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시당하는 상사 3탄

숨 쉴 수가 없다.

by 불곰 엄마

지난번 글을 올리고 한참이 지났다... 그동안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두 달 가까이 여직원이 그만두느냐 내가 그만두느냐 서로 옥신 각신 했던 시기다.

서로 얼굴 보고 일을 못 하겠다고 두 여자가 난리를 치니 주변 사람들도 괴로워했다.

부장님이 가르쳐준 게 뭐가 있느냐,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 배우겠다는 직원에 말에 하도 어이가 없어 웃었다. 지금껏 가르쳐준 건 뭐지? 싶고 그 많은 일은 스스로 배웠다고 생각한 그 여직원이 하도 어이가 없고 무시당하는 것 같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웃으면서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배우라고 말하고 더 이상 말하기를 그만두었다..

내가 그동안 잘해주려고 노력했던 게 어찌나 기가 막히게 후회스러운지 더 이상 얼굴 보며 일하기가 힘에 겨웠다.

그리고 우리 때문에 중간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도 너무나 민폐 같기도 해서 그저 누가 그만두던 그만둬야 해결될 것 같았다.

여직원이 그만둘 것처럼 했으나 역시 그만 둘 사람은 아니었는지라 사무실을 옮기는 걸로 마무리 짓는 듯.. 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말한 것과 다른 행보에 뭔가 억울하기도 배신감을 느끼기도 해서 너무 힘들었다. 이미 내 멘털은 올해 들어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무너져 버린 상태이다.

한 두 달을 울고 다니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십 년을 다닌 이 회사에서 어떤 것을 얻었으며, 내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러다... 공황장애가 심각하게 와서 담날 휴가를 내고 병원을 가려했으나 휴가 낸 날 마침 사무실에 직원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 돼서... 쉬는 게 너무 불편하고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상사한테 전화로 그냥 나가야 하나 묻고.. 그러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어. 사장님께 아무래도 내일 사람이 없어서 출근하겠다고 하니 뭔가 싸한 대답이 돌아왔다.

병원은 점심시간으로 바꾸고 출근한 아침 사장님이 계시기에 인사를 드리니 앉아보라고 하시면서 회사를 뭘로 알고 다니냐고 역정을 내셨다.. 아프다고 연차를 내놓고 출근한다는 게 말이 되냐.. 나를 무시하는 거냐... 등등 회사 생각하고 출근한 내가 미친 짓을 한 것 같았다..

그래도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 대충 상황을 말씀드리고 상사 분하고도 상의하고 해서 병원 예약을 변경하고 온 거라 말씀드렸다.. 그래도 분이 안 풀리시는지 인상을 쓰시면서 나가셨다

사무실에 앉아서 오전 내내 울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회사 생각을 왜 했지 하며 후회가 앞섰고 더 이상 내가 있을 곳이 아니란 걸 느꼈다.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 아까 우느라 말을 못 했던 거 글로 해명을 하고, 그동안 많이 배웠고 감사했다고 긴 편지를 썼다. 거기에 퇴사 얘기는 쓰지 않고 제대로 말 못 했던 내용만 내 마음을 다해 표현했다. 원망이 아닌 감사로.. 그동안 잘 챙겨주신 건 너무나 잘 아니까

이렇게 마음을 정리하니 한결 홀가분해졌다.

점심에 신경정신과 병원을 가서 한참을 상담하고 일 년을 넘도록 내가 힘들어했던걸 아는 원장님은 조심스럽게 휴가를 한번 내보는 게 어떠냐고 하셨다... 그게 아니면 퇴사할 수 상황이면 일을 바꿔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라는 말씀을 하셨다. 지금 상태로는 너무 힘들어서 안 될 거라고 약 보다도 쉬는 걸 말씀하셨다.

나도 그 말에 깊은 공감을 느꼈다. 회사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 숨을 쉬기가 어려웠고, 회사 가는 차 안에서도 공황장애가 와서 운전조차 힘들어했으니까..

다음날 사장님이 어제완 다르게 웃으시면 대하는데 이건 내가 어찌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지금 그 편지를 드리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며칠 더 참았다...

휴가 며칠 앞둔 월요일 주말 내내 다시 생각해 봤으나 역시 그만둬야 할 것 같아 오전 회의가 끝나고 편지를 들고 사장님과 면담을 했다.

웃으면서 먼저 읽으신 담에 말씀드리겠다고 하고 다 읽으실 동안 기다렸다.

사장님은 내가 이렇게까지 생각한 줄 몰랐다고 하시면서 좋게 생각해 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본론으로 그동안 감사했다고 더 이상 내가 어떤 노력을 해도 지금보다 좋아질 것 같진 않다고 피에로도 아니고 직원들한테 잘했든 못했든 웃는 건 힘들겠다고 말씀드리고, 내가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는데도 변화가 없어 보인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병원에서 쉬라 했고 저 또한 같은 생각이다. 사장님이 잘해 주신건 그만큼 회사에 열정을 다 쏟고 충성을 다해 일을 했으니 더 이상 미련이 없다고 말씀드렸다.

얘기를 들으신 사장님이 지난주 나한테 화를 내시고 거래처에 초대받아 가셨는데, 거기서 물어봤다고 사모님이냐고. 그런 말 자주 듣는다고 하니 깐깐하게 일을 하시는데 놀랐다고 역시 회사에 그런 직원이 있으니 잘 되는 거라고 칭찬을 들으셨나 보다... 어쩐지 담날 웃으면서 친절하셨던 이유가 그거였다.

아무튼 사장님은 이제 정리가 다 되었으니 힘든 거 넘겨주고 회사에 중요한 재무를 제대로 해보자고 말씀하셨다.. 그만둔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휴가는 며칠 더 써서 쉬다 오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그만두겠다고 우기지 못하겠더라

이렇게 이틀의 휴가를 더 받고 어디도 가지 않고 집에서 조용히 휴가를 보냈다.

keyword