 있는지.. 분명 다 버린 거 같은데,...

어디서 또 나오는지 참 알 수가 없었다.


최악과도 같은 이번 여름은 에어컨 없이는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잘 때도 끌 수가 없었다.

분명 더웠다고는 하지만 나름 시원한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 와서는 애들이 이미 에어컨을 틀고 있어서 시원하게 보냈다.


근데 그것과는 상관없는지 아님 긴장이 풀렸는지..

더위를 먹은 듯 주말 내내 골골 대다가 월요일 회의를 마치고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기운이 없어서 조퇴를 했다.

거의 아파서 출근 못 한 적이 없는 난데... 말이다...

아무리 시원한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너무 오랜 기간의 더위로 인해 몸이 지쳐있었던 것도 같고, 더위에 이사하느라 힘들었던 것도 같다.


이 모든 게 이유가 될 수 있겠지... 더 이상 손댈 필요가 없을 만큼 정리된 집이 나에겐 긴장의 끈을 놓아버리게 만든 것 같다.

조퇴하고 하루 종일 잠만 잔 나는 저녁이 돼서야 기운을 좀 차릴 수 있었고, 그 후 컨디션을 회복하기까지 며칠이 더 걸렸다.


올해 나에게 있을 큰 일들은 거의 마무리된 기분이다.

24년도 남은 날들은 조금 천천히 쉬면서 해야겠다...


수고했다!! 건강 챙기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사하느라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